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는 반려동물 장례산업

▲ <사진: 뉴시스>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개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이 있다. 요즘 반려동물 시장이 커가는 모습을 보면 이 말이 더욱 실감난다. 반려견 호텔, 반려동물용 건강식, 반려동물 스튜디오 등 대상만 사람에서 반려동물로 바뀌었을 뿐 사람에게 필요한 모든 것들이 반려동물에게도 제공되고 있다. 최근에는 반려견 상조까지 등장해 반려견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반려동물 키우는 인구 1,000만 명 넘는다
시설 부족해 불법 동물 장묘업체 증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가 5,000만 명이 넘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큰 숫자다. 반려동물에 대한 시각은 개개인마다 다르지만 강아지, 고양이 등을 비롯한 반려동물들은 오래전부터 우리들과 함께 살아온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장례비 최대 100만 원

지방의 동물장묘업체 A사에서는 매달 100여 건의 장례식을 치르고 있다. 과거와 달리 자신이 사랑하고 키웠던 반려동물의 마지막 길을 살뜰히 챙기는 주인들이 늘면서 반려동물 장례산업도 덩달아 성장하고 있다.

반려동물의 장례식 절차는 사람의 의식과 거의 비슷하다. 영정사진을 만들어 추모를 준비하고, 염습과 입관 후 추모제를 한다. 식이 끝나면 최후의 절차인 화장을 한다.

장례비용은 동물 크기에 따라 20만~100만 원 상당이다. 기본적인 화장시설에 운구비, 유골 단지 및 관, 염습 여부, 납골당 안치 여부 등에 따라 추가요금이 붙는다. 고급 강아지 수의는 100만 원이 넘기도 한다.
또 유골을 응집시켜 반지, 목걸이 등의 악세서리인 ‘반려석’을 만들어 평생 소지하는 사람들도 있다.

현행법상 동물의 사체는 폐기물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집에서 키우던 반려동물이 죽으면 쓰레기봉투에 넣어서 버려야 한다. 산에 묻으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되고 공공장소에 매장하면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이 기르던 반려동물을 폐기물 처리할 수 없다는 생각에 장례식장을 찾는 사람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라는 새로운 직업도 생겨났다.

하지만 여전히 동물 장례를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동물장묘업이 생소하다 보니 인허가를 받는 과정에 혼선이 생긴 데다 혐오시설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동물화장장
혐오시설로 보는 사람들

파주와 고양시에서도 동물화장장을 조성하려다 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애완동물 장묘업체인 B사는 파주시 오도동에 동물화장장을 설치하겠다며 올해 1월 시에 동물장묘업 등록신청서를 냈다. 시는 일부 보완을 요구했지만 B사가 기한 내 보완내용을 제출하지 않아 지난 3월 신청서를 반려했다.

하지만 B사는 이에 불복해 4월 초 파주시 농축산과와 건축과를 상대로 각각 ‘동물장묘업 영업등록신청 반려처분 취소청구’ 및 ‘건축물 표시 변경신청 불수리처분 취소청구’ 등의 행정심판을 경기도에 내 승소했다.

오도동 주민들은 행정소송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최근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경기도와 국민신문고 등에 민원을 제기했다. 또 주민 50여 명은 지난 1일 파주시청 앞에서 동물화장장 건립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며 본격적인 저지 행동에 나섰다.

고양시 상황도 비슷하다. 고양동에서 중고차 업체를 운영하는 C 대표는 지난 6월 1일 동물화장장을 조성하겠다며 덕양구청에 용도변경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에 고양동 주민들이 ‘동물화장터 반대 추진위원회(위원장 김정현)’를 구성, 주민 반대 서명 운동에 들어갔다. 추진위는 주민 1천500명의 서명을 받아 지난달 28일 시와 덕양구청, 고양시의회에 서명부를 제출했다. 그러나 현행법상 동물 장묘시설은 허가가 아닌 등록 사항으로, 요건만 갖추면 규제할 방법이 없다.

일반 장례서비스업체
진출 가능성

반려동물에 대한 장례 수요가 늘면서 화장을 대행하는 불법 업체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우리나라 등록된 동물 장묘업 등록업체는 17곳이다. 업계에서는 불법 동물 장묘업체가 1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농림부는 지난 1월 동물장묘업의 등록과 운영이 용이하도록 시설사업장 개설 시 폐기물시설 ‘설치승인서’를 제출하지 않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그동안 반려동물의 사체는 폐기물관리법상 폐기물로 분류돼 동물 장묘시설이 폐기물처리시설 기준을 따라야 했지만 더 이상 반려동물이 폐기물이 아닌 만큼 동물보호법을 적용한다는 의미다.

동물화장이 일반 소각시설로 분류돼 2년 주기로 점검하던 다이옥신 검사를 제외하는 등 검사항목도 합리적으로 조정했다. 또 정기검사 주기도 완화됐다. 그동안 3개월마다 검사를 했지만 앞으로는 6개월마다 검사를 한다.

수요가 많아지면서 일반 장례서비스를 진행하던 업체들도 반려동물 장례서비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보수적인 기업이 많아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든 업체는 많지 않다. 하지만 사업성이 있는 만큼 향후 반려동물 장례서비스로 진출은 멀지 않아 보인다.

od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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