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변동에 ‘멘붕’ 혹은 ‘미소’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영국의 EU(유럽연합) 브렉시트(Brexit·탈퇴) 후폭풍이 여행업계에도 불어닥치고 있다. 각국 환율이 요동치면서 어느 나라로 떠나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것이다. 현재 유럽권 통화 가치는 크게 떨어진 반면, 일본 엔화와 미국 달러 등은 크게 올랐다. 또한 방학과 휴가철을 앞둔 상황이어서 여행객들의 브렉시트 후폭풍 체감도가 높아지고 있다.이와 더불어 여행업계 전망도 한 치 앞을 보기 어렵다. 반사이익을 누린다는 관측이 나오는 한편, 환율 부담감에 따른 위축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크다.

방학·휴가철 앞두고 환전 희비 엇갈려
여행업계 전망도 반사이익·우려 공존

지난달 28일 일요서울이 찾은 서울역 환전센터에는 휴가를 앞두고 희비가 교차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지난달  23일 영국의 EU 브렉시트가 확정으로 유럽권 통화 가치가 크게 떨어진 반면, 안정 자산으로 분류되는 일본 엔화와 미국 달러 등은 크게 올랐다.

실제로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 후인 지난달 24일 엔화는 5.86% 급등했다. 달러와 중국 위안화 역시 각각 2.33%, 1.49% 올랐다. 반면 유로화는 0.9%가량 하락했다. 며칠 더 지난 지난달 28일에도 원 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0.78%, 엔화는 0.727%, 유로화는 0.88% 상승했다.

이에 따라 환전센터에서는 어느 나라로 떠나느냐에 따라 온도차가 나타났다.

서울역 환전센터를 찾은 A씨는 “곧 여름휴가를 떠나서 환전하러 왔는데 브렉시트가 결정되면서 환율이 너무 올랐다”며 “미리 해뒀어야 하는데  후회가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B씨는 “일본으로 휴가를 떠나는데 하필 이 때 이런 일이 생겼다”면서 “매일 환율 체크하는 것도 속이 쓰려서 그냥 지금 환전하고 환율에 신경 쓰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반면 “유럽으로 유학 가 있는 딸에게 송금하러 왔다”면서 “환율이 떨어진 이 때 유학비용을 평소보다 더 보낼 생각”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브렉시트 이후 사람들이 전보다 더 늘어났다”면서 “조금이라도 수수료를 덜 내기 위한 방법을 물으러 오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일본 지고 유럽 뜨고

영국 브렉시트의 충격이 국내에서도 상당한 파급효과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여행업계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관측과 유로화 이외에 급등한 환율 부담에 따른 여행 산업 위축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는 것.

우선 반사이익 전망은 유로화 가치 하락으로 유럽 여행객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파운드화나 유로화로 표시된 호텔 요금, 교통비, 식비 등이 상대적으로 싸 유럽에 가려는 여행객들에게는 이득이기 때문이다.

여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영국의 EU 브렉시트 소식이 알려진 후부터 유럽 여행 상품을 찾는 전화 문의가 급증했다”며 “보통 유럽여행은 여름이 성수기여서 이 때를 이용하려는 여행객들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또 엔화 강세에 따른 국내 관광객 증가도 예측된다. 특히 엔화 강세가 나타날 때 중국인들은 일본을 대신해 한국 관광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 유커 증가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중국인들이 유럽 여행지를 선택할   변수도 존재한다.

반면 국내 여행객들의 여행 취소, 하반기 여행객 감소 등의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행표준약관에 따르면 이용운송이나 숙박기관에 지급해야하는 요금이 계약 체결 시점 보다 5% 이상 증감하거나 외화환율이 2% 이상 증감한 경우, 여행사 또는 여행자는 증감된 금액 범위 내에서 상대방에게 금액을 청구할 수 있다. 일본 여행의 경우 환율이 6% 이상 올라 추가 비용 발생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환율 변동성이 커진 것에 대한 부담으로 여행 수요에 변화가 생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한 여행객은 “여행지를 일본에서 유럽으로 바꿀 것을 고려 중이다”고 말했다.

또한 브렉시트로 인한 환율변동이 장기화될 경우 올 하반기에 나오는 상품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현재 국내 여행사들은 여행상품 특성상 고정환율을 적용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아직 큰 변화 없어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가운데 여행업계는 오히려 덤덤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려하는 것만큼의 변화가 없고, 심각하게 대처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여행사의 경우 여행상품의 특성상 고정 환율을 적용한다”면서 “소비자들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경우도 드물어 타격이 큰 상황이 아니다. 다만, 개별 여행객 입장에서는 항공권이나 호텔 등 예약에 대한 변화는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여행 성수기를 앞두고 패키지를 비롯한 여행상품 판매가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며 “환율 상승이 상품 판매 호조를 꺾을 만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지난 6월 해외여행수요는 전년 대비 44% 증가한 23만여 명, 이달은 43% 증가한 15만 명으로 집계됐다. 모두투어 역시 여름 성수기인 7~8월 해외여행 송출객은 지난해 동기 대비 3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영국 브렉시트로 인한 환율 후폭풍이 부는 가운데 시중 은행들은 다양한 환전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신한은행은 오는 8월 31일까지 환전·송금 고객을 대상으로 최고 80% 환율 우대 혜택을 제공한다.

KB국민은행은 오는 9월 13일까지 KB네트워크 환전 서비스 및 외화 자동화기기(ATM)를 이용해 외화 현찰을 사는 고객에게 환전 수수료를 최대 80%까지 우대한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오는 8월 말까지 환전 금액에 따라 달러, 엔화, 유로화 등 주요 통화는 최대 75%, 기타통화는 35% 각각 수수료를 할인해 준다.

KEB하나은행도 하나멤버스 회원을 대상으로 미화 1000달러 이상 환전할 경우 주요 통화에 대해 최대 80% 환전 수수료 우대 혜택을 주고 있다.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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