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들이부어 만든 조형물 ‘애물단지’ 논란
세금 들이부어 만든 조형물 ‘애물단지’ 논란
  • 권녕찬 기자
  • 입력 2016-05-30 10:06
  • 승인 2016.05.30 10:06
  • 호수 1152
  • 25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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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 소리 나는 흉물 퍼레이드

▲ 강남 '말춤' 동상

조형물 의미 알수 없어예산 낭비 목소리
지자체 94% 공공조형물 관리 규정 없어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강남 말춤 동상, 한강 괴물 동상, 파주 평화의 발 등 기념이나 홍보를 위해 만들어진 조형물이 시민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다. 조형물을 봐도 그 의미를 쉽게 알아챌 수가 없어 이해 안 된다며 세금 낭비란 지적이다. 게다가 전국 대다수의 지자체가 공공조형물 관리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체계적인 심의와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15일 서울 강남 코엑스 앞에는 가수 싸이의 노래 강남스타일에 나오는 말춤안무의 손목을 형상화한 거대 청동 조형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높이 5m, 8m에 달하는 이 동상을 만드는 데 37780만 원의 세금이 투입됐다. 강남구청은 말춤 열풍으로 강남을 전 세계에 알린 강남스타일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강남만의 독특한 문화를 보여주자는 의미를 담아 기획했다고 밝혔다. 뉴욕의 월스트리트 황소 동상, 맨해튼 6번가의 빨간색 ‘Love’ 조각상처럼 그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를 조성해 말춤 동상을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키우겠다는 취지다.
 
한 달여가 지난 지금 성공이냐, 실패냐평가하는 것은 이르지만 동상을 본 사람들은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회의 참석차 코엑스로 왔다는 40대 전모씨는 지나가면서 동상을 보고 뭔지 잘 몰랐는데 옆에 강남스타일글씨를 보고나서야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랜드마크는 그 의미가 바로 와 닿아야 하는데 이 동상은 제작 의도를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전형적인 세금 낭비 아니냐고 꼬집었다. 서울 시민 이민수(34)씨는 처음 봤을 때 수갑이 떠올랐다랜드마크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30)씨도 그냥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조형물 같다차라리 싸이 동상이 낫겠다고 지적했다.
▲ 한강 '괴물' 동상
한강공원에도 시민들의 환영을 못 받는 조형물이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1한강 이야기 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의 모습을 본뜬 거대 조형물을 여의도 한강공원에 설치했다. 길이 10m, 높이 3m, 무게 5톤에 달하는 이 괴물18000만 원의 세금이 투입됐다.
 
하지만 명물보다는 흉물에 가깝다는 반응이 많다. 집과 가까워 공원에 자주 온다는 대학생 박철원(25)씨는 영화 속 괴물은 마구잡이로 건물을 부수고 사람을 집어 삼키는 캐릭터인데 이것이 과연 적절한 스토리텔링인지 모르겠다고 의구심을 표했다. 또 그는 이거 2억 원 들어간 거 아니냐고 반문하며 세금을 나 같은 청년들의 복지든지 다른 좋은 곳에 썼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주부 양모씨(45)“10년이 다 된 캐릭터를 왜 이제야 쓰는지 모르겠다괴물 동상 앞부분을 보면 흉측하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 파주 '평화의 발' 동상 (사진=국방홍보원)
무분별한 조형물 건립은 지자체에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경기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는 육군이 주도하고 대기업이 후원한 평화의 발이라는 제목의 기념물이 세워졌다. 20158·4 비무장지대(DMZ) 작전에 참여했다가 지뢰 폭발로 다리를 잃은 두 육군 장병의 전공을 기리기 위해 세금 2억 원을 들여 만들었다. 군 당국은 북한의 지뢰 도발에 다리를 잃은 두 장병을 기억하자는 숭고한 희생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잘린 발목을 형상화한 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일었다. 하나의 기념물로서 볼 수도 있지만 당시 두 장병의 다리가 절단된 내용을 알고 본다면 거부감이 생긴다는 것이다. 한 미술평론가는 발이 잘렸으니 발을 만들어 세우는 것은 지나치게 1차원적이고 단순한 발상이라며 공공의 주체임에도 자의식이나 가치관과 상관없는 상징물들을 어쩔 수 없이 보고 지나쳐야 하는 시민들만 불쌍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국 지자체 14곳만 규정 있어
 
그동안 공공조형물을 무분별하게 건립해 주민의 원성을 사거나, 파손·훼손돼 흉물로 방치되는 사례가 많았다. 부산시의 경우 등록된 공공조형물 543개 중에 제대로 관리 되지 않은 것만 180(33%)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고스티커가 다닥다닥 붙어 있거나 녹이 슬어 흉물스럽게 방치되는 식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14년에 진행한 전국 지자체 대상 공공조형물 실태 조사에 따르면 공공 조형물은 전국적으로 2400여 개, 투입된 예산은 4000억 원이 넘는다. 공공조형물 건립 주체비율은 지자체가 70%로 민간 17.6%보다 훨씬 높았다.
 
문제는 전국 244개 지자체 중 공공조형물에 관한 규정을 마련한 지자체가 서울과 대구 등 6%(14)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나머지 94%(230) 기관은 관련 규정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부 지자체는 조례를 제정하여 운영 중이나 사전타당성 심사·조형물 선정 심사절차·사후관리 규정 등이 미흡해 공공조형물의 전반적인 관리·감독에 큰 구멍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심의위원 구성 시 조형물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공무원이 대다수 당연직으로 포함돼 있었고, 조형물을 관리하는 총괄 부서도 없었다. 게다가 기본적인 관리대장조차 없는 곳이 많아 사후관리 수준도 바닥인 것으로 나타났다. 양현미 상명대 교수는 전국 건축물 미술작품은 데이터베이스화를 통해 관리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지자체가 직접 건립한 작품은 어디에 어떻게 건립돼 있는지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조형물은 그 자체가 미술작품으로서 미적 대상이며 지역의 상징성을 나타내는 취지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지역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세워져야한다고 주장한다. 경희대 산업디자인학과 김규현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형물은 지역 내 환경·시민·문화 등과 함께 어우러졌을 때 그 의미가 있다시민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조형물은 알 수 없는 상징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kwoness7738@ilyoseoul.co.kr

권녕찬 기자 kwoness7738@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