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지면 죽고 뭉치면 산다”…후보자들 간 물밑접촉 ‘활발’

일여다야 구도 전국 180여 곳, 그 중 수도권만 110곳
추미애 신경민 등 더민주 수도권 의원 ‘위기론 확산’
“지방선거 때 밀어줄게~ 후보 사퇴해!” 공천 빅딜 거론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그리고 정의당이 4월 총선을 앞두고 야권연대에 대해 뚜렷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최근 더민주는 정의당과 야권연대를 하자는 입장이었으나 더민주가 후보를 내는 바람에 야권연대가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하지만 후보 간의 연대를 하자는 입장으로 정리되는 모습이다. 반면 국민의당은 미온적이다. 당 차원과 상의 없이 야권연대를 추진하면 제명을 검토하겠다는 엄포다. 그러나 향후 야권연대 불발로 인해 총선에서 패배한다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총선 책임론에서 무사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더불어민주당은 당대당 야권연대는 힘들지만 후보자들 간의 야권연대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다.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지난 16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국민의당 내)일부가 죽어도 못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성사가 불가능해졌다”고 했고, 정의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정의당과 더민주는 서로 정체성이 다르기 때문에, 연대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역구에서 국민의당이나 정의당 후보와 우열이 확실히 가려진다면, 서로 협의해 연대할 수 있지 않나”라며 “굳이 반대할 생각은 없다”고 하는 등 후보자 간 연대 가능성은 열어뒀다. 정의당 역시 후보자 간 연대에 긍정적이다.

이에 반해 국민의당은 다소 부정적이다. 당초 후보자들 간의 야권연대는 막을 수 없다는 입장에 변화가 생겼다. 이태규 전략홍보본부장은 “개별 후보들의 단일화는 막지 않지만 당 차원의 연대는 없다고 분명하게 다시 말씀드린다”며 “다만 당과 사전에 협의 없이 (후보단일화를) 일방적이거나 자의적으로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주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못박았다.

특히 국민의당이 당과 협의를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면서 후보단일화가 멈춘 곳도 있다. 총선 충남 서산·태안에 출마한 더민주 조한기 후보는 “국민의당 조규선 후보와 여러 차례 만나 야권후보 단일화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며 “새누리당의 독주를 막고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규선 후보는 “서울 중앙당에서 단일화와 관련해 논의 중”이라면서도 “당의 공식방침은 단일화 거부를 표명하고 있다”고 밝혀, 단일화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이처럼 정당간 야권연대를 두고 서로 견해차를 보이면서 자칫 일여다야 구도로 선거가 치러질 수도 있다. 특히 2개 이상의 야당 후보를 낸 곳만 180여 곳이다. 이 중 수도권은 110곳이다. 

총선 패배 우려감 확산
4월 3일 분수령

이번 총선의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패배, 자칫 ‘총선 패배론’으로 연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 서울지역에서 국민의당 후보들이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는 경우가 많아, 더민주 후보들은 비상이 걸렸다. 시민일보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21~22일 실시한 서울 광진갑 여론조사 결과 새누리당 정준길 후보는 35.0%, 더민주 추미애 후보는 32.7%, 국민의당 황인철 후보는 10.8%의 지지도를 기록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후보단일화를 한다면 야당이 승리할 수 있다.

또 연합뉴스·한국방송(KBS)이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3일 발표한 서울 서대문갑 여론조사에 따르면 새누리당 이성헌 후보는 39.2%, 더민주 우상호 후보는 33.7%, 국민의당 이종화 후보는 5.6%를 각각 기록했다.

서울 영등포을도 마찬가지다. 연합뉴스·한국방송(KBS)이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1~22일 실시한 서울 영등포을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권영세 후보는 38.4%, 더민주 신경민 후보는 28.2%, 국민의당 김종구 후보는 12.9%를 기록했다.

서울 지역 간판급 의원들이 줄줄이 낙선 위기에 처한 데 이어 더민주 초재선 의원들 역시 난감한 상황이다. 야권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총선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급속도록 확산되고 있다.

더민주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정장선 총선기획단장은 “현재 파악한 서울 지역 판세로는 우세 3분의 1, 경합 3분의 1, 열세 3분의 1로 분류된다”며 “야권 분열로 고전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19대 총선보다 상황이 훨씬 좋지 않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별 후보단일화 요구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다시 민주주의포럼은 지난 25일 “비록 당 차원의 연대는 무산됐지만 수도권을 시작으로 야권이 지역 차원에서 후보 단일화를 추진해 나간다면 총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후보, 그리고 정의당 후보 등 야권연대가 성사돼 총선을 치를 경우 새누리당 후보를 앞설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야권 연대가 성사되는 시점으로는 선거운동 시작 하루 전인 3월 30일과 투표용지를 인쇄하기 전 날인 4월 3일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 단일화 현황
확정되거나 진행 중!

지역별 야권연대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먼저 더민주와 정의당은 인천 지역 선거구 13곳에서 후보단일화를 이뤘다. 더민주는 11곳, 정의당은 2곳에 단일후보를 내게 됐다. 경남 창원 성산에서는 더민주 허성무 후보와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단일화 원칙에 합의했고, 여론조사 작업에 착수했다.

또 더민주와 국민의당 야권연대가 이뤄진 지역도 있다. 경기 수원병의 더민주 김영진 후보와 국민의당 김창호 후보가 지난 23일 야권 단일화에 전격 합의했다. 국민의당 김 후보가 더민주 김 후보에게 단일 후보 자리를 양보했다. 이로써 새누리당 김용남 후보와 더민주 김 후보와의 양자 구도가 형성됐다.

부산 사하갑에서는 더민주 최인호 후보와 국민의당 최민호 후보가 단일화를 추진한 끝에 더민주 최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졌다. 강원 춘천에선 더민주 허영 후보와 국민의당 이용범 후보가 단일화를 위한 경선을 치르고 있다. 이 외에도 서울 강서을 더민주 진성준 후보, 관악을 정태호 후보, 안산단원을 국민의당 부좌현 후보 등이 야권연대를 공식 제안하기도 했다.

이처럼 여러 지역에서 야권연대가 이뤄지고 있지만 일부 지역에선 혼선을 겪고 있다. 실제로 경기 군포을 이학영 후보, 군포갑 김정우 후보는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 획득은 물론 개헌선까지 위협받는 상황”이라며 국민의당과 정의당에 후보 단일화를 위한 연석회의를 제안했다. 그러나 경기 군포을 국민의당 정기남 후보는 “고려할 가치도 없는 제안”이라고 거절했다.

또 경기 남양주병 최민희 후보도 국민의당 이진호 후보에 야권연대를 제안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진정으로 새누리당 독주를 막고자 하시면 기성의 낡은 정치틀에서 자유로운 나를 단일후보로 밀어주시길 바란다”고 최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은 경기 수원정에서도 불거졌다. 더민주와 정의당 간의 야권연대 협상과정에서 정의당 박원석 후보 사퇴가 거론되면서 감정이 좋지 않은 상태다. 이 외에도 충남 천안을 선거구에서는 더민주 박완주 후보가 국민의당과 정의당에 야권연대를 제안했지만 아무런 답변이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야권연대를 해야 승산이 있는 후보들 사이에서는 ‘깊은 한숨’만 흘러나오고 있다.

한편, 야권 일부에선 ‘빅딜’이라도 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지방선거를 전제로 한 ‘공천 빅딜론’이 대두되고 있는 것. 야권연대를 통해 후보자 자리를 양보한 후보에 대해 지방선거 때 전폭적인 지원을 해줘서라도 단일화를 이뤄야 되는 것 아니냐는 게 공천 빅딜론의 주된 골자다. 그만큼 야권 후보단일화가 얼마나 시급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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