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화여고 교사·교육학 박사

김 소 미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인 2001년 개봉된 영화 두사부일체는 코미디 액션영화이다. 타고난 카리스마로 한국 조직사회에서 급부상한 영동파 두목 계두식. 그는 명동파를 접수하고 조직수뇌부들과 첫 회의를 마친다.
 
두목의 고교 졸업장이 꼭 필요했던 부두목 상두와 대가리는 두목을 학교로 보내기 위해 구역 내의 단란주점 두 개를 팔아 결국 유명 사립고교에 기부금 입학을 시킨다. 학교로 간 두식은 어떻게든 졸업장을 따려고 노력하지만 결코 순탄치 않은 상황이 계속 발생한다.
 
이 영화의 스토리 대부분은 학교에서 전개된다. 영화 제목인 두사부일체임금과 스승, 아버지의 은혜는 다 같다라는 뜻의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에서 따 왔다.
 
사부(師父)’는 스승을 높여 부르는 별칭이다. 사람 구실을 제대로 하며 살아가도록 가르침을 주시는 스승의 역할이 아버지와 다를 바가 없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불렀을 것이다. 제자가 스승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그림자를 밟지도 못할 정도로 예의를 갖춘 것이다.
 
그런데 어느 틈엔가 21세기 우리의 교육현장에는 패륜이 넘쳐나고 있다. 최근에 흑산도에서 발생한 학부모 여교사 윤간 사건은 그야말로 치가 떨릴 정도로 개탄스럽고 참담한 심경이다.
 
지난해 12월엔 경기도 이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남학생들이 기간제 교사에게 욕설을 하면서 빗자루로 수차례 때린 이른바 빗자루 폭행사건이 발생해 큰 충격을 줬다. 부산의 한 중학교에서 남학생이 여교사의 수업 도중 교실에서 자위행위를 하다가 적발됐다. 교사가 훈계를 하거나 체벌하려고 하면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꺼내 촬영하면서 위협한다고 하니, 실제 교육현장에서 느끼는 교권추락은 훨씬 심각한 수준이다.
 
이러한 위기는 최근 교사들의 설문조사를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한 교육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초··고교 교사들의 학교생활 만족도 조사에서 10명 중 3명 이상은 교직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권침해와 생활지도의 어려움, 과도한 행정업무, 불합리한 경쟁 등으로 교직생활에 회의를 느끼는 교사들이 많다는 의미다. 교권침해에는 학생이나 학부모의 폭언·폭행·명예훼손 등이 가장 많았다. ‘교권추락이라 불리는 교사들의 수난은 교육계의 문제가 쌓이면서 나타난 결과다.
 
미래 100년을 좌우하는 게 교육이 아니던가. 그런데 어쩌다가 우리의 교단이 이 지경이 됐을까? 박근혜 정부의 교육은 꿈과 끼를 얘기하고, ‘행복을 말한다.
 
4대 개혁과제에 노동, 공공, 금융과 함께 교육도 들어 있다. 6대 교육개혁과제라고 해서 자유학기제 확산, 공교육 정상화 추진, 사회수요 맞춤형 인력 양성, ()취업 후()진학 활성화, ·학습 병행 확산, 지방교육재정 개혁도 추진 중이다. 모두 중요하다.
 
학교개혁, 교육개혁은 지난한 일이다. 교육의 목표(Target)를 재설정하고, 교육에 대한 기대 사고(Thought)와 교육 수요자의 선호(Taste)를 수정함으로써 새로운 인재상(Type)을 확립해야 한다. 교육과정(Track), 교육기간(Term), 교육방법(Teaching), 평가방법(Test)을 몽땅 바꿔야 가능한 일이다. 동원할 수단(Tool)과 시간표(Timetable)의 제시도 빼놓을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이해당사자가 전 국민이라는 것이다. 이 복잡한 ‘10개의 T’를 누가 준비해서 같은 목표를 지향하도록 할 것인가.
 
국내 최대 규모의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회장의 역할론이 대두되는 이유이다.
 
사실 교육개혁의 대상과 방법에 대한 연구는 축적돼 있다. 문제는 한국 교육이 파탄에 이르렀다는 절박한 위기의식과 일부 부작용을 무릅쓰고라도 개혁에 착수하겠다는 강력한 실행 의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국 교육은 시간적으로는 20세기에 머물러 있고, 공간적으로는 한국만의 편협한 논리에 매몰돼 있다. 내용면에서는 강요된 평준화와 과당경쟁에 신음하고 있고, 방향 면에서는 자율을 억압하는 규제의 세계로 퇴행하고 있다.
 
이런 현실은 교육이 국가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신화를 완전히 지우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교총이 정책 등 모든 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이제 창립 70주년을 맞이하는 제36대 한국교총 회장은 새로운 각오로 교총을 변화시키고 교육의 정상화에 앞장서야 한다. 필자는 이번 교총회장 선거에 출마한 두영택 광주여대 교수를 주목하고 있다.
 
대정부와 대국회 협상능력의 최적임자로 평가받는 두 교수를 주목하는 이유는 그의 능력과 자질이다. 역대 한국교총 회장은 명망가와 대학 교수라는 콘셉트가 있었다.
 
두 교수의 현장 교사 24년 경력과 전문성, 리더십과 다양한 시민사회단체 활동 경험이라면 교총의 당면 현안과 교원들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역대 한국교총 회장 중 인상적인 업적을 이루고 떠난 사람은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두 교수에게 청이 하나 있다. 한국교총 회장에 당선되면 평상 업무와는 별도로 중장기 교육개혁 연구팀을 꾸려서 운영해 달라는 것이다.
 
중간 발표도 필요 없다. 부담 없이, 그러나 책임감을 갖고 연구해서 내년 제19대 대통령 당선인에게 넘겨주면 된다. 교총회장의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훌륭한 업적이 될 것이라고 감히 장담한다.
 
교육개혁, 이미 늦어도 한참 늦었다. 준비조차 안 한다면 교육개혁 이전에 한국교총부터 개혁의 대상이 될 것이 자명하다.
 
새로 선출된 한국교총 회장이 교육계 내부로부터의 개혁에 깃발들고 앞장선다면, 대한민국 미래 교육 100년은 물론 교총 70주년 역사에서도 새로운 장을 여는 영웅으로 길이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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