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살 찌푸려지는 연예계 도덕불감증
돈에 관해 민감한 사회인 만큼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인기 스타들의 탈세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최근 ‘엘리제의 여왕’ 가수 이미자가 탈세 의혹에 휘말렸다. 각자 자기 분야에서 ‘꿈을 이룬 성실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대중들의 사랑을 받은 스타들이 탈세 의혹으로 실망감을 주고 있어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미자는 공연 출연료를 축소 신고했다는 탈세 의혹에 휩싸였다. 16년간 이미자와 공연을 함께 해온 공연기획사 하늘소리 이모 대표는 지난 8일 “이미자가 그동안의 출연료를 축소 신고해 왔다”고 대구 지방 국세청에 탈세 조사를 요청했다.
특히 공연기획사 측은 “이미자가 2014년 광주지방국세청 조사에서 공연 수익금을 축소 신고한 사실이 알려져 7억5000만 원을 추징당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의혹이 불거지자 이미자 측은 9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이미자는 총예산이 결정 난 공연에서 출연자분의 출연료만 수령해 출연했으며, 원천징수액은 이미 하늘소리와 계약한 기획사가 징수하고 남은 금액을 성실히 납세했다”고 설명했다.
탈세 VS 자진 납세했다
또 2014년 축소 신고로 7억5000만 원 추징당한 것에 대해 이미자 측은 “당시 탈세나 불법이 아니고, 하늘소리의 축소 탈세 세무조사에서 인지하지 못한 금액의 소득이 발생해 자발적으로 세무조사를 받고 자진 납세했다. 전 매니저와 공연사 사이의 축소 신고로 인한 문제로 여러 상황을 고려해 세금 문제를 모두 부담했다”면서 “이번 탈세 의혹에 대해 당당히 세무 조사를 받고 미납한 세금이 있다면 성실히 납부할 것”이라며 지방 공연 기획을 맡아온 하늘소리 주장에 반박했다.
더불어 하늘소리 측은 이미자가 외제차 두 대를 소유하고 운전기사 두 명을 고용한 사실과 수많은 해외여행, 자녀의 전세금 등이 탈세한 금액으로 마련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내세웠다.
이에 이미자 측은 “57년 동안 국민가수라는 과분한 호칭으로 불리며 연예계 생활을 했다. 한평생 축적한 재산으로 과함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하늘소리 공연만으로 축적한 부가 아니다. 이미 계약하기 전에도 차량 두 대를 소유하고 기사 두 명을 고용한 상태였다”고 해명했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현재까지 왕성한 공연 활동을 펼치고 있는 국민가수 이미자, 하지만 억대 탈세 혐의 논란에 떠오르며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이미자 측은 탈세 의혹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표하고 있는 반면 공연기획사 하늘소리 측은 그의 탈세에 대해 국세청에 제보하는 등 서로 엇갈리는 주장을 내놓으며 크게 대립하고 있다.
이미자뿐만 아니라 세금 탈세로 한바탕 곤욕을 치른 연예인들을 살펴봤다. 연예인들의 탈세 의혹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가수 인순이, MC 강호동, 배우 장근석, 김아중, 송혜교 등 유명 연예인의 탈세 문제는 그동안 계속해서 불거져 왔다.
인순이는 2011년 세금 탈세 혐의에 휩싸였다. 당시 한 가수의 부인 박모씨는 인순이가 2005년부터 약 2년간 40억여 원의 현금소득을 차명계좌로 받아 세금을 탈루하고, 이자로 얻은 소득 26억 원도 신고하지 않았다며 인순이의 세금 탈루 혐의로 고발했다.
당시 인순이는 박 씨의 주장에 대해 “이미 8년이나 지난 세무조사 건을 다시 끄집어내 흠집 내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인순이는 2008년 세무조사에서도 탈세 혐의가 인정돼 8억 원을 추징당한 바 있다.
국민MC로 불리던 강호동도 인순이와 같은해 9월 탈세 혐의로 국세청으로부터 수억 원대의 추징금을 부과받았다.
강호동은 “신고 내역 중 세금이 적게 납부됐다는 소식을 듣고 추징금을 부과받았다. 추징된 세금을 충실히 납부하겠다”고 공식 사과와 함께 세금을 완납했다.
그러나 검찰에서는 공소권이 없다는 결정을 내려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그는 악화된 여론을 고려해 1년 동안 방송활동을 하지 않았다. 이후 2012년 10월 방송에 복귀했지만 예전만큼 임펙트를 주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 김아중 역시 2011년 6억 원대 세금 탈루 혐의가 포착됐다. 그는 국세청으로부터 소득액 중 일부 신고를 누락하는 등의 혐의로 세무조사를 받았으며 6억 원대의 추징금을 부과받았다.
이와 관련해 김아중 측은 “김아중은 최근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아 수억 원대의 추징금을 부과받았다”고 시인했다.
‘국민’ 가수·MC도 체납엔 예외 없어
2011년, 한류스타 배용준은 지난 2005년 종합소득세 신고가 논란이 돼 추징금 21억여 원에 대한 취소소송을 진행했지만 결국 패소했다.
‘국민엄마’ 김혜자도 2012년 세금 문제로 한바탕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당시 김혜자는 서울 아현동 자녀 집에 거주하며 자신의 주민등록지는 매각한 주택으로 처리해 논란이 되자 “1세대 2주택으로 분류될지 몰랐다. 고의성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더욱이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인기를 얻고 있는 장근석은 2014년 무려 100억 원대 탈세로 특별 세무조사를 받았다.
당시 소속사 측은 “회사 측에서 정기적인 세무조사를 받았을 뿐이지 외화 수입 탈세로 특별세무조사를 받은 것이 아니다”면서 “회계상의 오류로 누락 신고가 생겨 수정신고 후 납부를 완료한 상태”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특히 송혜교도 같은해 탈세 논란으로 떠들썩했다. 그는 직접 대국민 사과까지 하며 거듭 용서를 구했지만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송혜교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137억 원의 수입을 올려 67억 원을 필요 경비로 신고했다. 하지만 그는 필요 경비 중 54억 원에 대해 증빙서류 없이 임의로 경비 처리를 했다.
심지어 일부 금액에 대해서는 신용카드 영수증과 카드사용실적 명세서를 중복 제출해서 경비를 부풀린 것으로 드러났다. 송혜교는 이런 방식으로 3년간 종합소득세로 25억5700만 원을 탈루했다.
이후 송혜교 측은 2012년 강남세무서의 의혹에 대해 인정하고 세금과 가산세를 납부했다며 탈루 의혹을 일축했다.
이처럼 유독 연예인들의 세금 탈루 문제가 불거지는 이유에 대해 김민수 변호사는 “유명 연예인들과 전문직들은 높은 수익에 맞게 세금 과세 구간의 상위에 위치한다. 때문에 통상 인기 연예인의 연간 수입 대비 과세대상 소득 비율은 약 42.9~50% 정도로 높은 편이다”고 설명했다.
연예인들이 탈세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힘들게 벌어들인 수익을 세금으로 내기 아깝다는 의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이에 김 변호사는 “공교롭게도 송혜교는 2009년 국세청에서 모범납세자로 위촉되기도 했다”면서 “연예인이 대중을 상대로 인기를 얻는 직업임을 인지하고 납세에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세금 납부 홍보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한 대학교수는 “처벌 강화는 조세범처벌법에 이미 있으니 특별히 강화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연예인의 경우 수입은 단기에 발생하지만 비용은 장기간에 걸쳐 발생해 세법에서 비용을 인정 안 해주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예인 탈세는 구조상의 문제이기 때문에 연예인들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 어디까지 비용으로 인정해주느냐에 대한 문제”라고 답했다.
한편 연예계를 휩쓸고 있는 돈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배우 견미리의 남편 이홍현 씨가 또다시 주가 조작 사건에 연루돼 구속됐다.
이 씨는 지난달 30일, 2014년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코스닥 상장사 보타바이오의 주가를 부풀려 유상증자로 받은 주식을 매각해 40억 원 상당의 차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유상증자 과정에서 홍콩계 자본이 투자한다는 등 호재성 내용을 허위 공시해 주가를 부양한 혐의와 주가를 끌어올린 뒤 주식을 팔아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 등을 수사 중이다.
견미리 법무법인 대호는 “탤런트 견미리 씨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기업 유상증자에 참여해 대박을 터트려 연예계의 ‘마이다스의 손’으로 불렸다”면서 “코스닥 상장회사인 주식회사 보타바이오에 투자한 대주주에 불과하고 회사의 경영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구속된 남편 이 씨는 앞서 2011년에도 주가 조작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014년에 가석방됐다. 당시 상장폐지된 기업을 인수해 신규 사업 확장 등 허위내용을 공시하며 266억 원을 투자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가석방되자마자 다시 주가 조작에 나서 대중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또 유명 연예인 영입 정보를 미리 알고 주식을 거래한 혐의로 수사 받은 밴드 씨엔블루의 정용화는 혐의를 벗었지만 같은 멤버 이종현은 수사 과정에서 미공개정보이용 주식거래 사실이 드러나 약식기소 처분을 받았다.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이하 FNC엔터)는 지난 6월 30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정용화와 이종현이 ‘유명 연예인 영입 관련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FNC엔터 주식을 취득한 혐의(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상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로 지난 5월부터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에서 조사를 받았다. 정용화는 혐의 없음 처분을, 이종현은 벌금 2000만 원의 약식기소 처분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정용화는 2015년 7월 초 ‘유명 연예인 영입 관련 미공개정보’를 듣고 이를 이용해 같은 달 8~9일 양일간 약 4억 원 상당의 FNC 엔터 주식을 매수하고 2억 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에 FNC는 “2014년 2월께 정용화는 회사 상장을 앞두고 회사와 스톡옵션과 유사한 형태의 인센티브 계약을 체결했다. 2015년 7월 초 현금으로 지급받은 인센티브를 활용해 FNC 엔터 주식을 취득했다. 취득 당시엔 유명 연예인 영입에 관한 협의가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정용화는 해당 사실을 전혀 모른 채 FNC엔터 주식을 매수했으며 평소 모든 재산관리는 모친에게 위임했기에 문제된 거래 역시 모두 모친이 실제 매매를 한 것이다.
그는 주식 거래가 이뤄질 당시 자신 명의로 거래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으며 유명 연예인 영입 발표가 있던 지난 7월 16일 주식 투자 경험이 없는 모친이 갑자기 회사 주가가 많이 오르는 것을 보고 보유하던 주식 일부를 매도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이종현은 지난해 7월 15일 새벽 지인으로부터 우연히 ‘유명 연예인 영입 관련 정보’를 듣고 같은 날 아침 영입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FNC엔터 주식을 매수한 사실이 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는 이종현의 법률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며, 추후 이 같은 거래가 법적으로 문제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나서는 일부러 주식을 처분하지 않고 지금까지 보유하며 오히려 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최새봄 기자 bombom519@ilyoseoul.co.kr, 변지영 기자 bjy-0211@ilyoseoul.co.kr
최새봄 기자, 변지영 기자
bombom519@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