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M&A 큰손 어딘가 봤더니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인수합병(M&A)이 재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들이 최근 6년 동안 활발한 M&A를 통해 장기화된 불황에 활로를 모색하고 있어서다. 더구나 올 상반기 이 같은 선택과 집중이 결실을 나타내며 재계에 들뜬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 가운데 롯데그룹이 M&A의 큰손으로 급부상했다. 재계는 ‘기업활력법’ 시행이 인수합병 시장에 더욱 열기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올 7월말까지 30대그룹의 M&A현황은 총 272건, 금액은 46조7473억 원에 달한다. 조사 대상 가운데 가장 큰 금액의 인수합병을 추진한 기업은 롯데였다. 롯데그룹은 이 기간 총 9조7583억 원을 투입해 28개 기업을 사들였다. 올 들어서만도 2조8000억 원 규모의 M&A 3건을 성사시켰다.

롯데는 지난 2010년 말레이시아 석유화학업체 타이탄을 1조5223억 원에 인수하고 2012년에는 하이마트를 1조2480억 원에 사들이는 등 1조원을 훌쩍 넘는 대형 M&A에 적극 나섰다. 최근 들어서도 삼성정밀화학(4650억 원), SDI케미칼(2조3265억 원)을 각각 사들였다. 앞서 지난해에도 뉴욕팰리스 호텔(9475억 원)과 삼성BP화학(819억 원), KT렌탈(5056억 원)에 인수했다.

주목할 부분은 인수 후 실적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롯데렌탈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575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76.3% 급증했다. 이는 반기 기준 역대 최고치다. 당기순이익은 246% 급증한 204억 원을 기록했고 매출 역시 22% 뛰었다. 롯데렌탈은 지난해 KT를 떠나 롯데 품에 안겼다.

삼성그룹과 빅딜을 단행한 한화와 롯데는 인수 후 함박웃음을 지었다. 지난해 한화 품에 안긴 한화테크윈은 올 2분기 445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 전환했다. 삼성의 화학계열3사를 인수한 롯데케미칼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 6939억 원(8.5%↑)을 기록해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M&A 대박…CJ ‘건수왕’

2위는 4개 회사를 5조5419억 원에 사들인 현대자동차 그룹이 차지했다. 현대차는 2011년 3월 현대건설 경영권(4조9600억 원), 2012년 3월 현대라이프생명(2391억 원)을 인수했다. 이어 지난해 현대종합특수강(2943억 원)을, 올해는 GIT(485억 원)를 인수했다.

3위는 4조8999억 원을 투입해 10개 사를 인수한 포스코가 차지했다. 포스코는 2010년 성진지오텍(1598억 원), 대우인터내셔널(3조3724억 원) 인수를 시작으로 2012년까지 매년 2~3개 회사를 사들였다. 이후 2014년에는 포스파워(4841억 원)를 인수했다.

이어 SK그룹이 4조4657억 원(18개사)으로 4위, 한화그룹이 3조5733억 원(11개사)으로 5위로 뒤를 이었다. 현대중공업은 3조871억 원(5개사)으로 7위에 올랐다.

SK는 2012년 3월 하이닉스를 3조3747억 원에 사들였으며, 한화는 2015년 6월 한화종합화학(옛 삼성종합화학)을 1조 원에 인수했다. 현대중공업은 2010년 8월 현대오일뱅크를 2조8933억 원에 사들였다.

재계 1위 삼성은 M&A에 적극 나서진 않았다. 삼성은 2011년 3월 메디슨을 4450억 원에, 2014년 5월에 서울레이크사이드 골프장을 3500억 원에 인수한 것 등을 제외하면 굵직한 기업 인수가 거의 없는 편이었다.

삼성은 최근 피아트 부품사인 마그네티마렐리를 30억달러(약 3조3540억 원)에 인수하는 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지만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아 집계에서 제외됐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 8조 원이 넘는 깜짝 영업이익을 올리며 전년 대비 18% 넘는 영업익 성장률을 나타냈다. 인수합병에 적극적이지 않은 그룹들은 한진, 두산, OCI, KCC 등으로 집계됐다. 이들 4개 그룹은 2010년 이후 1개 회사씩만 인수했으며 금액도 소규모였다.

건수 기준으로는 CJ그룹이 무려 42개 사를 인수해 가장 공격적이었다. 금액으로도 3조2822억 원에 달해 M&A 순위 6위에 올랐다. 2조3000억 원(25건)을 기록한 LG그룹보다 높은 수치다. 그러나 2014년까지 매년 6~8개의 기업을 인수하며 왕성한 M&A 의욕을 보였던 CJ의 국내 M&A는 2012년 1조8000억 원(5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3년 이재현 회장 구속 이후 M&A가 급격히 둔화돼 2013년 2500억 원(7건), 2014년 1000억 원(10건) 등으로 감소했다. 지난해엔 1건(10억 원)에 머물렀다.

이어 롯데그룹이 28개사, LG그룹이 25개사를 각각 인수하며 뒤를 이었다. LG그룹은 LG화학이 M&A의 최전선에서 뛰고 있다. LG화학은 2분기 6125억 원의 영업익으로 전년 대비 8.7%에 달하는 성장률을 기록하며 18분기 만에 최대 실적을 거뒀다.

LG화학은 2014년 미국 수처리 업체 나노H2O 인수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팜한농을 4245억 원에 사들였다. 회사 미래 성장동력인 그린바이오 부문에서 또 다른 M&A가 성사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밖에 한국타이어 식구가 된 한온시스템은 올 2분기 95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같은 기간 대비 11.6%의 증가세를 보였다.

“한동안 열풍 이어갈 듯”

재계는 앞으로 인수합병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 선택과 집중을 강화해 경기침체를 타개하는 전략이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고 있어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본업에 집중하기 위해 비주력사업을 정리하고 잘할 수 있는 분야에 과감하게 투자하고 있다”면서 “활발한 인수합병의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타나면서 이런 분위기는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기업활력법 시행으로 M&A 시장은 더욱 활기를 띨 것”이라고 밝혔다.

sh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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