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대망론을 향한 광폭 행보가 눈에 띈다. 여야를 넘어 차기 대선에서 잠룡군으로 분류되는 광역단체장중 발 빠르게 팬클럽을 출범시키고 외곽조직을 결성하는 등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장이지만 수도이전에 찬성하는 발언을 해 서울시민과 공무원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지만 지방 분권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또한 청와대와는 청년수당 문제로 ‘각’을 세우면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더불어민주당내 자기 세력이 미약하다는 점을 의식한 듯 김두관계를 영입하고 김근태 사람들을 아우르면서 손학규 전 고문과 단독 회동을 갖는 등 세 확장에도 적극적이다. ‘문재인 독주’에 ‘킹메이커’ 역할을 넘어 ‘킹’이 되기위해 ‘올인’하는 모습이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대권 몸 푸는 박시장 김두관 사람들과 외곽조직 ‘결성’
- ‘리틀 노무현’ DK 측근+ 이인영·기동민 GT계 합류


박원순 서울시장의 수상한 행보는 7월초 ‘수도이전 찬성’ 발언이 나오면서부터다. ‘개헌을 통해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옮겨야 한다’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주장에 박 시장은 “그보다 더 큰 차원에서 개헌해 헌법 전문에 분권과 자치의 시대를 선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시장은 한 발 더 나아가 “노무현 정부가 내놓은 행정수도 이전은 잘했다고 본다”며 “서울은 비즈니스 수도로 족하다”고 했다.

 

 

‘수도이전’ 충청권 ‘청년수당’ 젊은층 ‘러브콜’

박 시장의 이런 발언이 알려지면서 ‘화들짝’ 놀란 것은 서울시민과 시 공무원들이었다. 박 시장의 발언이 알려진 직후 조사된 여론조사(한국리서치 0718 한겨레)에서 서울시민들은 박 시장의 주장에 대해 ‘61.3%’가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인천과 경기 역시 반대 의견이 60.9%에 이르렀다. 인구 비중이 높은 수도권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높게 나온 것이다. 시 공무원들 역시 “역대 서울시장 중에서 수도이전을 찬성한 사람은 박 시장뿐이다”며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내년 대선 이후 2018년 6월에 치러질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 시장의 이런 입장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 정가에서 ‘사실상 3선을 포기하고 대권 출마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의혹을 보내고 있는 배경이다. 실제로 ‘수도이전’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받은 바 있고 개헌문제로 단시간에 이뤄질 사안은 아니다. 경남 창녕이 고향인 박 시장이 충청도 민심을 얻기 위한 ‘러브콜’ 성격이 짙다는 평이다.

또한 서울시장으로서 대중적 인지도가 높지만 차기 대권 주자로 리더십은 미약한 게 박 시장의 단점이다. 이를 위해 박 시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청년수당’을 두고 전면전을 펼치고 있다. 이 또한 차기 대권 출마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박 시장은 8월20일 청와대에서 개최된 전국 시도지사 오찬 간담회에서 박 대통령에게 “청년들의 문제가 아주 심각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풀어야 한다”며 “서울시 청년수당 정책은 중앙정부와 충돌하는 게 아니라 보완적인 정책”이라고 작심 발언을 했다.

청년 수당 논란은 서울시와 보건복지부가 갈등을 빚으면서 시작됐다. 박 시장은 8월초 첫 청년수당을 지급했고 이에 보건복지부는 서울시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서울시가 강행할 뜻을 밝히자 바로 직권 취소를 내렸다. 박 시장의 청년수당 논란이 이슈화될수록 차기 대선주자로서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는 데 토를 다는 정치권 인사는 없다.

박 시장은 박 대통령과 대화를 공식요청하면서 ‘소통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있다. 또한 박 정부와 ‘청년수당’으로 대립각을 세우면서 젊은층으로부터 호감을 불러일으켜 확실한 대선주자로서 입지를 강화시키고 있다. 박 시장이 ‘수도이전’, ‘청년수당’ 등 현안에 대해 야권 내 다른 잠룡에 비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이슈를 선점하고 있는 셈이다.

박 시장의 대권가도에 또 다른 걸림돌은 당내외 세력이 미약하다는 점이다. 지난 총선에서 세 확보에 나섰지만 핵심 측근들이 줄줄이 경선 또는 본선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원내진입에 실패했다. 이에 박 시장은 당내 대통령 후보 경선을 대비해 김두관·GT계·손학규 세력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우선 박 시장은 실무 그룹에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는 김두관 인사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김두관 친동생 서울시 영입… ‘DK 연대설’

박 시장은 최근 김두관 의원의 친동생인 김두수 넥스트코리아 대표를 서울시 대외협력파트에 영입했다. 김 대표는 16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총선기획단장을 하며 고양시 일산서구에 출마했고 17대에는 열린우리당 19대 때에는 민주통합당 사무총장을 맡아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이 밖에 김 대표는 국민의명령 사무총장, 노무현재단 기획위원으로 나름대로 다양한 경력을 쌓은 인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원급 인사’를 5급 상당으로 채용한 것에 대해 ‘직책’보다는 차기 대선을 위한 인사조치로 사전에 김 의원과 교감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또한 박 시장은 김 의원의 측근 그룹 영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 시장은 9월 추석 전후로 자신의 지지기반인 시민사회 세력을 중심으로 전국 조직인 ‘희망새물결’(가칭)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김민영 전 참여연대 사무처장, 오성규 전 서울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서왕진 전 서울시 정책특보가 주도하고 있다.

새물결은 2012년 김 의원이 대선 출마를 위해 결성했던 싱크탱크 조직인 지방자치분권연구소 소속 회원들을 영입해 외곽조직을 구성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김두관 캠프에서 일했던 한 인사는 “최근 김두관 캠프에서 함께했던 인사들이 찾아와 박원순 시장과 함께하자는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며 “아직 결정은 못했다”고 본지 기자에게 귀띔하기도 했다.

또한 당내 선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왔던 재야 운동권 출신이 주축인 민주평화국민연대(이하 민평련)에게도 박 시장은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민평련은 먼저 박 시장에게 우호적인 제스처를 보냈다. 민평련은 8월7일 국정원의 박원순 서울시장 사찰 의혹을 규탄하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제목도 ‘국정원의 박원순 공작은 야만시대로 회귀’라고 잡았다. 성명서에는 민평련 대표를 맡고 있는 설훈 의원을 비롯해 권미혁 기동민 김민기 김영진 김한정 김현권 소병훈 신동근 심재권 오영훈 우원식 위성곤 유승희 유은혜 윤후덕 이인영 인재근 홍익표 의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민평련은 재야 운동권 출신의 좌장 역할을 해온 고 김근태 전 의장을 지지한 그룹으로 20대 총선에서 20여명 가까이 생환했다. 핵심 멤버로는 고 김 전 의장 부인인 인재근 여사를 비롯해 586 좌장인 이인영 의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출신 기동민 의원이 민평련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이인영 의원의 경우 임종석 전 서울시정무부시장이 지난 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후 휴식기를 가지는 사이 박 시장의 최측근 인사로 부상하고 있다. 민평련이 박 시장의 우군그룹으로 부상하자 회원이던 친문 인사인 노영민, 진성준 전 의원은 성명서에 이름을 올리지 않아 친문 그룹과 보이지 않는 신경전도 벌였다.

박 시장은 8월 10일 저녁에는 민평련 회원들을 초대해 만찬을 가지며 노골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박 시장이 본격적으로 세 확장에 나섰다는 정치권 관측이 높았지만 양측은 “현안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저녁을 먹는 자리”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민평련이 당내 영향력있는 계파 모임 중 하나라는 점과 박 시장이 유력한 대선주자라는 점에서 단순히 현안 논의를 위한 모임이라는 설명을 믿는 정치권 인사는 없다.

분주한 ‘8월’ 손학규·민평련·팬클럽 회동

민평련은 노선상 친노·친문에 가깝지만 2012년 김두관·문재인·손학규·정세균 후보 중 대세론을 형성한 문 후보를 택하기보다 김 전 고문과 친구사이였던 손 후보를 선택해 경선판을 술렁이게 만들기도 했다. 또한 김 전 의장이 세상을 떠난 가운데 민평련 자체로 대권주자를 낼 수 없는 한계 역시 박 시장에게 호감을 갖는 계기가 됐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박 시장의 대권을 향한 광폭 행보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8월16일에는 손학규 더민주당 고문을 방문해 향후 정치적 행보 관련 조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은 이날 손 전 고문이 머물고 있는 강진 백련사 인근 토담집에 들렀다. 손 전 고문은 자신의 집에서 박 시장에게 차를 대접한 뒤 인근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함께 식사를 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6개월 전 손 전 고문의 사위 빈소에서 조우한 뒤 처음이다. 경기고 선후배 사이이기도 한 두 사람은 박 시장이 시민단체 활동을 할 무렵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손 전 고문이 도움을 준 바 있다. 또한 박 시장이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했을 때도 손 전 고문이 박 시장을 지원한 바 있다. ‘저녁 있는 삶’ 슬로건으로 화제를 모은 손 전 고문 최측근 인사도 서울시 메시지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박 시장은 또한 광역단체장 중 처음으로 온라인 팬클럽을 오프라인 모임으로 승격시켰다. 8월12일 박 시장은 ‘원순 친구들 준비 모임’ 지지자 100여명과 함께 팬클럽 모임을 가졌는데 온라인 팬클럽이 아닌 오프라인 모임을 만든 것은 광역단체장 잠룡군 중 처음이다. 바야흐로 박 시장은 서울시장 3선 도전보다는 차기 대권에 방점을 두고 치밀하게 경선과 대선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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