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포기…고양시의 ‘밀실행정’ 총선 앞두고 도마에

새누리당 김현복·조대원 예비후보, 재산권 환수 공약 제시

기부채납 학교부지, 사업자에 돌연 무상 양도
 
[일요서울 | 송승환 기자] 경기도 고양시(시장 최성)가 일산동구 백석동 와이시티(Y-CITY)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 ‘밀실행정(密室行政)’으로 말썽을 빚고 있다며 시민단체인 맑은 고양만들기 시민연대(이하 맑고연)가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기부채납(寄附採納)이 불가능한 학교부지를 기부 채납받는 조건으로 용도변경을 해주는무지(無知)의 행정을 보였다는 것. 맑고연 정연숙 사무국장(시민운동가)은 지난 11이것이 규정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자 이 학교용지를 고양시의회의 승인 없이 무상(無償)으로 개발업체가 이사장으로 있는 학교법인에 넘겨줘 특혜(特惠) 의혹을 사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의 와이시티 부지는 원래 업무유통 시설이었다. 고양시는 와이시티 개발업체인 요진개발과 20101월 학교용지 기부채납을 내용으로 하는 협약(協約)을 체결하고 주거상업시설로 용도변경(用度變更)을 했다. 협약의 골자는 용도변경에 따른 개발이익 대가로 부지 일부에 자립형 사립학교를 지어 학교부지와 관련시설을 고양시에 기부채납한다는 것이었다.
 
대상 학교부지는 13,224(4,000여평)로 감정평가액(鑑定評價額)이 무려 379억 원(2006년 기준)에 달했다. 이 학교 용지는 일산동구 백석동 지하철 3호선 백석역, 고양고속버스터미널 등이 근처에 있는 소위 알짜땅에 속해 있다.
 
학교용지를 포함한 백석동 1237-5 일대 토지 11101319988월 일산신도시 조성 당시 출판물 종합유통센터 유치를 목적으로 도시관리계획상 유통업무설비로 지정됐다. 주상복합아파트 등을 건축할 수 없어 활용 가치가 떨어지는 땅이었다. 그러나 요진개발은 199812월 옛 한국토지공사(LH공사)로부터 643억 원(3.3당 약 191만원)에 이 땅을 매입했다. 이후 주상복합아파트를 짓겠다며 시에 토지 용도변경을 수차례 신청했다. 하지만 특혜라는 여론에 밀려 10년 가까이 빈터로 방치됐다. 20073월 모 학회가 개발 이익의 절반가량을 시에 돌려주는 조건을 제시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개발사업자가 9.76%의 사업수익률을 달성하면서도 공공성(公共性)을 확보하기 위해 시가 토지 면적의 49.2%(54635)를 기부채납 받는 방안이었다. 요진개발은 학교용지를 포함한 토지 32.7%(36247)를 시에 기부채납하고, 연면적 66115내외의 건물을 신축해 내놓겠다는 자체 안()을 제시했다.
 
더불어 학교용지는 휘경학원에서 장기 임대 등을 해 자율형 사립고를 개교하겠다는 내용의 주민제안서를 제출했다. 결국 요진개발은 땅을 매입한 지 11년 만인 200912월 시의회로부터 도시관리계획 변경을 승인받았다. 이듬해인 20101월 시와 요진개발은 최초 협약을 체결했다. 학교 운영 주체는 주민제안서와 달리 지역 발전에 가장 적합한 운영자를 공정한 절차에 따라 선정하기 위해 양측이 협의해 결정하기로 했다. 1개월 뒤 시는 유통업무설비였던 토지의 용도를 주상복합용지로 변경해줬다.
 
불거지는 의혹들은?
 
하지만 12년 만에 나온 이 협약은 같은 해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당시 민주통합당 최성(崔星·52)시장(더불어민주당) 체제가 들어서면서 흔들렸다. ()최성 시장 성향의 일부 시의원들과 일부 시민단체가 최초 협약이 학회 용역 결과와 달리 요진개발에 특혜를 제공했다며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는 20117월 모 회계법인과 연구원에 특혜 의혹을 재검증하는 한편 최초 협약에 대한 변경안을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 최초 협약의 일부 변경이 제안됐다. 하지만 학교용지만큼은 기부채납 대상으로 다시 한번 명시했다.
 
이런 모든 과정은 감사원으로부터 중징계(重懲戒)를 요구받은 김모 팀장이 맡았다. 그러나 김 팀장은 20121월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 요진개발로부터 기부채납 받기로 한 감정가 379억 원(2006년 기준)짜리 학교용지 소유권을, 요진개발 최모 대표가 이사로 등재돼 있고 요진개발 지분(持分)100% 소유한 그의 아버지가 이사장으로 있는 휘경학원에 직접 무상 이전하겠다는 내용의 재검증 용역 결과 의견서를 작성한 것이다. 한 달 뒤에는 같은 내용으로 작성된 추가협약서()를 최성 시장에게 보고한 후 4월 추가협약이 체결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가 공유재산(共有財産)에 대한 권리(權利)를 포기하고자 할 때는 지방의회(地方議會) 의결(議決)을 받도록 한 규정(規定)을 지키지 않았다.
 
감사원은 최초 협약의 취지가 사라지고 특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기부채납 규모를 제안한 학회 연구용역 결과에도 반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지난해 3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학교용지는 행정재산에 해당돼 매각 등 활용이 불가능했고 학교용지는 조성 원가(0)로 공급하도록 돼 있어 휘경학원에 무상 공급해야 했으며 시에서는 학교를 설립할 수도, 학교용지를 소유할 수도 없고 소유권이 아직 시로 오지 않은 상태였으므로 시의회 의결사항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전임 강현석(姜賢錫·63) 시장 때인 20098월 김 팀장이 기부채납이 가능한 것으로 검토보고서를 작성했고, 변호사 자문 결과 등을 보고했기 때문에 변명의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 팀장 후임 팀장이 20134월 경기도교육청을 방문한 후 작성한 출장복명서(出張復命書)에 따르면 교육청에서는 학교용지가 제공된다면 시설비를 투자해 공립학교를 설치, 운영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점을 볼 때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또 감사원이 김 팀장과 함께 중징계할 것을 요구한 김모 과장의 경우 해당 부서 과장으로 발령받기 7개월 전까지 32개월 동안 시의회 전문위원으로 근무해 지방자치단체가 권리를 포기하고자 하는 경우 지방자치법(地方自治法)에 따라 지방의회 의결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며 최성 시장에게 두 사람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감사 결과는 이미 통지됐지만 현재까지 시는 물론 시의회조차 학교용지를 돌려받을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토박이 출신 전직 여성 김모(49) 시의원만이 재임 당시는 물론 민간인 신분이 된 지금도 이 학교 부지를 시 소유로 돌려받기 위해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일부 진보성향의 시민단체들은 자신들의 정책을 지지하는 시장과 시의원들이 당선되자 침묵을 지키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A변호사는 담당 공무원이 허위 공문서 등을 작성하고 지방의회 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는 등 현행 법규(法規)를 위반해 휘경학원에 학교용지를 무상 양여(讓與)했다면 형사고발(刑事告發)하고 환수(還收)하는 방안을 찾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수백억의 재산이 손해
 
이제 요진개발 대표는 용도변경에 따른 개발이익을 얻은데다 학교운영까지 하게 됐다. 휘경학원 재단 이사장은 요진개발 지주회사 격인 요진산업의 최준명(83) 회장이다.
 
결국 고양시가 수백억 원의 시() 재산을 손해보게 된 셈이다. 고양시의 와이시티 부지 용도변경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도 최근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고양시청 도시주택국 전강림 주무관(와이시티 담당)1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추가협약을 통해 이를 바로잡은 것이라며 자사고를 세우는 것이 지역발전과 주민복지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데다 학교가 세워지지 않으면 부지와 소유권을 다시 돌려받기로 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양시는 당시 교육부의 답변 내용을 고양시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과정에서 추가 협약에 따라 해당 학교 용지가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특정 학교법인에게 소유권(所有權)이 이전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내용을 누락해 불리한 내용을 의도적으로 숨기려 했다는 의심을 샀다. 이에 대해 당시 고양시는 담당자의 단순 실수였으며 누락 사실을 알고 해당 내용 전체를 즉시 홈페이지에 게시했다고 해명했다.
 
해소되지 않는
특혜 의혹들은?
 
그러나 이 같은 고양시의 해명에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학교가 설립된다면 와이시티 개발업체 대표가 이사장인 학교법인에 용지를 무상으로 넘겨줘 결과적으로 개발업체가 학교까지 운영하게 돼 이에 따른 특혜 의혹은 해소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학교가 설립되지 않아 부지를 다시 돌려받는다 해도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사립고 설립은 법() 위배라는 게 교육부의 해석인 만큼 기부채납의 타당성(妥當性) 여부 문제가 남는다.
 
강현석 전 고양시장(일산포럼 대표)고양시는 사안의 적법성(適法性)을 면밀히 따져보지 않고 졸속행정·밀실행정으로 문제를 오히려 더 크게 만들었다이를 바로잡는다고 개발사업자에게 땅을 무상으로 넘긴 것은 시와 시민에게 명백하게 손실을 끼친 더 나쁜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총선 앞두고
지역정가 술렁?
 
한편, 새누리당 고양() 김현복(51) 예비후보(새누리당 일산동구 당협위원장)와 고양() 조대원(45) 예비후보(지역경제진흥원장)는 지난 10일산동구 백석동 와이시티(Y-CITY) 고양시 재산권(財産權)을 환수하겠다고 공약을 발표했다.
 
김 예비후보와 조 예비후보는 백석동 와이시티 내 고양시 재산권 문제로 고양시가 몇 년째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학교용지의 기부채납 부당 포기 여부 학교시설의 기부채납 대상 여부 등이 쟁점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최근 기부채납하기로 협약한 업무빌딩의 면적 축소문제 등으로 고양시가 소송(訴訟)에 필요한 예산을 편성했다는 대대적인 언론보도가 있었다고양시와 요진 간에 체결한 협약의 이행에 있어 꽃보다 아름다운 102만 고양시민의 재산권이 결코 왜곡되거나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엄중히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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