검찰 ‘선거법 위반’ 엄정수사…핵폭탄이냐 공포탄이냐

김수남 검찰총장 “선거사범 신속하게 수사” 대대적 수사 예고
경선에 오르거나 단수로 확정된 후보도 검찰 수사 리스트 올라
음식물·찬조금 제공, 여론조사 왜곡 등 위반 사례도 다양해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여야 간 공천을 둘러싼 ‘집안싸움’이 치열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검찰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흑색선전과 불법 여론조사 유포, 금품수수 등 부정행위에 대한 수사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정치권 주변에선 선거법 위반 의혹을 받고 있는 인사들에 대한 ‘리스트’가 은밀히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일요서울]이 입수한 자료(2월 22일 기준)에 따르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발 조치하거나 수사의뢰한 사건만 50여 건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에도 고소·수사의뢰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심지어 선거법 위반으로 검찰 조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예비후보가 당내 경선에 통과하는 실정이다. 이들이 공천을 받아, 여의도에 입성하면 극심한 선거후유증에 시달릴 것으로 관측된다.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 그렇다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 조치되거나 수사의뢰된 예비후보자들은 누구일까.

선거법 위반을 겨냥해 검찰이 수사 의지를 드러냈다. 김수남 검찰청장은 8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제20대 총선에서 불법을 저지른 선거 사범을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해달라”고 언급해 선거법 위반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예고한 바 있다. 김 청장은 또 “불법과 반칙을 저지른 사람이 국민의 대표로 선출되는 일이 없도록 범죄정보 수집 역량을 집중하고 선거사범 처리에 총력을 기울여달라”고 덧붙였다.

특히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함께 ‘고발 전 긴급통보 제도’를 도입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경우 형사고발 전에도 수사에 착수하는 한편, 선관위가 집중 단속해 고소고발한 사건에 대해선 최우선으로 수사할 방침이다.

수사의뢰만 12건
경기도가 가장 많아

여의도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발 ‘리스트’가 나돌고 있다. 이 리스트에는 예비후보들에 대한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내용과 고소고발 여부, 수사의뢰 여부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전·현직 의원들은 물론 공천을 받은 예비후보들도 포함돼 있다.

본지가 입수한 자료를 살펴보면(2월 22일 기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고소고발·수사의뢰한 것은 총 54건이다. 이 중 수사의뢰는 12건이다. 2월 22일 이후 고소고발 건까지 포함시킨다면 그 수는 상당하다.

수사의뢰건과 관련해 지역별 분포도를 보면 경기도가 3곳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2곳, 부산·대구·울산·강원·충북·전북·경남이 각각 1곳이다. 문제는 경선에 통과하거나 공천을 받은 후보들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 새누리당 서울 강동을 이재영 의원과 윤석용 전 의원이 경선을 치른 가운데 중앙선관위가 ‘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선관위는 윤 전 의원이 지인들을 대상으로 금품 및 향응 제공 혐의를 신고 받아 조사한 결과 상당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검찰에 수사의뢰한 것. 이에 검찰은 공안 전담인 서울 동부지검 형사6부에 사건을 배당해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섰다.

이에 대해 윤 전 의원은 “사실무근”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엄격한 1차 공천심사를 통과해 경선후보가 됐다는 것은 이 의혹이 사실무근이라는 반증 아니냐”며 “배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표명했다. 

단수후보로 새누리당 공천을 받은 서울 영등포갑 박선규 예비후보도 선관위에 의해 검찰에 고발됐다. 지난 2012년부터 한 사단법인을 설립해 30여 차례 유명 연예인이 출연하는 공연을 열어 무료 티켓을 주민에게 배포하고 자신의 저서를 돌리는 등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새누리당 경선 후보로 확정된 경남 진주을 김영호 예비후보는 지난 1월 지역 식당 3곳에서 선거구민 30여 명에게 60만 원 상당의 음식을 제공한 혐의로 선관위에 의해 검찰에 고발됐다.

경선 및 공천 확정을 받지 못한 예비후보들 역시 선관위 레이더망에 걸려 검찰에 수사의뢰된 상태다. A예비후보 지지자는 B예비후보의 핵심측근으로부터 ‘A를 돕지 말고 B쪽으로 와서 도와달라’는 말과 함께 현금 50만 원이 들어 있는 봉투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고, 부산지역 C예비후보는 한 사찰에서 쌀 20포대 정도를 받아 경로당 10여 곳에 전달하고, 의정보고서를 경로당에 배부하고 그의 의정활동을 홍보하여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선관위가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울산에서는 D예비후보가 2015년 지인 3명과 함께 설명절인사 명목으로 선거구민인 상인 등에게 2만 원 상당의 식용유 선물세트 23개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고, 경기지역에서는 지난해 11월 관내 아파트단지 가을 야유회 행사 출발장소에 E예비후보가 참석하여 행사 참석자에게 명함을 배부하고 그의 수행비서는 E예비후보자의 동생 명의로 찬조금 20만 원을 노인회장에게 전달한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된 상황이다. 후보들 간의 예선전이 치열하게 진행되면서 예비후보들이 선관위에 의해 검찰에 수사의뢰된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경남 7건 등 새누리당
텃밭 ‘고발’사건만 11건

선관위로부터 검찰에 고발조치된 사건도 수두룩하다. 지난 2월 22일 기준으로 42건이 고발조치됐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경기도가 9건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 경남이 7건 순으로 나타났다. 부산·인천·충북·충남·경북이 각각 3건, 서울·제주가 각각 2건, 광주·대전·울산·강원·전남이 각각 1건을 기록한 것이다. 새누리당 텃밭으로 불리는 영남권에서 11건으로 조사돼, 공천을 둘러싼 집안싸움이 얼마나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선관위에 검찰에 고발된 사례를 보면 다음과 같다. 부산의 F예비후보자는 여론조사를 실시하지 않았음에도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해 ‘예비후보 F의 선호도가 가장 높게 나왔다’는 허위의 여론조사결과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언론사에 제공하여 보도하게 한 혐의로 선관위에 의해 검찰에 고발됐다.

경기도 G예비후보는 지난해 공직선거법에서 규정한 선거사무소 외의 관내에 유사기관을 설치, 이용하여 예비후보 G를 지지·선전하는 홍보인쇄물 등을 비치·게시첨부하고, 선거기획문건 등을 작성한 혐의다. 뿐만 아니라 해당 사무소를 방문하는 선거구민을 대상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등 유사기관을 설치·이용한 혐의로 고발조치된 상태다.

충북에 출마한 H예비후보는 대학교 선배와 공모하여 지난해 11월 노인회 한 지회에 250만 원 상당의 물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고, 경북의 I예비후보는 한 여론조사기관이 20대 국회의원선거와 관련하여 실시 공표한 현역 국회의원 교체율에 관한 여론조사 자료를 근거로 J지역의 국회의원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하고, 왜곡된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특정 국회의원에게 불리하게 보도·논평한 혐의다.

제주도의 K예비후보는 지난해 5월부터 10월까지 광고 후원을 빙자하여 자신과 연고가 있는 단체의 행사에 총 3천여만 원 상당의 기부행위를 한 사실이 있어, 선관위에 의해 검찰에 고발당했다.

20대 총선 이후
재보선 속출하나?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벌써부터 20대 총선으로 인해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릴 것이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우선 선관위가 고발한 사안은 대체로 기소율이 높아서다. 실제 19대 국회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이 무효가 된 8명 중 3명은 공천을 받기 전, 선관위에 의해 고발된 전례가 있다. 특히 선거법상 징역이나 벌금형 100만 원 이상 판결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한다.

검찰에 고발조치된 인사들이 경선에 오르거나 후보로 확정해 금배지를 달더라도 선거법 위반에 대한 혐의를 제대로 벗지 못한 이상 재보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검찰이 선거법 위반에 대한 수사 결과물을 얼마나 내놓느냐에 따라 핵폭탄이 될지, 공포탄이 될지 가늠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선거법 위반 사례가 속출할 경우 여의도를 뒤흔들 핵폭탄이지만 그 결과물이 미진할 경우 공포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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