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뉴시스
[일요서울 | 변지영 기자] 연일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력 수요도 늘어났지만 전기요금 폭탄을 맞을까봐 가정에서는 쉽사리 에어컨을 켜지 못하고 있다. 에어컨을 틀면 평소보다 6~7배나 비싼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기요금 누진제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누진제 개편안을 적용해도 요금 폭탄은 피할 수 있지만 요금 인하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7, 8월분 전기요금 고지서가 각 가정에 청구되면서 요금 폭탄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부들이 주로 가입한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요금 폭탄을 맞았다는 글이 늘고 있다.
 
요금 고지서를 아직 받지 못한 가구의 경우에는 한국전력이나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전기요금 계산기를 통해 요금이 얼마나 늘어날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례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록적인 폭염이 본격화 된 8월 초 전기 사용분이 요금에 포함되면서 요금 폭탄 사례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와 여당은 지난 11일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 동안 누진제 구간의 폭을 50h씩 넓혀주는 방식으로 누진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단계별로 추가로 50h까지 한 단계 낮은 요금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최저 요금과 최고 요금의 차이가 11.7배에 달하는 누진배율은 그대로여서 실질적인 요금 혜택은 미비할 것이라는 지적이 늘고 있다.
 
더욱이 누진제를 완화하는 기간도 전기를 사용하는 날짜 기준이 아닌, 검침일 기준이어서 일부 가구는 전기소비량이 적은 달에 누진제 완화 혜택을 받게 된다.
 
곽상언 법무법인 인강 대표 변호사는 한국전력의 서비스도 엉망이라며 검침 날짜가 하루만 늦어져도 누진제가 한 단계 올라간다고 비판했다.
 
김대욱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16일 오후 바른사회시민회의(바른사회)가 주최한 정책토론회 전기료 누진제, 어떻게 바꿔야하나에 참석해 전기료 누진제의 개선방향에 관해 전기요금의 현실화·정상화와 전기요금의 인하는 (개념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행 전기요금의 문제점은 7, 8, 9월에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의 요금폭탄을 내야하는 것이라며 누진제를 개편하면 평소에 내는 가격은 약간 올라가겠지만, 한여름 요금 폭탄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훨씬 안정적으로 전기요금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전은 누진제로 인해 요금이 늘어날 수 있지만 12만 원을 내다가 33만 원이 나오는 경우 등은 극단적인 사례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한전은 이날 해명자료를 통해 “33만원의 요금을 내는 가구는 월 전력사용량이 733kWh”이라며 733kWh를 넘게 사용하는 가구는 에어컨을 많이 사용하는 지난해 8월 기준으로도 우리나라에 9만여가구로 전체 2200만 가구 중 0.4%에 불과하다고 했다.
 
요금이 46만원 정도 나오는 경우는 월 900kWh를 넘게 사용하는 가구로 지난해 8월 기준 36000가구라며 이는 전체 가구의 0.16% 수준이라고 했다.
 
한전의 주장에 대해 김대욱 교수는 “201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기초생활보장수급자는 100만 명인데, 전기요금의 누진 1단계 구간 사용자는 400만 명이라며 혼자 살면서 소득은 많은 1인가구들이 누진제 1단계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라고 기존 누진제의 허점을 꼬집었다.
 
우리나라 주택용 전기요금체계는 6단계구간으로 이루어져있다. 1구간은 월평균 전력 사용량이 100킬로와트시 이하, 2구간은 101~200킬로와트시, 3구간은 201~300킬로와트시, 4구간은 301~400킬로와트시, 5구간은 401~500킬로와트시, 6구간은 501킬로와트시 이상이다.
 
1구간은 1킬로와트시당 60.7원의 전기요금을 내고 6구간은 1킬로와트시당 709.5원을 내야한다. 전기 사용량이 적을수록 누진단가가 낮아 전기료가 낮아지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어 현행 주택용 전기요금체계가 2007년 이후 10여 년간 전혀 변화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누진단가의 조정은 무조건 인하가 아니라 전반적인 전기요금 현실화와 용도별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전기세 폭탄을 우려하는 국민에게 전기세를 완화할 대안으로 누진제도의 개편으로 인한 요금인상이 부담되는 저소득가구는 에너지 바우처 등의 제도를 지원을 활용하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과거에는 누진율을 매년, 적어도 3년에 한 번은 바꿔왔지만 20071228일 이후 단 한 차례도 수정하지 않았다이는 국가에서 손을 놓고 있었다는 것이고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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