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친박’, ‘친문’ 독주 중간지대 ‘생존법
- 손학규-정운찬-김종인-박지원 -이해찬까지

더불어민주당의 8.27 전당대회가 무난하게 끝났다. 하지만 ‘여당 사상 첫 호남 대표’, ‘비주류의 신화’, ‘머슴 대표’ 등 스토리텔링이 되는 대표를 선출한 8.9 새누리당 전당대회와 비교하면 흥행 면에서 그리 성공적이진 않아 보인다.

더구나 2017년 대선을 관리하게 될 두 당의 신임 지도부 선출과 동시에 정치권 주변에는 ‘중간 지대 정계 개편론’이 현실화 될 것이란 시각도 커지는 상황이다. 이런 시각은 양 당의 전당대회 과정에서 나타난 ‘친박’, ‘친문’ 독주체제 구축이 배경이다. 

호남 공략에는 적극적이지만 민심을 악화시키고 있는 ‘우병우 민정수석 사태’에 대한 과감한 건의를 주저하는 듯 보이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행보는 우 수석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비박계의 주장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여야 전당대회 친문-친박 독주

더구나 생활비 구설수, 음주운전 등 8.16 개각 대상자들에 대한 국민적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박근령, 서향희 등 대통령 친인척 구설수까지 겹쳐있는 상황이지만 이래저래 눈치만 살피는 이 대표의 태도는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

또한 ‘대통령 예스맨‘처럼 보이는 언행 역시 친박계 내에서조차 곱게 봐주지 않는 분위기다. 이 대표의 모습은 김무성 전 대표, 남경필 지사, 오세훈 전 시장 등 차기 대선을 준비하는 당내의 잠재적 후보군들에게 향후 당의 대선 후보 선출 과정이 신뢰감 있게 진행될까 라는 의혹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두 가지 측면이 지적된다. 첫째는 4.13 총선 이후 정권교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수권정당 대표로 나선 후보들이 미래 비전과 국가 아젠다 설정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부자 몸조심’하는 모양새인 데다 호남 복원 등 일반론적인 언쟁만이 오갔을 뿐이다. 더구나 ‘친노’‘프레임이 ‘친문’ 프레임으로 바뀌어 누가 더 ‘문심(文心)’에 가까운가 만이 논쟁의 척도가 되어 공격과 방어가 오갔다.

두 번째는 당의 운영 체제 전반에 대한 점검이다. 열린우리당 이후 원내정당 중심의 운영체계가 당의 외연을 지속적으로 확장해왔는지, 가장 밑바닥의 민심과 여론이 당론형성 과정을 통해 정책화 되고 있는지, 당의 지지층 구조는 열린우리당 이전과 이후에 어떤 개선이 있었는지 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21세기 새롭게 대두되는 민생 과제들에 대응하기 위해 ‘일 잘하는’ 정당으로 변모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당원과 공유하고 해결책들을 찾는 기회로 만들어야 했지만 그런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집권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겠고 당의 무엇을 바꾸겠다는 ‘어떻게(how to)’와 관련해 시선을 끄는 내용은 없었다.
특히 지도부와 선출직 인사들을 충원하는 과정과 방식에 대해 주의깊은 점검이 필요하다.

일례로 경선 룰에 있어 당심과 민심의 대표성 확보는 공정하게 이뤄져 있는지, 그 비율은 어느 정도가 적정한 것인지, 지난 총선에서처럼 안심번호에 의존하는 여론조사 경선을 보완할 방법은 없는지, 체계적인 당원명부 관리 방식은 어떤 것이 있는지 등 디지털화 시대의 변화를 어떻게 따라갈 것인가에 대한 내용을 깊이있게 들여다봐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열린우리당 이래로 당의 외부에 존재하는 지지층을 유입하는 개방형 경선제도를 추구해왔다. 하지만 주요 선거 직전에 외부로부터 충원되는 대규모 인사들에 대해 선거에서 진 후보들은 그 진위 여부와는 상관없이 의구심을 갖게 되었고 이것이 ‘친노’하면 떠올려지는 ‘패권’이란 이미지의 근간이 되어 왔다. 혹자는 이를 ‘모든 자리의 독식’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는 2015년 새정치연합 2.8 전당대회 이슈였던 당권-대권 분리 논쟁과도 맥이 닿아 있다. 

이번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결과 수도권 등 주요 시·도당 위원장 및 최고위원직을 친문계 인사들이 장악했다는 평가가 많다. 그리고 2012년 대선에서 역대 어느 야권 후보보다 가장 많은 득표를 한 문재인 전 대표가 당내에서 대세를 밀고 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어느 정치인이라도 독주체제에 들러리를 설 정치인은 없다. 더구나 4.13 총선 결과를 바탕으로 집권에 한 발 다가선 것은 여당이 아닌 야당 진영이며 상처입지 않은 잠재적 후보군을 가장 많이 보유한 것도 야당 진영이다. 때문에 국가의 미래에 자신의 운명을 걸고자 하는 야심있는 야당의 정치인이라면 누구라도 자신의 존재감이 부각되는 자리를 찾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리고 이 점이야 말로 중간 지대 정계개편을 현실화시키는 가장 강력한 포인트다. 현재 중간 지대 정계 개편을 촉발시킬 인사로는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전 고문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이 관심 대상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과 정운찬 전 국무총리, 그리고 지금은 무소속인 이해찬 전 총리의 움직임도 주목되고 있다.

 중간·제3지대, ‘헤쳐 모여’ 논의돼야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정계 개편은 1990년 민자당을 탄생시킨 3당 합당과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룬 DJP연합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제3지대 또는 중간 지대 정계 개편은 이론상으로나 가능한 그림으로 여겨져 왔다. 그리고 그 방식은 참여인사들이 당을 탈당하지 않고 제3지대에 원탁회의를 만드는 방식을 취할지 아니면 창당과 탈당을 전제한 방식으로 진행될 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친박, 친문으로 딱지 붙여진 현재의 당 지도부가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기 당의 잠재적 후보군들을 포용하겠다고 나서지 않는 이상 중간 지대나 제3지대로 헤쳐 모이자는 논의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는 기존 기업들이 스타트업의 도전을 수용하지 않을 도리가 없는 시장에서의 경쟁 원리와도 같다.

끝으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활력없는 대세론’에 대한 고언이다. 히말라야 등정 이후 문 전 대표는 아직까지 자신의 칼라가 녹아있는 ‘컨텐츠’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이미지 행보에 경도되어 대선 길목의 긴장감을 스스로 이완시키고 있다. 지금은 그동안 준비해온 자신의 정치적 자산과 비전, 꿈을 국민 앞에 내어 놓을 때다. 

필요하다면 선제적으로 당내 경선의 문호를 대폭 열어놓고 잠재적 후보군들을 수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선 국면은 잔치집과도 같아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는 과정 속에서 역동성과 창의성이 만들어지고 자신의 선명성과 존재감이 더 크게 부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간 지대나 제3지대로 유력 인사들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야말로 위험 요인을 줄이는 가장 중요한 대선 전략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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