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을 외면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를 부정하는 것”

[일요서울 | 박정민 기자] “난민은 이 세상이 당면한 모든 문제를 포괄하는 단어다. 따라서 난민을 외면하는 것은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낸 문제들을 모르는 체하는 것과 같다.” 이 말은 지난 2014년 UN 난민기구(UNHCR) 명예대사로 임명됐던 배우 정우성이 첫 난민촌 방문 후 남긴 말이다. 난민이라는 단어에는 종교, 민족, 정치, 분쟁, 가족, 식량 등 많은 것이 담겨 있기에 이들을 외면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정우성은 친선대사 활동을 통해 세상과 사람, 인생이라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그러한 생각은 앞으로의 인생에 있어서도 계속해서 이어질 질문과 고민이라고 밝혔다. 난민들과 직접 만나 소통한 정우성은 난민들의 생활은 정말로 처참했지만 이들에게서 희망이 없는 공허한 눈빛과 함께 희망을 놓지 않으려는 끈질긴 인내의 얼굴을 동시에 보았다는 것. 이곳의 아이들은 자신의 처지와 미래에 대한 인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맑고 순수한 얼굴과 미소를 짓고 있어 가슴 뭉클해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정우성은 이 아이들이 계속해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UN난민기구의 활동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을 다짐했다.

▲ 배우 정우성
정우성은 전세계 11명의 UN난민기구(UNHCR) 친선대사 중 한 사람이다. 전세계적으로 10번째이며, 아시아에서 두 번째 친선대사다. 지난 2014년 명예대사 자격으로 네팔 방문을 시작, 그 이후에도 여러 차례 난민촌을 방문했고 활동을 이어와 지난해 6월에 친선대사로 임명됐다. 지난 2006년 UN난민기구에 한국대표부가 개설된 이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탄생한 친선대사이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친선대사로는 미국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있다.

[일요서울]은 기획특집으로 배우 정우성과 간단한 서면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정우성은 “예전부터 사회활동이나 인도주의적 활동에 관심은 있었다. 다만, 언제 어떻게 시작을 해야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고 말했다.“그러던 중 유엔난민기구 (UNHCR) 한국대표부로부터 함께 활동하자는 제안을 받았고 더 이상 미루지 말자는 생각에 수락하게 됐다”고 답했다.

▲ ⓒ유엔난민기구

이어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직은 가벼운 마음으로 수락해서는 안된다는 생각 때문에 초반 고민도 있었다. 하지만 기회가 왔을 때 시작하지 않으면 계속 미루기만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다소 무거운 마음을 안고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활동이 3년째에 접어든 지금은 그런 부담에서 많이 벗어났다. 난민들도 우리와 같은 평범한 꿈과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그들에 대해 어떤 식으로 한국 대중에게 알려야 할지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처음 시작 때보다 마음이  편해졌고 난민들을 위해, 그리고 유엔난민기구의 활동을 알리기 위해 미미하게나마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정우성은 모든 곳에서의 구호활동이 한 곳, 한 곳, 다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각 지역별로 난민들의 상황은 다른데, 모든 난민에게서 공통된 모습을 발견한다고 했다. 네팔에서 만났던 가족을 레바논에서 떠올리기도 했고 레바논에서의 어떤 상황이 남수단에서 경험한 것과 유사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그것은 아마도 ‘본인이 원하지 않는 이유로 집과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공통적인 아픔을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소견을 밝히기도 했다.

▲ ⓒ유엔난민기구/조세현

정우성은 “난민을 만날 때마다 내가 가진 것들과 우리가 누릴 수 있는 평범한 일상에 감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들을 통해 내가 얻는 것이 더 많다. 난민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계속해서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유엔난민기구에 대해 알리는 것도 동등하게 중요하다”며 “유엔난민기구와 같은 인도주의적 기구와 그 직원들의 땀과 노력이 없다면 오늘날 6천만 명에 달하는 난민들은 더욱 큰 어려움에 처해 있을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직원들을 통해 많은 감동을 받았다”는 소회를 드러냈다.

배우 정우성은 어린 시절 너무 가난해 판자촌 산동네를 옮겨가며 살았다고 한다. 그는 몇 년 전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생계를 위해 중3 때 여고 앞에 있는 햄버거 가게에 알바를 했는데 빼어난 외모 덕분에 손님이 늘었고 그것을 계기로 배우로도 데뷔하게 되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우성은 데뷔 이후 흑역사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과거에도 미남, 현재에도 미남인 연예계 대표 미남 배우 중 한 명이다. 그런 정우성에게 새로운 별칭이 하나 생겼다. 바로 ‘멘탈미남’이라는 호칭이다. 외모와 더불어 멘탈(mental 마음, 정신)까지 미남이라는 인정을 받게 된 것이다. 정우성은 현재 관상을 연출한 한재림 감독의 신작 영화 ‘더 킹’ 촬영에 열중하고 있다. 조인성과 정우성의 만남으로 화제가 된 영화다. 정우성은 당분간 현재 촬영 중인 영화와 친선대사 활동에만 집중할 계획이라고 한다. 앞으로도 그는 한국의 명실상부한 톱배우로서, 또 친선대사로의 아름다운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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