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소속사, 법적분쟁 왜 끊이질 않을까


스타와 소속사간의 불화설이 끊이질 않고 있다. 연예인-소속사 간의 크고 작은 법정다툼은 이제 너무 쉽게 들을 수 있는 뉴스가 됐다. 최근에는 인기 방송인 현영이 전소속사 ‘더스팍스’와 소송이 진행중이고, 톱 여가수 이수영 역시 전 소속사 리쿠드 엔터테인먼트와 법정 소송이 진행중이다. 소송에 휩싸인 소속사에서는 “무명때부터 스타가 될 때까지 키워줬는데, 이제 와서 배신을 하다니 괘씸하다”고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고, 해당 연예인은 “잘해준 것도 없고, 돈도 제대로 주지 않고 큰소리 친다”며 화를 내고 있다. 양측 모두 서로의 입장이 억울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는 상태. 소속사와 연예인의 끊이질 않는 ‘법적 분쟁’은 과연 해결책은 없는 걸까.


“소속사가 연예활동 수익금을 정당한 이유 없이 지급하지않고 있다”, “연예인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했다”, “해당 연예인을 위한 홍보비 및 접대비가 수 없이 많이 들었다”, “자신들의 잘못을 오히려 뒤집어 씌우다니 적반하장 격이다.”

‘전속계약’을 둘러싼 끊임없는 공방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스타와 소속사 간 법적분쟁의 주요 골자는 전속계약관련이다. 최근 법적 분쟁이 진행되고 있는 현영, 이수영 이외에 이런 문제로 법정을 찾는 연예인과 기획사가 한 두 명이 아니다.
그렇다면 연예인과 소속사 간의 이런 법적 분쟁의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크게 소속사가 해당 연예인에게 수익 분배를 제대로 했는지와 소속 연예인이 자신의 의무와 책임을 잘 지켰는지가 주요 관건이 된다.
스타와 소속사의 기본적인 갈등의 원인은 ‘전속 계약서’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보통 가수들은 한국연예제작자협회에서 보급한 ‘표준계약서를 기반으로 계약을 맺게 되는데, 그 기본 계약서가 워낙 옛날 것이어서 현실적이지 않다는 게 가수들의 불만이다.
반면, 해당 기획사들은 “신인을 가수로 만들 때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어쩔수 없다”며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사실, 기획사 입장에서는 신인들을 스타로 만들 수 있는 확률이 낮기 때문에 장기계약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보통 짧게는 3~5년에서 길게는 10~15년까지 장기계약을 맺는다. 이렇게 해야 무명시절 투자했던 금액을 뽑을 수 있다는 것.
현영의 전 소속사였던 ‘더스팍스’ 측의 주장이 여기에 속한다. 더스팍스는 “10년 동안 현영을 무명시절부터 옆에서 돌봐주고, 스타로 키워줬더니 이제 와서 의리를 저버리고 떠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 이에 반해, 현재 현영의 소속사인 SR 엔터테인먼트측은 “계약기간이 만료돼 현영을 데려왔을 뿐인데, 왜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런 문제는 비단 현영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연예인과 소속사가 가지고 있는 고민인 것.

연예 산업의 ‘거대화-조직화’
일부 연예 전문가들은 연예계 송사가 많아지는 이유에 대해 ‘연예 산업이 거대화되고 조직화’되어가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류 열풍으로 매니지먼트 산업이 거대한 ‘문화산업’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이에 따른 법정 분쟁도 ‘개인-개인’ 차원에서 정리되기보다 ‘회사-회사’ 차원으로 옮겨졌기 때문이라는 것.
또한 소송의 규모가 억대 이상으로 고액이 거론되면서, 더욱더 법정에서 잘잘못을 가리게 된다는 것.
일부 연예계 관계자는 “스타-연예인 간 법적 분쟁이 특정 판례를 만들게 되면, 오히려 연예 산업이 투명성과 합리적 체계를 갖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 10월 신인 CF모델 유민호가 SM 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불공정 계약에 대해 승소 판결을 받은 것이 그 단적인 예가 될 수 있다.
이 사건 이후, 유민호와 같이 해당 소속사와 불공정 계약을 맺고 있는 연예인들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기 때문. 실제로 소속사와 노예 계약을 맺고 있다는 모 그룹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유민호 사건이 좋은 판례를 만들어 자신들도 조만간 소속사를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연예 산업 구조의 투명성 시급
연예 산업의 근본적인 구조와 소득 분배 부분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도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문제다. 러닝개런티, 옵션계약 등 다양화된 매니지먼트 계약 등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것.
예를 들어, 신인일 경우 계약을 6:4로 할 수는 있겠지만, 신인의 인기와 소속사 기여도에 따라 대우를 달리 해줘야 한다.
일본과 미국의 경우에는 스타와 매니지먼트사의 관계가 비교적 잘 정착되어 있다. 미국은 계약업무를 담당하는 에이전시와 홍보 및 관리를 담당하는 매니지먼트가 분리 운영되고 있고, 일본도 기획사가 연예인들과 투명하게 장기 계약을 맺고 월급을 주고 있는 것. 게다가 인기에 따라 급여가 좌우되지 않으며, 인기에 따른 보너스 제도가 잘 마련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스타와 기획사간의 ‘믿음과 신뢰’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처음부터 스타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구나 신인 시절은 있기 마련. 대부분의 신인들은 스타로 만들어 준다면, 그 어떤 무리한 계약 조건도 쉽게 수긍한다. 물론 해당 신인을 가족처럼 여기며 오랜시간 동고동락을 하는 기획사도 많다.
하지만, 결국 그 신인이 인기를 얻어 톱스타의 반열에 오르면 ‘돈과 권력’을 따라 자신을 돌봐줬던 기획사를 저버리는 경우 역시 비일비재하다. 그렇기 때문에 매니지먼트사에서 무리하게 10~15년이라는 장기계약을 감행하게 되는 것.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무리 정책이 잘 만들어 진다고 해도, 결국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모든 일이 시작되는 것”이라면서 “서로 믿음과 신뢰를 가질 때만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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