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트렌디 드라마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바로 신인 남자배우의 과감한 기용이다. 기존 스타성이 있는 남자배우들을 선호하던 20~30대의 트렌디 드라마들이 이제는 신선한 마스크를 정면에 내세워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KBS 월화드라마 ‘포도밭사나이’의 오만석, MBC 일일드라마 ‘얼마나 좋길래’의 김지훈, KBS 일일드라마 ‘열아홉 순정’의 서지석, MBC 수목드라마 ‘오버더레인보우’의 환희·지현우 등이 대표적인 케이스. 2006년 브라운관을 열정과 패기로 뭉친 신인남자 배우들이 어떻게 장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안방극장은 신선한 마스크와 젊은 패기로 똘똘뭉친 신인 남자배우들이 장악하고 있다.

▷ 오만석 “뮤지컬과 드라마 모두 똑같은 연기”

지난 24일 첫 방송을 시작한 KBS 월화드라마 ‘포도밭 사나이’에서는 MBC 드라마 ‘궁’의 히로인 윤은혜와 함께 신인 남자 배우인 ‘오만석’이 주인공을 맡았다. 오만석은 그동안 뮤지컬 ‘헤드윅’, ‘겨울나그네’, ‘그리스’, ‘사랑은 비를 타고’ 등에 출연해 왔던 뮤지컬 스타 출신. 오만석은 극중 농촌총각 ‘장택기’ 역할을 맡았다.

한창 뮤지컬계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던 오만석은 “장르를 넘나들면서 연기를 하고 싶었다”면서 “뮤지컬이든 드라마든 균형있는 연기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러한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구수한 사투리를 구사하며 농촌 총각으로 성공적인 변신을 했다. 하지만 같은 시간대 MBC의 막강 화력 ‘주몽’이 버티고 있기 때문일까. 윤은혜와 오만석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의 시청률은 2회 연속 한 자릿수에 머물면서 불안한 출발을 하고 있는 상태. 앞으로 뮤지컬스타와 빈궁마마의 열연이 얼마나 빛을 보게 될지 주목된다.

▷ 김지훈 “신인이요? 경력 5년차 배우죠”

MBC 일일드라마 ‘얼마나 좋길래’에서 탤런트 조여정과 호흡을 맞추는 김지훈 역시 이번에 첫 주연을 맡았다. 사실 김지훈은 시청자들에게 낯선 얼굴이다. 그동안 ‘러빙유’, ‘흥부네 박터졌네’, ‘황금사과’, ‘위대한 유산’ 등에 출연해온 경력 5년차 배우지만, 주연을 맡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번 드라마가 그에게 얼마나 중요한 작품인지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드라마에서 김지훈은 완도 동고리 마을의 밝고 정의감 넘치는 꽃미남 청년이다. 김지훈의 선하고 서글서글한 인상, 자연스러운 연기는 일단 시청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평을 얻고 있다. 하지만 같은 시간대 타방송사에서 방영하는 일일드라마 ‘열아홉 순정’에 밀려 아직은 시청률 면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태. 하지만 조여정과 김지훈의 알콩달콩 사랑이야기와 정찬의 엇갈리는 사랑과 갈등 등 재미있는 요소가 남아 있어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 서지석 “근육질 몸매 건강미 매력”

KBS 일일드라마 ‘열아홉 순정’은 탤런트 구혜선과 신인 배우 서지석이 주연을 맡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서지석은 그동안 드라마 ‘아일랜드’, ‘내사랑 누굴까’, 영화 ‘활’, ‘울어도 좋습니까’ 등에 출연해왔지만, 주목받지 못했던 신인 배우다. 극중 첨단통신사 기획이사인 박윤후 역을 맡은 그는 사랑을 믿지 않는 차가운 캐릭터였다가 연변처녀인 구혜선을 만나 사랑을 알아가게 된다.

실제 육상선수 출신인 서지석은 탄탄한 근육질 몸매에 까무잡잡한 피부 등으로 건강미 넘치는 개성을 내뿜으며 일단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현재 열아홉순정은 구혜선-이민우-서지석-추소영-이윤지의 러브라인이 꼬이면서 30%대 이상의 높은 시청률로 일일드라마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에 신예 서지석이 이 드라마를 통해 스타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환희 “연기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도전”

MBC 수목드라마 ‘오버더레인보우’는 최근 가장 주목받는 신인으로 떠오르고 있는 김옥빈과 서지혜에 이어 환희, 지현우가 주인공을 맡았다. 특히 인기 R&B 그룹 ‘플라이 투 더 스카이’의 환희는 “연기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도전”이라며 이 드라마를 통해 연기자로 전격 변신을 선언했다. 드라마는 인기 가수와 가수를 꿈꾸는 젊은이들의 삶과 희망을 그리고 있다. 환희가 연기하는 ‘렉스’는 꽃미남 외모에 절대음감과 천부적인 댄스 감각까지 지닌, 실력파 뮤지션. 하지만 이런 인기에 기대 ‘건방지고, 버릇없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8년의 무대 경험을 가지고 있는 환희에게 더없이 좋은 역할. 이미 가수 출신의 연기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요즘, 또 한명의 가수출신 연기자의 성공을 볼 수 있을지 기대된다.

▷ 지현우 “춤과 기타 실력 맘껏 과실할 터”

또한 드라마 ‘오버더레인보우’에는 드라마 ‘황금사과’와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에서 지PD 역할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지현우도 가세했다.극중 지현우는 가세가 기운 집안의 아들로 싸움을 일삼다가, 우연히 전문댄서가 되는 역할을 맡았다. 지현우는 실제 록 그룹 ‘더 넛츠’의 기타리스트 출신으로 탁월한 댄스실력까지 겸비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사랑하니까 괜찮아’라는 영화의 남자 주인공까지 맡으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지현우의 활약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 이진욱 “톱스타들과 호흡 맞췄죠”

신예 이진욱 역시 브라운관에 떠오르는 기대주다. 일단, 이진욱은 드라마 ‘연애시대’와 ‘스마일 어게인’을 통해 성공적인 안방 신고식을 치렀다. CF 모델 출신답게 탄탄하게 운동으로 다져진 몸매와 이지적이고, 서양적인 느낌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확 사로잡은 것. 연애시대에서는 손예진을 짝사랑하는 역할을 맡았고, 스마일 어게인에서는 김희선과 호흡을 맞추는 등 톱 여배우들과 호흡을 맞출 정도로 운이 좋은 연기자이기도 하다. 그는 이후 사전제작 드라마 ‘썸데이’에 캐스팅되면서 단숨에 주연급 배우로 자리잡게 됐다. 이 ‘썸데이’에서 이진욱은 아픈 과거를 가졌지만, 순수함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역할을 맡았다. 이진욱 역시 올해 영화와 방송 관계자들이 주목해야할 스타급 신인임에 틀림없다.

▷ 조동혁 “연기변신 기대하세요”

영화 ‘연애’에서 성현아와 파격적인 베드신을 펼쳐 주목을 받았던 신인배우 조동혁 역시 브라운관에서 주목받고 있다. 조동혁은 최근 종영한 ‘미스터 굿바이’에서 안재욱, 이보영, 오윤아 등과 함께 주인공 다음인 두 번째 남자의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 내면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극중 안재욱과 심리적인 교감을 나누며, 인간적인 동질감과 남자들의 우정을 보여주기도 했고, 급기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자리를 내주는 남자로 변신하면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애인’에서 파격적인 베드신을 펼쳤을 만큼 단단한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고 있는 조동혁은 미스터 굿바이를 통해 한층 남성다운 매력을 과시하며 여성팬들을 설레게 만들었다. 연기변신이 궁금해지는 배우다.

에릭, 박건형 등 연기자 변신성공

이렇게 브라운관에서 남자 주인공들의 세대교체 바람이 불어닥치는 이유는 뭘까. 우선 신인 남자 연기자들의 참신함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아무리 새로운 형식을 도입해도 엇비슷해 보일 수밖에 없는 트렌디 드라마. 여기에 남녀주인공까지 똑같은 사람이 나온다면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보기도 전에 지쳐버리기 쉽다.

사실 신인은 특정 이미지가 구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연기력만 뒷받침된다면, 시청자들은 쉽게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MBC 일일드라마 ‘굳세어라 금순이’의 강지환, KBS 일일드라마 ‘별난남자 별난여자’의 고주원이 이런 케이스. 드라마를 시작하기 전 무명에 가깝던 이들은 일일드라마를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특히 ‘굳세어라 금순이’와 ‘별남별녀’는 각각 40% 이상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인기 드라마였다. 이들의 성공은 신인의 과감한 기용이 무모한 모험이 아님을 입증시켜준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가수출신, 뮤지컬스타 출신의 남자 배우 기용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미 인기남성 그룹 ‘신화’의 멤버인 에릭이 ‘문정혁’이라는 이름으로 성공적인 연기자의 길을 걷고 있고, 같은 그룹 멤버 김동완 역시 연기자로서의 끼를 맘껏 과시하고 있다. 가수출신 여자 연기자들 중에서도 유진이나 윤은혜가 안정된 연기를 펼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포도밭 사나이’에 뮤지컬 스타 ‘오만석’이 캐스팅된 것처럼 뮤지컬 스타들의 브라운관 진입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유명 뮤지컬 스타인 ‘남경주’와 ‘토요일밤의 열기’등을 통해 뮤지컬계의 샛별로 떠올랐던 박건형. 박건형은 ‘파란만장 미스김’, ‘댄서의 순정’, ‘생날선생’ 등을 통해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충무로의 블루칩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앞으로 뮤지컬 출신 연기자들은 더욱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스타배우가 최선은 아니다”

신인들을 주연으로 캐스팅할 때는 연기력 부족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하지만 신인 남자 배우들의 수려한 외모와 단단한 근육질 몸매, 패션모델 뺨치는 스타일 등은 이런 연기력 부족을 거뜬히 커버해 버리기도 한다. 사실 A급 스타들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하기 위해서는 총 제작비의 50% 이상을 ‘캐스팅비용’으로 투자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최근 일부 몇몇 연예인들은 너무 높은 출연료 때문에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신인을 기용하게 되면 저렴한 캐스팅비로 제작비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해 ‘양질’의 드라마를 만들 수 있다. 또한 A급 스타들은 다른 스케줄과 바쁜 일정 등으로 작품에 집중하지 못하고, 일부 스타들은 감독들과 의견차이를 나타내면서 트러블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에 반해 신인들의 기용은 온전히 한 작품에만 진지하게 임할 수 있고, 연출자들의 의견을 잘 따르기 때문에 제작사들의 입장에서는 스타들보다 신인기용이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 또한 “스타급 남자 배우들의 기용이 반드시 높은 시청률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방송계 안팎의 분위기 역시 신인 배우들의 기용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 ‘스마일 어게인’의 김희선, ‘미스터 굿바이’의 안재욱 등 유명 한류 스타를 캐스팅했던 드라마들도 시청률 면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때문에 신인들의 활약은 앞으로도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김민주 기자> kimm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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