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이어 박근혜까지 朴의 남자 이원종 “朴心 정통한 인물”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청와대 새 비서실장에 이원종 전 충북도지사가 임명됐다. 이 비서실장은 박근혜 정부 출범과 동시에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장을 맡아와 누구보다도 박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인물이다. 비서실장은 청와대 실세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박심'을 따라야 한다는 점에서 적절한 인사라는 평가다. 또한 이 비서실장이 반기문 총장과 같은 대표적인 충청권 인사라는 점에서 박 대통령과 반 기문 총장 간 연결고리가 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뉴시스>


-이원종-반기문-정진석 가시화 된 ‘충청 대망론’
-친박 홍문종 “반기문 총장 인식한 인사 아니다”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은 지난 15일 춘추관에서 청와대 참모진 개편인사를 발표했다. 김 홍보수석은 “이원종 신임 비서실장은 행정 전반에 걸쳐 풍부한 경험을 갖추고 있고 친화력과 신망이 있는 분이다”며 “박 대통령을 원활히 보좌하여 국민 소통과 국가 발전에 기여할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4·13 총선 민의를 수용해 여야 정치권은 물론 각계와의 소통·협치를 강화해 나가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 표명으로 보인다.

이원종 비서실장은 초대 허태열(경남 고성), 2대 김기춘(경남 거제), 3대 이병기(서울) 비서실장에 이은 4대 실장이자 첫 충청권 출신 인사이다. 그는 1942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났다. 집안 환경이 넉넉지 못해 고교 진학을 포기하고 국립 체신학교에 입학 후 1963년 서울로 올라와 광화문 전화국에서 9급 공무원으로 근무하며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야간으로 다녔다.

1966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서울시청 사무관으로 공직에 첫 발을 내디뎠고 대부분 공직 생활을 서울시에서 했다. 이 비서실장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청와대 내무행정관으로 자리를 옮겨 새마을운동 담당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아버지와의 인연을 중시하는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적용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새마을운동 담당해

이 비서실장은 노태우 정부 때인 1991년에는 청와대 내무행정비서관, 이듬해 관선 충북지사(제26대), 1993년에는 관선 서울시장(제27대)으로 일했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건으로 인해 서울시 시장에서 경질되었지만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공직에서 물러난 그는 모교인 성균관대에서 강의하고 청주 서원대 총장을 지내는 등 교육계에 몸담기도 했지만 곧 지방자치제 선거를 통해 다시 정계에 발을 들였다. 1998년 자민련 당적으로 민선 충북지사로 당선돼 2006년까지 관선, 민선 합쳐 세 번이나 충북도지사를 역임했다. 당시 ‘충청권 총리감’ 물망에도 올랐다. 또한 그는 KTX 오송분기역 유치의 1등 공신이다.

이 실장은 당시 인터뷰에서 “사실 오송분기역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걸 150만 도민이 해냈다. 완전한 통합을 통해 역사에 남을 수 있는 오송분기역을 이뤄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실장의 등장이 충청권에 대한 ‘적극적 구애’로 해석되는 이유다. 충청권에 ‘차기’의 희망을 주면서, 국정 동반 세력으로 예우하는 그림은 물론 여소야대 정국에서 새로운 국정동력의 포석으로해석된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실세 카리스마형’, 이병기 전 실장이 ‘정무·소통형’이었다면 신임 이원종 실장은 ‘전형적인 뒷바라지형’이라는 평이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참모들에게 강조한 말은 “비서는 소리도 내고 다니면 안된다”는 점이었다고 한다. “비서는 입이 없다”고 늘 강조했던 김기춘 전 실장과 스타일이 닮았다. 실제 이 실장은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곤 외부와 접촉을 자제하고 있다. 이병기 전 실장이 취임 후 사흘 만에 국회를 찾은 것과 달리 아직 여야 지도부 방문 계획도 잡혀 있지 않다.

-“이 비서실장은 전형적인 뒷바라지형”

그렇다고 소통을 경시하는 건 아니다. 이 실장은 업무보고에서 “아래로도, 위로도, 옆으로도 (정보와 업무) 공유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청와대 인사들은 전했다. 이 실장은 업무보고에서 “국민들에게 변화된 모습을 보여 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자신이 임명된 것이 새누리당의 4·13 총선 패배 이후란 점을 의식한 듯 “시련을 잘 이겨내면 더 성숙해진다.

국가 지도자를 지근거리에서 모신다는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알고, 열심히 긍정적으로 업무에 임해 달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9급 공무원에서 시작해 서울시장과 세 차례 충북도지사 등을 역임한 이 실장답게 업무 적응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평을 듣는다. 한 참모는 “업무 파악이 끝나면 ‘행정형’ ‘관리형’ 실장으로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비서실장은 친박이 차기 대선후보로 점찍어 놓고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함께 충청 모임 ‘청명회’에서 함께 활동해온 멤버다. 이에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반 총장을 차기 대선후보로 영입하기 위한 작업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반 총장이 방한을 앞두고 대권 도전을 시사했기에 더욱 그렇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방문 시 반기문 총장과 일곱 차례나 만났다. 단순히 새마을운동이나 6자회담을 위한 회동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레임덕을 경계하며 동시에 차기 정권을 생각하는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서는 반기문 카드가 자신에게 가장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권(정진석 비대위원장), 차기 대권 유망주(반기문 유엔총장)에 이어 청와대까지 충청권 인사가 보강됐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은 16일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반기문 총장을 의식한 것이 아니다”라며 “오비이락”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홍 의원은 전날 이 신임 비서실장이 ‘(반 총장과) 같은 고향인 정도다. 뵌 지도 오래됐다’고 말한 것을 언급하며 “어떻게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되기는 했지만, 제가 보기에는 반기문 총장님을 의식해서 만든 혁신위원장이나 비서실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jh0704@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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