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뉴시스>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이달초 잠적한 것으로 알려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태영호 공사와 가족들이 한국으로 망명했다고 통일부가 17일 밝혔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오늘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태영호 공사가 부인, 자녀와 함께 대한민국에 입국했다"며 "이들은 현재 정부의 보호하에 있으며, 유관기관은 통상적 절차에 따라서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태 공사는 탈국 동기에 대해서 김정은 체제에 대한 염증, 그리고 대한민국 사회와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동경, 그리고 자녀와 장래 문제 등이라고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태 공사는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현학봉 대사에 이은 서열 2위에 해당한다"며 "지금까지 탈북한 북한 외교관 중에서는 최고위급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1997년 미국으로 망명한 장승길 주이집트 북한대사와의 서열 차이에 대해 "굳이 따진다면 차이가 있겠지만, 대사와 공사 다 외교관으로서는 최고위급이라 그런 표현을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변인은 태 공사의 탈북에 대해 "북한의 핵심계층 사이에서 김정은 체제에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북한 체제가 한계에 이르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지배계층 내부 결속이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평가했다.

태 공사 가족은 사안의 민감성 등을 고려해 지난 4월에 집단탈북한 중국 북한식당 종업원들과 마찬가지로 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에 가지 않고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보호센터)에 머물면서 망명 동기 등의 조사와 정착지원 교육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태 공사는 최근 10년 동안 영국에서 지냈으며, 미래가 보장되는 엘리트 외교관의 길을 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북한 외교관으로서 영국에서 북한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일을 했으며, 특히 연설 등을 통해 "북한이 국민에게 교육, 주택, 의료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하는 등 김정은 체제 선전을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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