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경영 ‘착착’ 진행…막내딸서 최대주주로

 

아버지 양성민 회장 때부터 후계구도 염두…탄탄한 입지 구축
회사 경영권 갖기에는 나이 어려…어머니가 조력자 역할 수행

[일요서울ㅣ이범희 기자]  2016년에도 여풍이 계속 불 것으로 보인다. 각계 분야에서 여성이 리더 자리에 오르는 일이 계속 늘고 있다. 그동안 여성들의 사회 활동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결코 깨뜨릴 수 없는 장벽이란 의미의 ‘유리천장’에 가로막히는 일이 많았다.

능력과 자격을 갖춰도 고위직으로의 승진이 차단되는 상황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대통령, 여성 CEO, 여성 임원 등 유리천장을 깬 주인공들이 늘어나면서 ‘여풍당당(女風堂堂)’이란 신조어도 나타났다. 이에 [일요서울]은 여성시대를 주도하고 있는 주인공들을 살펴봤다. 이번호 주인공은 조광페인트 최대주주 양성아 전무다.

부산 향토기업 조광페인트는 지난달 22일, 최대주주를 고 양성민 회장에서 셋째 딸 양성아씨로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양성아씨는 양 회장의 주식 156만3290주를 상속받아 기존에 보유하던 71만9600주(5.62%)에 더해 총 228만3090주(17.84%)를 확보했다.

이로써 양성아씨는 74만4360주(5.82%)를 보유한 첫째 언니 양은아씨와 73만3930주(5.73%)를 보유한 둘째 언니 양경아 씨보다 더 많은 주식을 갖게 됐으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슬하에 딸만 셋을 둔 고 양성민 회장은 생전부터 막내딸인 양 전무를 후계자로 낙점했다고 한다. 1977년생인 양 전무는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경영학석사학위(MBA)를 취득하고, 2003년 회사에 입사후 줄곧 경영수업을 받았다.

양 전무는 현재 영업·기술본부 총괄 전무이사이자 비상장사인 조광요턴의 전무이사직을 겸하고 있다. 조광페인트는 100% 자회사인 조광베트남과 조광요턴의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다.

조광요턴은 지난 1988년 조광페인트와 노르웨이 요턴사가 각각 50대 50으로 설립한 합작사로 선박과 플랜트에서 쓰는 선박·중방식 페인트를 생산하고 있다. 2014년 조광페인트는 조광요턴으로부터 지분법이익 50억원(배당금 50억원)을 수취했다.

그러나 양 전무가 실제 경영권을 승계받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나이나 경력 등을 감안하면 대표이사직에 오르기까지 준비기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식 상속이 실질적인 의미보다는 상징적인 의미로 해석되는 이유다.

회사 관계자는 “각자 대표체제로 경영되고 있어 양 전무에 대해 외부에 공식적인 의견을 전하기 어렵다”며 “다만 외부의 우려와 달리 10여년 이상 회사에 근무하고 아버지로부터 경영 수업을 받으며 전문성을 탄탄하게 쌓았다”고 전했다.

현재 조광페인트는 전문경영인인 문해진·이대은 각자 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문 대표는 경영총괄을 책임지고, 이 대표는 영업·기술부문을 맡으면서 양 전무의 조력자이자 협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외에 양 회장의 동생인 양성호 부회장도 양씨 일가의 경영을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양 회장의 급작스런 유고로 경영 공백이 우려되자 부인인 송경자씨를 임기 3년의 대표이사 회장으로 신규 선임했다. 다만 송 회장이 1942년생(75세)으로 고령인 데다 그동안 회사 업무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으로 비춰볼 때 회장 선임은 상징적인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회사 경영 전반에 관한 실무는 양 전무가 담당하고 있는 만큼 송 씨는 양 회장의 공백을 메우고 회사의 수장으로서 총괄 책임자의 역할을 담당할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딸만 셋을 둔 양 회장이 일찌감치 막내딸인 양 이사를 후계자로 염두에 두고 승계구도를 그려왔던 것으로 안다”며 “다만 양 전무의 경력과 나이 등을 감안할 때 곧바로 3세 경영체제로 전환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하고 잠시 준비기간을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조광페인트는 2세에서 3세 경영체제로 넘어가는 격변기를 맞고 있다”며 “당장은 오너 일가와 전문 경영인이 호흡을 맞춰 회사를 이끌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조광페인트는 각종 도료의 제조·판매를 주 사업 목적으로 지난 1967년 1월 설립됐으며 부산 사상구에 본사가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1834억 원으로 국내외 경기 침체 영향으로 전년대비 3.1% 감소했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수익성 개선으로 영업이익은 168억 원을 기록하며 7.98% 늘었다.

이는 목공용 제품에서 탈피, 최근 특수 기능성 페인트 개발에 주력해 건축, 공업용 등에서 다양한 기능성 제품을 생산 중이다. 특히 선박용 도료 부문을 분리해 설립한 조광요턴을 통해 중국과 베트남 등 해외진출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는 전 사업부문의 고른 성장이 기대되며, 신규 전자제조 분야와 친환경·의료 분야의 영업활동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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