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일정 : 10월 5일~ 10월 31일 공연장소 : 정보 소극장 문의전화 : 02-745-0308

2004년의 대한민국을 생각해 본다.서울이라는 거대 도시, 내가 나고 자란 고향,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기형 도시로만 느껴지는 곳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30대 중반에 돈도 권력도 명예도 없이 오로지 떠맡고 지켜야 할 책임들만 밀려오고, 그로인해 한없이 내려앉기만 하는 초라한 어깨의 386들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누군들 상팔자일까. 저마다 아프고 쓰린 속내를 고함과 눈물로 토해내는 대신, 소주 한잔의 웃음으로 날려 버릴 줄 아는 내 친구들의 아련한 꿋꿋함을 얘기하고 싶다. 지치고 힘들어 주저앉고픈 순간에, 그래도 세상은 살아 볼만하다 미소 지을 수 있는 내 모습을 희망하며 스스로 되뇌고 싶다. 인생은 그래도 아름다울 수 있다고….

택시 기사 세 명이 술집에 앉아, 집에 현금을 쌓아놓고 혼자 산다는 돈 많은 할머니의 집을 털 것을 모의한다. 그들은 매우 평범하게 살아가는 소시민이지만, 각기 남의 돈을 훔칠 궁리를 해야 할 만큼의 간절한 현실과 경제적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결국 그들의 계획을 실행하는 날, 샅샅이 뒤져 댄 노파의 집에서 그들이 찾아낸 건 할머니의 시체 뿐….다급히 도망쳐 나와 119에 연락을 하고 다시 술집에 모여든다. 그 시체가 깔렸던 이불 밑에서 현금 3억원이 발견되었다는 뉴스 속보는 그들을 더 절망감과 패배감에 빠져들게 하는데… .

그 때 일행 중 한 명이 슬쩍 내미는 노란 봉투, 그건 그가 줄행랑을 치는 와중에 그 집에서 집어온 것이었다. 다시금 그들의 가슴은 방망이질 쳐대고 새로운 희망이 솟아오르지만, 그들이 손에 집어든 것은 각종 공과금의 영수증들 뿐….자신들에 대한 조소와 알 수 없는 안도감에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술잔을 드는 그들은 과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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