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바다 속 유조선 등 침몰선박 2천158척…無대책

 

[일요서울 | 송승환 기자] 우리나라 연안(沿岸)에 침몰해 있는 선박(船舶) 수가 2158척에 달하는데도 해양수산부는 전체 선박의 잔존(殘存) 유량(油量)조차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민의당 간사인 황주홍 의원(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이 해수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983년 이후 국내 해안에 침몰한 선박 2,158척이 미인양 상태이며 대부분 침몰선박을 정밀 조사하지 않아 남아 있는 기름 양이나 선박 상태는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적으로 침몰선박은 기름유출로 인한 해양환경 오염은 물론이고 사고(事故) 위험까지 안고 있어 빨리 인양(引揚)해야 한다. 기름과 유독물질이 제거되지 않은 유조선(油槽船), 화학제품 운반선, 가스운반선, 1만 톤급 이상의 대형선박이 낮은 수심의 항로에 가라앉아 있다.

하지만, 해수부는 32척에 대한 잔존유(殘存油)만 추정하고 있을 뿐, 전체 미인양 침몰 선박의 잔존유는 추정조차 못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더욱이 해수부는 애초 1만 581㎘라던 32척에 대한 잔존유마저 1만 541㎘로 정정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이는 추정량으로도 2007년 충남 태안 기름 유출사고 때 유출된 기름(1만 2500㎘)의 84%에 해당하는 양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체 침몰선박의 42%(911척)는 남해안에 집중돼 있고, 서해안과 동해안에는 각각 799척(37%)과 448척(21%)이 산재해 있다. 침몰선박을 규모별로 살펴보면 10톤 미만 소형 선박은 1,030척, 10~100톤 중형급 849척, 100톤 이상 대형선박 279척으로 이 중 3척은 1만 톤급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선종별로는 어선(漁船)이 1,752척으로 가장 많은 81%를 차지한 가운데, 화물선(貨物船) 111척, 예인선(曳引船) 71척, 부선(艀船) 53척 등의 순이었다.

특히 유조선과 가스운반선, 여객선도 각각 5척, 2척, 12척이 침몰된 채 방치돼 있어 언제 기름 유출 등의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는 위험을 안고 있다.

해수부는 지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위험성이 높은 32척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들 선박은 수심 8m~90m에 침몰해있어 육안으로 확인되는 선박도 있고, 잔존해 있는 유류가 지금도 새어나오고 있다는 목격담도 있다.

실제 지난 6월, 6년이나 방치된 침몰 준설선에서 기름 유출사고가 발생하기도 한 것처럼 잔존유류가 지속적으로 외부로 유출될 경우 해역오염을 막을 방법이 없으며, 결과적으로 환경파괴와 어장(漁場)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에 황주홍 의원은 “해수부가 조사만 하고 있을 게 아니라,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정부는 인양 비용이나 조사비용 등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단 변명이 아니라, 다른 배와 충돌 사고를 일으키거나 돌이킬 수 없는 해양환경오염으로 번지기 전에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 의원이 침몰 선박의 문제점을 본격적으로 제기하면서 실제 인양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해외 각국의 사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50년 이상의 인양 역사를 가진 나라들이 선박 인양 논의를 어떻게 전개했고 어떤 결론을 내렸는지 살펴봄으로써, 합리적인 결론 도출하는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1. 2012년 1월 승객 4,000명을 태우고 이탈리아 서쪽 토스카나 해안을 지나던 초대형 여객선 ‘코스트 콩코르디아’호(11만4,147톤)는 암초와의 충돌로 순식간에 좌초되며, 32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옆으로 쓰러진 이 거대 선박의 인양 방법을 놓고 당시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당국은 해양오염 등을 고려해 배를 절단하지 않기로 했다. 이후 선체를 바로 세우기 위해 해저면에 플랫폼을 설치하고 철제 물탱크를 배에 부착한 뒤 인양하는데 까지 무려 20개월이 걸렸고, 비용은 총 8,675억원이 투입됐다. 엄청난 사회적 비용에도 불구하고 성과도 있었다. 2014년 선체 해체 과정에서 마지막 실종자였던 인도인 웨이터 러셀 레벌씨가 발견됐다.

# 2. 1994년 발트해 연안에서 침몰한 ‘MS 에스토니아’호. 989명의 승선자 중 생존자는 137명에 불과했다. 실종자 대부분이 선내에 남아있을 것으로 추정되면서 인양 요구가 들끓었다. 하지만 84m에 이르는 깊은 수심과 섭씨 10도 수준의 수온이 장벽이었다. 결국 정부는 철학자, 법학자 등 가계 원로급 전문가들로 구성된 특별윤리위원회를 구성해 해법을 모색했다. 위원회가 내린 결론은 ‘인양 도중 시신 훼손 등으로 온전히 수습하지 못할 바에는 그대로 두는 게 옳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위원회 논의 결과를 그대로 수용했고, 결국 인양을 포기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이처럼 각국이 인양을 기본적으로 추진하는 이유는 과거와 달리 해양오염 및 사고 예방을 위한 국제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선체를 그냥 둘 경우, 기름과 각종 화학물질이 유출돼 인근어장 및 생태계를 파괴시킬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침몰 후 배가 더 이상 제 기능을 할 수 없고, 배를 인양할 해상크레인의 용량이 한정돼 있는 점 등 때문에 선주들은 수습 비용이 덜 드는 ‘절단 후 인양’을 선호하는 추세다.

실제 2002년 침몰한 ‘트리칼라’호(1만6,000톤)나, 2011년 가라앉은 ‘B-오셔니아’호(1만672톤)등이 이 과정을 거쳤다. 물론 3,000톤급 이하 중소형 선박은 대부분 크레인을 통해 끌어올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양 후 재사용 등 목적이 있다면 보존 인양을 하겠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해역의 수온 유속 등 작업의 난도와 그로인한 비용부담 때문에 절단을 택하는 비율이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해외 사례들이 우리나라에 주는 시사점을 잘 분석해 적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송하성(63) 경기대학교 교수(한국공공정책학회 회장)는 “선체나 인근 해역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이뤄져야 적합한 인양방법이 나오겠지만, 기존의 해외 사례들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매우 크다”며 “이를 통해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더 나은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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