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국민의당 박선숙 의원과 김수민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복수의 선거홍보업체로부터 수억원의 불법정치자금을 받고 허위로 회계보고한 혐의로 고발했다. 이미 국민의당 소속 박준영 의원이 ‘공천 헌금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어 잇따른 검풍(檢風)에 국민의당 수뇌부는 곤혹스런 표정이다. 특히 김수민 의원의 경우 헌정사상 최연소 비례대표 여성의원으로 주목을 받은 데다 아버지가 신한국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낸 바 있어 공천 당시 ‘금수저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20대 원구성과 동시에 3명의 현직 국회의원이 검찰수사를 받게 된 국민의당이 출발부터 위기국면을 맞고 있다.

- ‘리베이트 수수’ 의혹 최연소 여성 의원 김수민은
- 父 14대 신한국당 비례의원 ‘부녀 국회의원’ 유명


김수민 국민의당 의원이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김 의원은 4.19 총선 선거대책위원회 홍보위원장직을 맡았을 당시 선거공보 제작사와 TV광고 대행사에 자신이 대표로 있던 디자인 벤처기업과 허위계약서를 작성하며 수억원대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선관위에 따르면 김수미 의원(비례초선, 30)이 당 선거대책위 홍보위원장으로 있으면서 선거 관련 업체로부터 2억원대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고발돼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불법정치자금이 오가는 과정에 박선숙 당시 사무총장(56.재선)이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돼 수사 결과에 따라 ‘새정치’를 표방한 국민의당 이미지에 적잖은 상처를 입힐 전망이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김도균 부장검사)는 9일 선거공보 제작업체 A사, TV광고 대행업체 B사 등 6곳을 압수수색해 회계장부와 전산자료 등을 확보했다. A사는 총선 당시 김 의원이 대표로 있는 ‘브랜드 호텔’을 통해 국민의당 선거 물량을 따낸 뒤 허위계약서를 작성해 브랜드 호텔에 1억1000만 원의 뒷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B사 대표도 같은 회사에 6820만 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자사 명의 체크카드를 발급해주는 수법으로 국민의당 당직자에게 6000만 원을 건네 혐의를 받고 있다.

‘압수수색’에 ‘출국금지’까지 전격수사

특히 검찰은 당 회계책임자인 박선숙 의원 등이 리베이트를 수수하고 실사용역 비용 이상으로 선거비용을 보전받을 목적으로 선관위에 과장 신고를 한 것인지도 살펴보고 있다. 이미 검찰은 이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받는 서울의 한 대학교수 C씨를 포함해 관계자들을 출국금지시켰다. 검찰은 일단 국민의당 회계장료를 선관위로부터 추가로 받아 분석을 마치는 대로 김 의원을 소환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에서는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국민의당 법률위원장인 이용주 의원은 A사로부 받은 1억여원은 “정상적인 계약을 하고 계약대가로 지급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B사로부터 받은 돈 역시 “실제 리베이트가 아니라 일정한 홍보를 제공하고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선거 홍보대행사인 A사와 B사가 브랜드 호텔에 PI(Party Identity, 정당이미지, 선거이미지) 작업등을 하청을 주고 정상적으로 대가를 지급했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 의원은 김 의원이 대표로 있는 브랜드 호텔과 홍보 작업을 진행하려던 중 김 의원이 비례대표 7번을 받으면서 브랜드호텔과 직접적인 계약을 맺기가 부담스러워 S업체를 중간에 내세웠다고 설명했다. 즉 업체 간 거래로 김 의원이나 박 의원 그리고 당과는 무관하다는 반박이다.

또한 B사가 체크카드를 발급하는 방식으로 국민의당 선거홍보 관련 팀원에게 6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추가로 건넸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이 의원은 “김 의원이나 국민의당 당직자 누구도 체크카드를 사용한 사실이 없다”면서 “단지 일부 외부 사람이 체크 카드를 사용한 점은 있다”고 일부분 시인했다.

검찰수사가 선관위 고발 다음날 압수수색과 출국금지가 전격 이뤄지자 칼끝이 국민의당 전체로 향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도 당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국민의당은 총선이 끝나자마자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박준영 의원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어 당혹감은 더 큰 상황이다.

박 의원은 지난해 11월에서 올 3월 전 신민당 사무총장 김모(64.구속기소)씨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약 3억6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박 의원에 대한 1차 구속영장은 기각됐지만 김씨가 최근 “박 당선인에게 직접 돈을 건넸다”는 진술을 검찰이 확보하면서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부친은 신한국당 비례 딸은 국민의당에서

한편 검찰 고발을 당한 김수민 의원은 비례대표 7번으로 헌정사상 최연소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되면서 당선인 신분부터 화제를 낳았다. 역대 최연소 선출직 국회의원은 김영삼 전 대통령으로, 김 전 대통령은 1954년 5월 26세 나이에 국회의원이 됐다.

김 의원은 충북 청주 일신여고, 숙명여대 시각영상디자인과를 졸업했다. 숙명여대 디자인 동아리 ‘브랜드호텔’에서 활동한 김 의원은 이를 광고홍보전문 벤처기업으로 전환해 대표를 맡아 과자업계에 선풍적인 인기를 끈 ‘허니버터칩’과 이마트 자체상품 ‘노브랜드’ 디자인 작업에도 참여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브랜드 호텔은 상품 패키지 디자인뿐만 아니라 국민의당 PI(선거이미지)도 만들었다. ‘국민 편이 하나쯤은 있어야지’, ‘1번과 2번에겐 기회가 많았다. 여기서 멈추면 미래는 없다’ 등 국민의당 선거 메시지도 브랜드 호텔의 작품이다.

김 의원의 발탁은 이미 출국금지된 대학교수 C씨가 김영환 당시 당 인재영입위원장에 소개했고 안철수 대표가 직접 만나 영입했다. 이후 비례대표 7번으로 깜짝 등장할 당시 나이가 30세로 청년 몫 비례대표로 공천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김 의원의 아버지가 새누리당 충북도당 부위원장인 김현배 (주)도시개발 대표이사로 신한국당(새누리당 전신) 비례대표 공천을 받아 14대 국회의원을 지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금수저’ 논란이 일었다. 비례대표 7번을 받을 당시 국민의당 내에서도 뒷말이 나왔다. 당 관계자는 “청년 비례대표라면 이 시대 청년이 절망하는 ‘금수저 흙수저’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본 사람이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당시 젊은 당원들 사이에선 납득하기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안철수, “검찰 조사 예의주시하겠다”

화제와 논란의 한 가운데 있던 김 의원을 비롯해 2명의 현직 국회의원이 검찰 수사를 당하면서 국민의당은 최대 위기국면을 맞고 있다. 특히 안철수 대표가 ‘새정치’를 내세워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교섭단체 이상의 의석수를 차지하고 명실상부한 3당을 차지한 직후이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검찰 수사 관련 “유감스런 일이다”면서도 “검찰의 조사를 예의주시하겠다”고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닌지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다.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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