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강석범 출연: 김주혁, 엄정화, 김가연, 장동직

일 없는 동네 아줌마나 탐낼 만한 직업, 동네 반장을 하고 있는 남자. 훤칠한 키에, 수려한 용모, 모르는 일도 없고 못하는 일도 없는 30살의 남자 홍두식, 홍반장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특히 그의 군 제대 후 3년의 공백은 그를 더욱 미스터리하게 만든다. 그가 한미 정상회담에서 동시 통역관이었다는 사람도 있고 유명 가수의 보디가드였다느니, 단신으로 수영해서 대서양을 건넜다느니 하는 소리도 있다.

윤혜진, 평의사의 인권을 위해 시위하며 내민 사표가 즉석에서 수리되는 바람에 직장을 잃은 여자. 천만 운전자를 대변하기도 하고, 수백만 성범죄 피해자들을 대변하기도 하는 그녀, 결국 취업을 거부당하고 작은 도시에 정착, 개업을 한다.개업선물로 진로 달력을 주질 않나, 자고있는데 들이닥쳐 동네 청소를 하라고 하질 않나, 자장면 한 그릇을 배달시켰다고 도로 가져가질 않나, 무슨 일을 하든 어김없이 나타나서 시비를 건다. 동네반장 경력 6년에 이렇게 사고치는 여자는 처음 본다.

동네 슈퍼에서 남자 목뼈에 금을 그어놓고 치과를 줘도 모자랄 것 같은 외제차를 부셔 놨다. 그래 놓고도 뭐가 그리 당당한지 경찰차에 잡혀가면서도 큰소리다. 그런데, 자꾸 눈에 걸린다. 일단, 이 남자 싸움을 잘한다. 본의 아니게 불량배들로부터 혜진을 구해주는 홍반장.이남자, 따뜻하다. 뭔가 다른 세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자꾸자꾸 눈이 간다. 이 여자 장난 아니게 떠들어 댄다. 시끄럽고 짜증나지만, 마치 운율이 있는 것처럼, 새가 노래 부르는 것처럼. 밤에 어둠이 깔리듯 마음속으로 파고드는 것을 어쩔 수 없다. 처음으로 내가 가진 것이 없는 것이 속상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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