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고소영 카드로 ‘드라마 왕국’ 부활을 노리던 MBC는 이른바 ‘스타캐스팅’의 덫에 걸려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동안 타사에 밀려 오랜 부진을 겪은 MBC 드라마국은 5월 초 방송될 ‘못된 사랑’으로 분위기 반전을 기대했다. 하지만 MBC는 오랜만에 연기를 재개하는 고소영측의 까다로운 요구에 부딪혀야 했다. 고소영측은 7회 대본까지 받은 이후 대본수정 등을 요구하면서 제작진과의 의견충돌을 빚었다. MBC 드라마국의 한 관계자는 “드라마를 논의하기 위한 연출자와의 만남에도 고소영은 나오지 않았다”며 서운해 했고, 다른 관계자는 “계약조건도 중요하지만 배우들이 드라마 전체를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아쉬워 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계약까지 한 비의 출연번복은 MBC와 외주제작사를 더욱 당혹하게 만들었다. MBC는 비측에 법적인 소송과 출연정지 등을 강구할 수 있다며 흥분했지만 촬영을 앞두고 그에 걸맞는 스타를 확보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힘들어 고민에 빠졌다.이를 바라보는 방송관계자들은 드라마 캐스팅 시스템이 변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동안 스타에 연연하지 않고 캐릭터에 맞는 개성있는 연기자와 탄탄한 대본,연출력이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둔 사례가 있는데도 여전히 ‘스타 캐스팅’을 선호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촬영에 임하는 연기자들의 책임감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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