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본색원하겠다!” 비의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가 최근 떠돌고 있는 악성루머와 관련, 강경대응할 의사를 밝혔다. 소속사 측은 13일 “괴소문이 유포되어 비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다”면서 “근거 없는 루머를 작성,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 발본색원, 엄정 대응키로 했다”는 입장을 표했다.연예인과 관련된 악성루머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악성루머는 유명 연예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치르게 되는 ‘홍역’같은 것으로 70~80년대에도 걸핏하면 터지는 악순환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루머가 그냥 흘리기에는 너무도 ‘고단수적’이고 ‘악질적’으로 진화해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근거없는 루머들은 ‘눈깜짝할 사이’ 온 세상에 퍼져 당사자들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안기고 있는 실정이다.

‘내 친구의 언니가 들었는데…’

가장 흔한 악성루머는 일명 ‘교통사고’ 루머다. 고급차와 추돌사고가 났는데 그 차에 재벌회장과 여자 연예인이 타고 있더라는 것이 요지. 이는 유명 여자연예인이라면 한번쯤 얽혔을만큼 고전적인 스토리였다. 또 ‘한강 둔치 카섹스’루머도 단골 메뉴. 유부녀 탤런트와 운동선수가 야심한 시각 한강 둔치에서 카섹스를 나누다 들키는 바람에 톡톡히 망신을 당했다는 식이다. 이 루머 역시 연예인의 이름만 바뀐 채 연예계 기삿거리가 없을 때마다 불거져 나오곤 했다. 뿐만 아니라, 여자 연예인들의 낙태설 및 출산설은 영원한 고전 스토리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그 명단에 오른 연예인들만해도 셀 수 없을 정도. 요지는 “내 친구 언니가 산부인과 간호산데… 탤런트 A가 애를 떼러 왔다더라”, “가수 B는 제주도 OO산부인과 단골이라더라”는 식이다. 특히 이러한 소문은 연예인들이 잠시 활동을 중단했을 경우나, 활동 중 갑자기 과로로 쓰러졌다는 기사가 나올 때쯤 ‘기가 막힌’ 타이밍을 자랑하며 어김없이 흘러나오곤 했다.연예인들의 사생활과 관련된 루머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탤런트 C가 재벌회장의 아들을 극비리에 출산했다’, ‘D가 동료 연예인과 관계를 가지다 한밤중에 응급실로 실려왔다’, ‘가수 E가 관계도중 ‘실례’를 했다’, ‘F가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간부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지다 발각됐다’, ‘중년여성 배우 G는 ‘힘’좋기로 소문난 연예인과 동거중이다’, ‘H의 해외연수는 잦은 낙태 후유증 때문이다’ 라는 식의 ‘설’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정도로 대중화된 루머 중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또 ‘I와 J는 레즈비언’, ‘K는 게이임을 숨기기 위해 위장결혼했다’라는 식으로 개인의 성적 취향과 관련된 루머들도 빈번하게 나돌고 있는 실정. 그러나 그간의 고전적인 루머들은 충격적인 사건내용에도 불구하고 목격자가 ‘내’가 아닌 제 3자였다는 점에서 ‘순진한’ 수준에 속했다. 또 루머에 연루된 연예인들조차 ‘한번은 겪어야 할 음해성 루머’로 여기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내가 직접 들었다니깐’

문제는 이들 루머들이 시간이 갈수록 그럴싸하게 포장되어 무차별적으로 유포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떠도는 루머들은 더 이상 ‘~다더라’, ‘아는 사람이 들었다더라’는 식의 흐리멍텅한 내용이 아니다. 루머들은 사건이 일어났다는 시간과 장소 및 자세하고 구체적인 상황설명까지 곁들여져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처음에는 ‘소문이려니…’하다가도 듣다보면 ‘진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착각이 들게 할 만큼 루머들은 고단수적으로 진화를 거듭했다.얼마전부터 인터넷에 급속히 퍼지고 있는 ‘비와 효리’ 관련 루머는 지능적인 고단수 루머유포의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 루머는 정확한 날짜와 시간, 프로그램의 이름, 당시 상황 및 분위기, 당황한 진행자의 어이없는 즉석멘트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되면서 ‘신빙성’을 더했다.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지 않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의심할만한 구체적인 정황이 거론된 셈이다. 특히 ‘직접 들었다’, ‘들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라는 일부 네티즌들의 주장은 확실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도 엄청난 파워를 발휘하며 일순간에 루머를 진실로 변질시키는데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는 과거의 루머들이 ‘아는 언니가’, ‘내 친구의 친구가’라는 식으로 구체적인 목격자가 거론되지 않았던 것과 비교해볼 때 분명 충격적인 ‘진보’임에 틀림없다. ‘재미로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는 말이 있다. 단지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대중들의 무차별 포격 대상이 돼도 상관없다는 법은 없다. 루머유포는 그것이 진실이든 아니든 엄연한 범죄행위다. 연예인에 대한 관심은 관심으로 끝나야 할 것이다.

# “대부분 사실무근 ”

국내 유명 기획사의 관계자 P씨는 악성루머와 관련, “정말 해도해도 너무 합니다”라는 말로 입을 열었다. 그에 따르면 악성루머는 우리나라 연예계의 ‘고질병’같은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스타에 대한 관심이라 여기고 무시했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는 수준까지 왔다는 것이다. 그는 “많은 연예인들은 악성루머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상태다. 이런 사건이 한번씩 터질 때마다 연예인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산다는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P씨는 “아무리 철저히 자기관리를 하고, 깨끗한 사생활을 유지한다해도 하루아침에 루머의 주인공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누구도 안심할 처지가 못된다”고 귀띔했다.

“누군가 마음먹고 악성루머를 퍼뜨리면 한 사람 매장시키는 것은 여반장”이라는 것이 P씨의 주장이다.그는 “악성루머는 사이버 폭력문제를 넘어 한 인간에 대한 ‘인격살인’이다. 연예인도 인간인 이상 근거없는 소문이라 해도 고통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전했다. ‘인기’를 먹고사는 연예인은 사소한 비난 글 하나에도 쉽게 상처를 받곤 하는데, 사실무근의 소문에 대해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는 것. P씨는 연예계에서 떠도는 소문이 사실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전혀 근거없는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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