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명부에 동일인이 2만주 보유한 주주로 ‘깜짝’ 등장했나?

투자 피해자들 전관로비·우회변론 의혹제기

[일요서울 | 송승환 기자] 정운호(51·구속수감 중)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전관 로비 의혹 사건에 연루된 홍만표(57·사법연수원 17) 변호사가 투자 사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업체의 주주(株主)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조희팔 사건등 다단계·유사수신 투자사기 피해자들의 모임인 바른가정경제실천을 위한 시민연대가 지난 25일 공개한 D사의 주주명부에는 홍 변호사와 같은 이름의 인물이 2만주를 보유한 주주로 등장한다. 이 주주는 홍 변호사와 생년월일과 주소지가 같다는 점에 비춰 동일 인물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려 있다.

양돈업을 하면서 금융업에도 관여한 D사는 유사수신행위에 따른 투자 사기 업체로 지목돼 검찰 수사를 받았다.
 
D사 대표 최모씨는 20092013년 어미 돼지 1마리당 500600만 원을 투자하면 새끼 돼지를 20마리 낳아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속여 1만여 명 투자자에게서 2400여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起訴)됐다. 1심과 항소심에서 최 씨의 공소사실 중 핵심에 해당하는 투자 사기 혐의는 무죄 판단을 받았고, 횡령(橫領) 혐의만 인정됐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돼 있다. D사의 후신인 B사 주주 명부에도 홍 변호사와 동일한 이름이 기재돼 있다. B사는 D사가 제도권에서 투자를 받는 형태로 사업 방식을 바꾸기로 하고 새로 세운 업체다. 홍 변호사가 D사의 주주가 아니냐는 의혹은 검찰 수사의 본류로 여겨지는 전관 로비 및 부당 수임 의혹과도 연결될 여지가 있다. 투자사기 피해자들은 통상 유사수신 업체에서 주주 명부에 등장하는 이들은 경영진의 측근이거나 차명인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투자 확대를 위해 사회적 저명인사를 주주로 내세우거나 송사(訟事)를 도와주는 변호사를 주주 자격을 부여하기도 한다는 게 투자사기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B사의 주주 명부에는 D사 대표 최 씨의 형사사건을 변론하는 변호사가 2만주를 보유한 주주로 기재돼 있다. 이런 외견 때문에 검사장 출신의 홍 변호사가 최씨의 형사사건이나 D사의 송사 문제를 간접적으로 도와주고 주주 자격을 부여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을 투자사기 피해자들은 제기하고 있다. 홍 변호사는 투자사기 혐의를 받은 최씨의 형사사건을 수임하지는 않았지만 D사와 관련된 다른 송사를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D사는 최 씨와 회사 투자자들 사이에 경영권 분쟁이 있었고 이 때문에 폭행 사건이 빚어지기도 했는데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홍 변호사가 깊이 관여했다는 증언이 D사 안팎에서 나오기도 했다. D사의 사건에서도 여타 사건과 유사한 형태로 홍 변호사의 우회 변론이나 대리 수임의혹이 제기된다.
 
<일요서울>27D사의 주주가 맞는지, 사실이라면 주주가 된 경위는 무엇인지 등을 묻고자 홍 변호사와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홍만표는 누구?
 
홍만표 변호사는 강원 삼척 출신으로 검찰 내에서 대표적인 특수통검사였다.
 
서울중앙지검 특수 1·2·3부 검사와 특수1부 부부장, 대검 중앙수사부 중수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 대검찰청 수사기획관 등 수사 분야의 주요 직책을 두루 거쳤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부정축재 사건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가 연루된 한보그룹 비리, 2003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 유전개발 의혹 수사, 황우석 교수 논문조작 사건 등 굵직굵직한 특수 수사에 참여했다. 2009년엔 대검 수사기획관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조사 계기가 된 박연차 게이트수사를 지휘하는 등 전직 대통령들과 측근들을 대거 수사했다. 한보 비리 수사에선 국회의장을 비롯해 현역
 
국회의원 33명을 조사하기도 했다.
 
2011년엔 검사장 직책인 대검 기획조정부장으로 있다가 검경 수사권 조정 실패의 책임을 지겠다며 검찰을 떠났다. 당시 건강 악화로 수술을 받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겨울에도 다시 수술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개업한 이후 홍 변호사는 이른바 전관예우효과로 법조계에서 돈 잘 버는 변호사로 소문이 났다. 2013년 한 해에만 수임료로 신고한 소득이 91억여 원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정운호 대표가 전관 변호사들을 동원해 거액의 수임료를 지불하고 구명·선처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홍 변호사도 검찰 수사 대상이 됐다.
 
검찰은 홍 변호사의 자택과 법률사무소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그가 사실상 운영하는 부동산 관리업체까지 찾아내 변호사법 위반·탈세 등의 의혹 관련 증거를 확보했다.
 
홍 변호사는 27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나왔다. 한때 한솥밥을 먹었고 본인이 지도했던 후배와 마주하게 됐다. 이번 수사 주임검사인 이원석 특수1부장은 홍 변호사와 검찰 내 특수통이라는 이력이 닮았을 뿐 아니라 실제로 함께 근무했던 사이다. 홍 변호사가 대전지검 서산지청장이던 2000년에 이 부장검사를 소속 검사로 뒀다. 홍 변호사가 2005년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으로 유전개발 의혹을 수사했던 당시 대검 소속이던 이 부장검사가 파견 형식으로 수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songwi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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