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기 식용 논점이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변질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개고기를 둘러싼 배우 최여진 모친의 '기보배 선수 비난 논란'의 후폭풍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일부 팬들은 최여진이 출연하고 있는 프로그램 게시판을 통해 하차할 것을 요구하는가 하면, 그에 대한 인신공격까지 하고 있는 것. 게다가 이 논란이 평창올림픽 보이콧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사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지난 2010년 한 언론사가 양궁 국가대표 기보배의 성공스토리를 다룬 기사를 내보냈다.
 
보배가 개고기를 먹는 날이면 경기를 잘 풀어나갔다. 중고등학교 때 개고기를 먹은 날은 좋은 성적을 냈다.”
 
기보배 아버지의 말이었다.
 
이를 본 최여진의 모친이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얼짱궁사 기보배. 보신탕 먹으면 잘 맞아요. 죄송하고요. 무식해 보이겠지만 욕 좀 할게요. XX가 미쳤구나. 한국을 미개한 나라라고 선전하는 것이냐. 잘 맞으면 니 XX, XXX드시지. 왜 사람 고기 좋다는 소린 못 들었냐? XXXXXX. 니 속으로만 생각하고 X먹어라며 기보배를 원색적으로 공격했다.
 
네티즌 간 공방 벌어져
 
이 글은 삽시간에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면서 네티즌 간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일부 네티즌은 최여진의 모친의 발언에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이에 최여진의 모친은 논란이 된 글을 내리고, “저도 기보배 선수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기 선수에게 지나친 발언을 한 점은 사과한다며 자신의 입장을 해명하는 글을 올렸는데 이 글 역시 현재 삭제된 상태다.
 
최여진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기보배 선수와 가족들, 팬들에게 어머니 대신 사과한다는 자필 사과문을 올렸다.
 
최여진은 자신의 SNS를 통해 어머니가 기 선수를 지목해 쓴 글과 사과문까지 뒤늦게 보고 참담한 심정이었다가장 집중해야 할 시기에 기 선수가 이 글을 보거나 전해 듣지 않을까, 죄송한 마음과 함께 저 역시 대표선수들을 응원하는 한 사람으로서 불안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고 밝혔다.
 
최여진은 이어 너무 늦게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면목 없지만, 부디 기 선수가 저희 어머니 때문에 더 이상 큰 상처를 받지 않으시기 바란다고 사과했다.
 
최여진은 또 이해와 관용의 무지에서 비롯한 어머니의 큰 잘못에 용서를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이런 대화를 좀 더 일찍 나누지 못한 제게도 책임을 물어주길 바라며, 기 선수와 기 선수 가족에게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최여진의 사과에도 여론은 여전히 들끓고 있다. 일부 네티즌이 최여진이 출연하고 있는 프로그램의 게시판을 통해 인신공격성 발언을 쏟아내며 그의 하차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 이들은 사회에서 매장당해야 한다”, “독한 X. 반성 자세가 안 됐다”, “엄마 조심하라 님 엄마가 XXX XXXX” 등의 악플을 달았다. 현재 최여진은 채널A ‘풍문으로 들었쇼’ MC를 맡고 있고, SBS ‘정글의 법칙 in 뉴칼레도니아에 출연 중이다.
 
또 과거 최여진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올린 사진 한 장을 놓고 네티즌들이 맹비난하는 일도 발생했다. 이 사진에는 최여진의 모친이 강아지가 둘러앉아 있는 식탁에서 고기를 굽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는데, 최여진은 강아지 키운다고 자주 가는 정육점 사장님께 못 파는 고기 주세요했더니 소고기랑 돼지고기 챙겨줬다애들 환장하고 잘 먹었다. 감사하다라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이에 일부 네티즌들은 개고기를 먹는다며 기보배 선수에게 욕설을 퍼부었던 최여진 모친이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구워 강아지에게 먹이는 것은 모순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기보배와 최여진 모친 간 개고기 논란은 엉뚱하게도 유도 국가대표 안바울에게까지 번져나갔다. 개고기 식용을 반대하는 한 페이스북 페이지가 리우올림픽 유도 66kg급 은메달리스트인 안바울의 발언을 문제 삼은 것. 안바울이 부모님이 중요한 대회가 열리면 꼭 개고기를 싸들고 찾아와 응원한다. 부모님이 좋아하셔서 더 힘이 난다라는 말을 부각시키며 개고기를 먹는 안바울에 반감을 드러냈다.
 
또 국내외 개고기 반대 단체들도 기보배를 비난하고 나섰다. 호주의 개고기 반대 단체인 파이트 도그 미트(Fight dog meat)’는 홈페이지에 기보배가 개고기를 먹는다는 기사와 함께 한국인 운동선수들이 개, 고양이 고기를 사용해 만든 영양탕을 먹는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2018 평창올림픽의 모토인 새로운 지평'을 언급하며 새로운 지평에는 개고기와 고양이고기는 없다. 자신들의 모토를 따라 주길 바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제행사 때마다 논란
 
이탈리아의 한 정치인은 한국인들이 개고기를 먹는 것을 중단하지 않으면 유럽 차원에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보이콧하자고 주장했다. 우파 전진 이탈리아(FI) 소속의 미켈레 비토리아 브람빌라 의원은 최근 이탈리아 밀라노 시내에서 복날 보신탕을 먹는 한국 풍습과 열악한 개의 사육 환경 등을 다룬 한국, 공포의 식사라는 제목의 비디오를 상영한 뒤 한국인들이 개고기를 먹는 것에 반대하는 운동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브람빌라 의원은 한국인들은 개고기가 원기 회복과 에너지 충전에 좋다는 믿음으로 더위가 절정에 달하는 복날이라는 특정 날에 개고기를 넣고 끓인 수프 형태의 보신탕, 샐러드 형태의 수육으로 개고기를 섭취하고 있다고 소개한 뒤 한국에서는 개고기 생산을 위해 비좁은 사육장에서 개들을 사육하고, 도살 시 몽둥이로 때려야 육질이 부드러워진다는 믿음으로 잔인하게 개를 죽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에서는 의회에 보내는 한국 개고기 거래 금지 촉구청원에 올 초부터 6개월간 10만명 이상이 서명하기도 했다. 이들은 개고기 식용 금지는 문화상대주의를 넘어서는 것으로 인류가 추구해야 할 보편적 가치인 동물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인간과 가장 가까운 반려동물인 개와 고양이 등부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동물 보호 수준을 높이자는 게 동물보호단체들의 취지라고 주장했다.
 
국내 개고기 반대 단체들도 기보배 비난 대열에 동참했다. 이들은 “(기보배의) 뻔뻔스러움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개고기 논란에) 신경쓰지 않는다는 (기보배의) 말에 더 화난다며 기보배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반면 식용견을 사육하는 업자들은 동물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개 식용만 금지하는 건 형평에 맞지 않다면서 개 식용 산업에 100만 명 이상이 종사하는 한국의 현실과 관련자들의 생계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개고기 식용 문제는 한국이 대규모 국제행사를 치를 때마다 논란이 됐다.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동물단체들이 한국 정부에 개고기 식용 금지를 요구했고,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는 1994년 김영삼 대통령에게 개 식용 금지를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일 월드컵을 앞둔 2001년엔 국제축구연맹(FIFA)이 개고기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hwik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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