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이자 상품 광고’ 알고 보면 하나의 유인 미끼?

금감원 자금 필요로 하는 사람 현혹하는 얄팍한 상술

대부금융협회 의도적으로 피해 주기 위한 것 아니다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대부업체 30일 무이자의 함정이라는 제목의 웹툰(만화)이 대출을 고려하는 예비 고객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3금융권으로 분류되는 대부업체의 공격적 마케팅의 숨은 의도를 알려준다는 게 이 만화의 요지다.
 
내용은 이렇다. 대부업체는 최근 ‘30일간 무이자로 돈을 빌려준다는 취지의 이벤트를 자주 진행하는데, 이는 경쟁사를 상대로 우리상품을 이용하게 하려는 단순한 마케팅이 아닌 신용도를 낮춰 12금융권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속뜻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주목할 부분은 만화의 내용이 전혀 근거 없는 속설로 치부하기에는 마땅히 반박할 부분이 없다는 점이다.
 
만화에 따르면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대출금리가 저렴한 1금융권(은행)을 이용하고 싶어 한다. 신용이 이에 못 미치거나, 1금융권 한도 내의 기존 대출금이 있는 경우라면 2금융 안에서 대출을 받는 게 최선이다. 금리로 경쟁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대부업체 입장에서는 어떻게는 고객을 유치해야 하는데, 이런 과정에서 최근 ‘30일 무이자이벤트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여기까지는 수익창출을 목표로 하는 일반 회사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으로 볼 수 있다. 만화에서는 바로 여기에 함정이 있다고 강조한다. 한 번 3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으면 신용도가 하락하기 때문에, 이후 12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고 싶어도 빌릴 자격요건이 안되기 때문이다.
 
이는 실제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직장인 신모(32)씨는 신혼집 전세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과 저축은행 등에서 대출을 받았다. 이후 생활비 등의 지출이 감당되지 않아 추가로 대출을 받으려 했지만, 이미 자신이 받을 수 있는 한도까지 빌린 상황이었다. 신 씨는 30일 무이자 대출이라는 광고에 잠깐만 빌리고 갚자라는 생각에 대부업체에 손을 벌렸다가 신용도 하락을 면치 못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게 되면 신용등급이 내려간다. 신용평가사는 개인의 신용등급을 산정할 때 어떤 금융기관과 거래하는지를 고려하기 때문이다. 하락하는 신용등급은 평균 1.5~2등급 정도다.
 
대부업 대출과의 연결고리
 
대부업체의 이런 전략 때문일까. 3금융권의 대출 규모는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대부업체 대출 잔액은 132452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6월 말 대비 7.3%(9051억 원) 증가한 규모다. 같은 기간 대부업체 이용자 수는 186000명 증가했다.
 
30일 안에만 갚으면 이자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현혹된 급전이 필요한 금융소비자들과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대부업체로 발길을 돌리면서 대출 규모와 이용자 수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이길성 금융감독원 저축은행 총괄팀장은 대부업체 이용자들에 대한 신용등급 하락이 되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내용이라면서 신용등급평가와 연결고리는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대부업체와 거래했다는 사실로 다른 금융권에서는 경제적인 여건이 안 좋으니 여기에서 빌렸겠지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권은 모든 리스크를 본다. 이런 영업방식이 어려운 여건에 처한 사람, 자금이 필요한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방법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조금 얄팍한 상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국장도 대부업체의 무이자 상품 광고는 하나의 유인 미끼라고 평가했다. 그는 신용등급을 매길 경우 제12금융권, 대부업체 이용에 따라 각기 평점이 확 달라진다신용등급이 좋더라도 대부업체 이용 기록이 한 번이라도 등록된다면 2~3등급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국장은 제1금융권에 대출받으러 갔던 고객이 거절당한 일을 목격한 사례를 설명하며 은행 입장에서는 고객이 추후 이자 등을 제대로 낼 수 있는지를 본다고 했다. 대부업체에서 조회해본 기록이 나오면 오죽 돈이 필요했을까’, ‘급했구나라고 판단해 대출을 거절할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피해 최소화를 위한 노력
 
그러나 대부업체 측은 현행법상 위반이 아니다라며 미끼라는 말에 다소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한국대부금융협회 이재선 사무국장은 각 사들이 도덕적인 문제 지적이 발생하면 판단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사회적인 영향을 보고 판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국장은 현재 무이자 30일 대출 상품이 대부분 없어지고 있는 상태라며 대부업체에서 금융소비자들을 이용하기위한 미끼라는 말은 조금은 과장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으면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것은 맞지만 그 폭은 제2금융권과 동일하다며 의도적으로 피해를 주기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그렇다면 1금융권인 은행에서는 이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일단 은행에 와서 상담을 받아보라는 게 은행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 낮은 분들이) 1금융권에 가면 안 된다고 판단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런 분들도 저소득을 위한 정부정책 혜택을 받을 수 있다먼저 은행에 와서 상담을 받아보시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소비자의 인식뿐 아니라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앞서의 강형구 국장은 정부에서 대부업체를 금융기관 역할을 수행하는 걸로 상정해두고서, 모든 책임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행태는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신용등급을 어떻게 매기는지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항의가 필요한 부분이다라고 지적했다.
 
oyjfox@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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