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 잇단 루머 해명

연예인에게 루머는 ‘그림자’와 같다. 인기를 얻는 순간, 아니 연예인이 되는 순간부터 각종 루머가 따라다닌다. 과거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벙어리 냉가슴만 앓던 연예인들이 자신을 둘러싼 루머에 대해 입을 열기 시작했다 방송을 통해 직접 해명한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모아진다. ‘아닌 땐 굴뚝에서 나는 연기’ 루머에 당당히 맞선 연예인들을 살펴본다.



“휴식기를 갖고 싶었다. 몸도 마음도 지쳤을 무렵 내가 흑인아이를 낳았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돌았고 방송에 회의를 느꼈다.”

지난 12일 방송된 케이블채널 YTN스타 <서세원의 生쇼>에서 ‘만년소녀’ 정소녀가 눈물을 흘렸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해묵은 루머의 진실을 밝히는 순간이었다.

1990년대 MC, 가수, 연기자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며 높은 인기를 구가했던 정소녀는 1996년 드라마 <파리공원의 아침>을 마지막으로 활동을 중단해 팬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결국 12년이 지나 밝혀진 정소녀의 연예계 은퇴 원인은 악성루머였다. 정소녀와 함께 <서세원의 生쇼>에 출연했던 가수 이은하도 근거 없는 루머에 대해 해명했다. 고 이주일의 아이를 낳고 30억을 받았다는 소문이 동대문 상가를 중심으로 떠돌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

정소녀와 이은하 외에도 최근 들어 적잖은 연예인이 자신에 대한 악성 루머를 해명하고 나서 눈길을 모은다.

지난 7일에는 4인조 혼성그룹 ‘룰라’의 멤버였던 김지현이 한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해 ‘숨겨둔 아이가 있다’는 소문을 당당히 받아쳤다. 김지현은 “대학 시절 어머니가 어린 사촌동생을 키웠는데 워낙 예뻐서 자주 데리고 다녔더니 그런 소문이 난 것 같다”며 오해의 매듭을 풀었다.

중견배우 강부자도 지난 달 한 아침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 끊임없이 나돌았던 괴소문의 진상을 규명했다. 그동안 수많은 작품에서 한국의 어머니상으로 등장했음에도 ‘연예계 마담뚜’라는 루머에 시달렸던 강부자는 “내가 왜 그런 소문에 시달려야 하나 싶었고 가슴이 찢어졌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강호동의 경우 지난 5월 자신이 진행하는 MBC <무릎팍도사>를 통해 민감한 사생활 루머를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뿐만 아니라 함께 루머에 등장한 탤런트 이승연에게 전화를 걸어 ‘루머는 루머일 뿐’임을 입증했다. 지난 10일에는 탤런트 이미연이 <무릎팍도사>에 출연, 과거 자신이 심은하에게 인사 잘하라는 교육을 시켰다는 소문이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솔직한 연예인에 호감

이처럼 연예인들이 루머를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나선 가장 큰 이유는 ‘루머 불식’을 위해서로 보인다. 내버려두면 잠잠해질 줄 알았던 소문이 점점 더 무성해지자 직접 사실무근임을 밝혀 싹을 자르고 뿌리를 뽑겠다는 것. 최근 방송에서 루머를 해명한 연예인 대부분도 너무 오래, 너무 널리 퍼져 ‘사실처럼 굳어버린 루머’에 시달렸던 이들이다.

특히 과거와 달리 요즘엔 인터넷을 통해 루머가 순식간에, 무차별적으로 퍼지고 그 과정에서 또 다른 괴소문이 생산되는 경우가 많다. 네티즌들이 꾸준히 소문을 올려 쉽게 잦아들지도 않는다. 때문에 소문을 없애기 위해선 해당 연예인이 공개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분위기가 연예계에서 강해지고 있다.

탤런트 매니저 A씨는 “시간이 약이란 생각으로 견디면 없어지는 소문도 있지만 반대로 점점 커지는 소문도 있다”며 “이럴 경우엔 당사가 직접 해명하고 나서는 게 최선이다”고 전했다. 이어 “요즘엔 소속사에서도 연예인의 루머를 무조건 덮어두려 하지 않는다. 밝혀서 없앨 것과 덮어두고 넘어갈 것을 골라 효과적으로 대처한다”고 덧붙였다.

달라진 방송 분위기도 연예인들의 루머 해명 열풍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엔 루머를 방송에서 언급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되는 분위기였고 연예인이나 시청자 모두 이를 꺼렸지만 지금은 상황이 변했다는 것. 시청자들이 연예인들의 솔직한 모습에 호감을 나타내고 방송 표현수위도 높아져 연예인들이 방송을 통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가 용이해진 셈이다.

실제 강부자가 방송을 통해 ‘마담뚜’ 루머에 대해 해명한 뒤 해당 프로그램 홈페이지에는 강부자를 응원하는 네티즌의 글이 이어져 눈길을 끌었다.

단순히 소문으로 넘겨버리기엔 너무나 치명적인 악성 루머에 당당하게 맞서는 연예인들. 앞으로 어떤 연예인이 이 용기 있는 명단에 이름을 올릴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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