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권 재편 주도권 경쟁 실패 시 ‘정계은퇴’까지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20대 총선을 앞두고 가장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사람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나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선거에 패해도 정계은퇴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안 대표는 처지가 다르다. 창당 전후 악재에 공천과정 파열음, 그리고 야권통합론, 시작부터 끝까지 가시밭길이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 알 수 없는 게 선거이고 정치다.

안 대표는 의석수 40석을 목표로 동분서주하고 있다. 호남에서 20석, 비례대표 10석(정당 지지율 20%), 수도권에서 10석을 내다보고 있다. 사실상 비례대표는 정당 지지율로 의석수를 나눠갖기 때문에 30석을 모두 호남민으로부터 받는 셈이다. 수도권은 당선용이라기보다 야권 견제용일 뿐이다. 더민주당이 지리멸렬해야 안 의원의 차기 대권 가도와 국민의당이 제3당으로 부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안 대표가 목표치를 달성할 경우 총선 이후 야권 재편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또한 ‘새정치’를 실현할 수 있는 든든한 지역 기반을 갖게 된다. 차기 대권 레이스에서 부산 출신인 안 대표가 호남을 기반으로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된다.

안 대표가 호남에 목매는 이유이자 배경이다. 국민의당 이태규 전략홍보본부장은 “호남의 대세를 조기에 정리하고 호남에서 정리된 지지기반을 수도권으로 빠른 시기에 이전시키겠다”고 밝혔다. 호남 지역의 우위를 바탕으로 지지세를 수도권으로 연결시켜 안정적인 정당지지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반면 국민의당과 호남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김종인 대표는 역전을 노리고 있다. 급기야 1940년생으로 올해 76세인 김 대표의 ‘호남대통령론’까지 내비치며 호남민심을 파고들고 있다. “더 이상 킹메이커는 하지 않겠다”, “나는 대장 체질”이라는 언급도 했다. 더민주당 입장에서도 호남 민심은 호남 출신 수도권 유권자들과 상호 작용을 하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안 대표가 더민주당과 호남대전에서 실패할 경우 대선 가도뿐만 아니라 정치 생명에도 엄청난 상처를 입게 된다. 특히 국민의당이 20석 미만의 의석을 획득해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실패할 경우 제3당 새정치 출현의 희망도 사라질 운명이다. “모든 길은 호남으로 통한다”는 안철수 측근들의 한탄이 괜한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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