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상가 실버 영화관, 탑골공원… 만남의 장 찾아

65세 이상 고령인구, 여가시간으로 하루 7시간 사용

[일요서울 | 변지영 기자] 요즘 2030세대들의 놀이터는 영화관, PC, 클럽 등 다양하다. 파티룸, 스파룸 등 새로운 놀이공간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4050세대 역시 기존 놀이터인 골프장, 당구장, 노래방 등의 전통적인 놀이공간에서 여가를 보내고 있다. 그렇다면 은퇴 이후, 60대 이상의 노년은 어디서 무엇을 하며 놀까. 서울에서 놀 줄 안다60대 이상 노년층은 종로로 모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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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8, 서울시 종로구에 있는 낙원 상가를 찾았다. 추억과 낭만을 상영하는 실버영화관을 찾기 위해서다. 상가 4층으로 올라가자 젊은 대학생들이 연습실을 빌려 음악 연습을 하고 있었다. 연습실을 지나자 곧 실버 영화관이 보였다.
 
영화를 기다리는 두 어르신을 볼 수 있었다. 양 손에는 꿀유자차 두 잔이 들려 있었다. ‘무슨 영화보시느냐묻는 기자에게 두 어르신은 선뜻 옆자리에 앉기를 권했다.
 
요즘 노년들은 어디서 노나
 
잠실에 사는 권모(72·) 할아버지와 정모(90·) 할아버지는 40년지기 친구로 종종 낙원상가에 있는 실버영화관을 찾는다. 꼭 목적이 영화 관람인 건 아니다.
 
정 할아버지는 영화를 보려는 사람들도 오지만 이곳은 새로운 사람들과 소통하려 모이는 곳이라며 문화생활을 하고 새로운 사람과 대화하는 것은 젊은 마음으로 살아가는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실버영화관은 노인 맞춤형배려들은 극장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노인들의 감퇴된 시력을 감안해 자막 크기는 일반 극장의 1.5배로 키웠다. 또 자막의 위치도 중간 아래쯤에 배치했다. 상영관 안에는 거동이 불편한 분들의 이동을 돕기 위해 곳곳에 손잡이를 달아뒀다.
 
모바일이나 인터넷 예매 시스템도 실버영화관에는 없다. 노인세대가 모바일이나 인터넷에 취약하다는 것을 감안한 것이 배려다. 표는 당일 아침 현장에서 예매한다.
 
김은주 대표는 어르신들이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과 더불어 자부심을 갖고 웃으면서 일할 수 있는 곳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극장 주변에 밥집 추억더하기어르신뷰티살롱등 노인대상 사업을 확장했다. 이용비용은 모두 3000원이며 근무자들 대부분이 65세 이상 노인들이다. 김 대표는 어르신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언제든지 들러 행복한 하루를 지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나의 미션이라고 강조했다.
 
권 할아버지는 낙원 상가 인근 복지관에서 서예와 요리도 배운다고 전했다. 그는 혹여 마누라가 저 세상에 먼저 가면 밥은 어떻게 해먹고 살겠냐는 농담을 건넸다. 그러더니 몇 달 전 서울 시장이 복지관에 찾아왔다. 우리가 요리를 배우고 있었는데 같이 먹고 사진도 찍었다며 기자에게 연신 자랑을 늘어놨다.
 
이 곳을 찾은 정태산(80) 할아버지는 40년 이상을 무역업을 해왔다. 정 할아버지는 은퇴 후에도 일은 놓지 않고 싶어 계속 하고 있다. 실버 영화관에는 퇴근 후 들리는 곳이라며 위치가 좋고 친구도 사귈 수 있어서 만남의 장이나 다름없다라고 말했다.
 
정 할아버지가 실버 영화관에서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는 맘마미아. 실버영화는 오전 10:30부터 첫 상영을 시작하고 오후 6:50이 마지막 상영 영화다. 517일부터 6월까지 상영하는 영화로는 비소와 오래된 레이스’, ‘형제는 용감했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사랑의 전주곡’, ‘마타하리’, ‘잊혀진 전쟁’, ‘비리디아나’, ‘거인등이 상영중이다. 인터넷 검색창에서 실버영화관을 검색하거나 02)3672-4232로 문의하면 자세한 사항을 확인 할 수 있다.
 
헐리우드클래식 영화만을 재상영하는 낭만극장 프로그램50세 이상 3천 원이며 빅트레일’, ‘기병대’, ‘파라다이스캐년등이 상영 중이다.
 
내 나이가 어때서
문전성시 이루는 콜라텍
 
종로의 한 성인콜라텍은 해가 지면 춤 추는 노인들로 붐빈다. 성인콜라텍은 젊은이들의 나이트클럽처럼 음악과 춤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과거 술을 마실 수 없는 청소년들을 위한 콜라텍이 현재는 성인콜라텍으로 변모했다.
 
이곳 역시 실버세대를 위한 배려가 눈에 띈다. 높은 층의 건물에 콜라텍이 위치한 층에만 서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다.
 
은퇴 후 수입이 없다는 점을 감안해도, 부담스러운 가격이 아니다. 콜라텍 입장료는 1000원 남짓. 한모(83) 할아버지는 “1000원으로 밖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뭐 있겠냐. 콜라텍에 오면 웃음도 많아지고 가벼운 스텝을 밟으며 건강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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