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왕저수지

인천·시흥·파주·의왕·포천 등 ‘핫 플레이스’

“유부남녀, 외모나 행동 보면 부부랑 달라”

요즘 수도권에서 불륜 남녀들이 즐겨 찾는 명소는 경기 시흥, 파주, 의왕, 포천 등에 포진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지역의 공통적인 특성을 살펴보면 좋은 자연경관과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 카페 등이 촌을 이루고 있다. 또 서울에서 근교로 이동하는 길목에 위치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지리적 이점도 갖고 있다. 지난해 간통죄가 폐지된 후 불륜 커플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건 소문뿐일까. 애인 있는 유부남녀들은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지난 11일 오후 2시 물왕저수지 인근 식당은 주차장에 빈 공간이 없을 정도로 차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었다. 방문객들의 대부분은 가족 및 젊은 커플들이 차지했다. 일부 단체를 태운 버스가 식당가를 혼잡하게 만들기도 했다.

인근 카페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저수지가 한눈에 보이는 곳에 위치한 한 카페는 평일 오후부터 손님들로 가득했다. 물왕저수지는 주변에 다양한 음식점과 카페가 즐비해 시흥시민은 물론 타 지역 주민들의 방문도 잦은 곳이다. 저수지에서는 낚시도 가능하다.

물왕저수지, 늦은 오후부터….

이곳이 불륜의 명소로 자리 잡은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과거 유명했던 ‘불륜의 성지’는 경기 하남의 미사리가 꼽힌다. 당시 분위기 좋은 음식점과 카페촌 형성으로 각광을 받았다.

지리적 요건도 한몫했다. 강변이라는 점과 서울과 경기 양평, 가평 등으로 오가는 길목이라는 점 등이 방문객을 불러모았다. 하지만 현재 미사리는 가족단위를 주 고객으로 상대하는 식당 밀집 지역으로 변모했다. 한때 활황을 맞았던 라이브카페 등도 현재는 대부분 폐쇄되고 부지 주변에 아파트단지가 들어선 상황이다. 앞으로 대규모 쇼핑몰과 지식산업센터, 근린상가 등으로 확 바뀔 예정이다.

이 밖에 서울 북악산 팔각정이나 인천 월미도 등도 한때 불륜 명소로 유명하던 곳이지만, 현재는 유부남녀들이 인천 아라뱃길이나 경기 포천 등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런 요건을 충족해줄 새로운 장소로 뜬 곳이 물왕저수지다. 특히 서울에서 인천 송도나 월미도, 소래포구, 안산 대부도 등으로 오가면서 이곳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기자가 방문한 이날 늦은 오후시간부터 중년 커플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부부인지 불륜인지 단정 짓기 어려운 커플도 있었지만, 불륜으로 추정되는 행동과 모습을 보인 커플이 상당수 있었다.

지나치게 애정표현을 한다거나 장소와 어울리지 않는 짙은 화장을 한 것 등이 불륜 추정의 대표적인 근거다. 물론 아직도 연애초기의 감정을 유지하고 있는 부부도 있겠지만, 대부분 대화를 들어보면 둘 사이의 관계를 짐작할 수 있다.

저녁식사 시간 직후 물왕저수지의 한 카페에서 들리는 불륜 ‘추정’ 커플의 대화에는 ‘애기 아빠’, ‘집사람’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했다. 당사자를 앞에 두고 사용하기에는 어색한 단어였다. 아직은 불륜이라고 단정 짓기 이르다는 생각을 할 즈음 진한 스킨십을 나누는 중년 커플도 있었다.

이 카페의 경우 1층 야외 테라스보다 건물 내부에서 음료의 가격이 더 비싸게 책정돼 있다. 그럼에도 낮에는 주위 시선을 의식한 듯 대부분의 중년 남녀는 건물 안의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해가 지고 밤이 되면 상황은 바뀐다. 밝은 실내보다 어두운 야외 테라스로 이동하는 것이다.

시흥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아무래도 부자연스러운 옷차림이나 대화, 행동들을 보면 부부인지 아닌지 단번에 알 수 있다”면서 “가족끼리 자주 오는 곳인데 불륜 커플이 종종 보여 민망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파주 프로방스·통일 동산·헤이리 마을

▲ 백운호수 인근 도로에 한 중년커플이 팔짱을 낀 채 걸어가고 있다.

경기도 파주 역시 요즘 뜨는 불륜의 명소로 꼽힌다. 파주 탄현면에 위치한 ‘프로방스’와 ‘통일 동산’, ‘헤이리 마을’ 등이다. 인터넷 검색 한번으로 구체적인 데이트 코스를 짤 수 있을 정도로 유부남녀 사이에서 공유가 잘 되는 곳이기도 하다. 실제로 한 포털 사이트에서 ‘파주 중년 데이트’를 검색하면 남들 눈에 띄지 않는 장소부터 식당, 카페, 모텔 등의 정보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이곳은 통일동산 인근에 형성된 모텔촌과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아울렛 등이 있어 명실상부 유부커플들의 ‘핫 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다. 기자 역시 헤이리 마을에서 시작해 프로방스, 통일동산 등을 돌아다니며 다수의 불륜 추정 커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아울렛에서는 옷을 구경하는 커플도 있었다.

이곳에 자주 쇼핑하러 온다는 한 직장인은 “불륜 커플의 경우 보통 남자가 여자에게 선물할 옷을 고르는 것 같다”면서 “팔짱을 꼭 끼고 매장을 구경하다가 종종 멈춰서 입을 맞추기도 한다. 부부라면 집 놔두고 이런 데서 그렇게 하겠느냐”고 말했다.

다음으로는 경기 의왕의 백운호수가 명소로 지목된다. 이곳 역시 호수를 중심으로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 카페 등이 몰려있다.

의왕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한 번은 가족과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어떤 손님이 들어오자 밥을 먹던 한 커플이 부리나케 뒷문으로 도망치는 걸 본 적이 있다”면서 “이 커플은 신발도 못 신고 빠져나갔다. 아마도 당시 들어온 손님이 이 커플 중 한명과 아는 사이였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 황당한 건 식당 종업원은 익숙한 광경이라는 듯 신발을 집어다가 밖에 있는 손님에게 갖다주더라”면서 “이 곳 주민들은 가족끼리 외식할 때 백운호수 근처는 피하는 게 당연시 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shh@ilyoseoul.co.kr

신현호 기자  shh@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