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율·레이·진이·현주 등 마음이 아픈 스타들

어린 나이에 데뷔 무한경쟁 버티다…정신 건강‘적색경보’

[일요서울 | 변지영 기자] 올해 아이돌 스타들의 건강 이상 소식이 끊임없이 전해지며 연예계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신체적인 문제라기보다 압박감과 부담에서 찾아오는 정신질환인 공황장애로 불편을 호소하는 아이돌이 많아지고 있다. 수많은 그룹이 등장하다 보니 휴식도 반납하고 스케줄을 소화하다가 피로누적으로 실신하거나 몸무게 걱정에 거식증까지 생기는 등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 스타들의 건강 적신호에 팬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사진=걸그룹 크레용팝 소율

지난 9월 첫 정규앨범 ‘Evolution Pop’(에볼루션팝)을 발매하고 타이틀곡 ‘두둠칫’으로 활동에 박차를 가하던 크레용팝의 막내 소율이 돌연 활동을 중단했다. 크롬엔터테인먼트는 소율이 심각한 공황장애로 잠시 활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지난 4일 크롬엔터테인먼트는“멤버 소율이 최근 내놓은 정규 1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원인 모를 두통과 호흡곤란 증세를 꾸준히 호소해왔고, 앨범 재킷 촬영, 뮤직비디오 촬영 중에도 같은 증세를 보이다 최근 복귀 활동에 나서면서 증상이 더욱 심해져 무대에 오르기 직전 일어나지도 못하는 정도로 몸 상태가 악화돼 활동을 중단키로 했다”고 밝혔다.

앨범 커버 디자인까지 참여했다는 소율은 정규앨범을 준비하면서 가진 부담감과 긴장감, 스트레스 등을 짊어진 채 활동에 나서면서 불안감과 두통, 발열 등 증상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1년 6개월이라는 긴 공백기와 그 사이 소속사의 대표부터 모든 직원이 완전히 바뀌는 환경적 요인도 있었다. 음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완성도를 위한 고민이 깊어져 부담과 스트레스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이는 소율 한 명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난달에는 걸그룹 오마이걸의 진이와 에이프릴의 현주가 각각 거식증과 호흡 장애로 활동을 잠정중단한 상태다.

사진=걸그룹 에이프릴 현주
사진=걸그룹 오마이걸 진이

연예인들의 마음병으로 알려진 공황장애는 몇 년 전 이경규와 김구라, 정형돈 등 거물급 개그맨과 MC들이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고 고백하며 세간에 알려졌다. 현재 이경규는 공황장애 치료를 받으면서 방송활동을 재개했으며 공황장애 때문에 겪었던 힘든 시간을 방송에서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사진=개그맨 정형돈

전문가들은 공황장애의 원인이 스트레스라고 말한다. 잦은 스트레스는 뇌를 지치게 하고 공포와 불안을 촉진한다는 것. 공황장애란 스트레스 등에 의해 편도체가 오래 자극을 받게 되면서 생기는데 편도체는 뇌의 흥분, 그리고 공포와 불안 감각을 조정한다. 하지만 편도체에 이상이 생기면 극도의 공포감을 느끼면서 가슴이 두근거리고 식은땀이 나며 숨을 잘 쉴 수 없게 된다.

무대에서 화려하고 활기찬 모습을 보여줬던 연예인이 부담감과 스트레스로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는 사실에 대중들도 적잖이 놀랐다. 유독 연예인들에게 이 질병이 많이 나타나는 것은 일반인들보다 사생활이 노출된 생활을 지속하며 대중에게 비치는 모습을 꾸미고 자신을 숨기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와 SNS의 발달 등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프라이버시 노출이 많아졌다는 점도 그 원인이다.

특히 아이돌은 어린 나이에 데뷔한 후 매일 경쟁구조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압박을 받지만 빡빡한 스케줄로 컨디션을 챙기지 못한 채 마음의 병을 키우곤 한다. 공황장애가 일명‘연예인병’이라 불리는 이유는 이처럼 무한경쟁을 하는 연예계 구조상 불안정하고 바쁜 일정에서 얻은 스트레스를 해소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아이돌의 빠듯한 스케줄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여기서 오는 피로 누적, 부상, 스트레스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다음 스케줄을 진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육체적인 피로나 부상도 문제지만 심리적으로 불안해하는 아이돌은 더 많아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연예인들은 관심을 받는다 하더라도 곧 잊힐 수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과 압박은 공황장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사진=보이그룹 엑소(EXO) 레이

지난 11일에는 보이그룹 엑소(EXO)의 멤버 레이가 홋카이도에서 열리는 공연 일정을 소화하려다 누적된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공항에서 실신하기도 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레이가 수면 부족으로 잠시 기절을 했다. 공연 합류 여부는 컨디션 체크 후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아이돌들이 잇달아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문제가 생기자 연예계 관계자들도 체계적인 심리상담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서는 미성년 방송 출연자들의 연예 활동에 대해 엄격한 법적 규제를 적용한다. 영국의 근로기준법은 16세 이하 연기자는 9시간 30분 이상 촬영장에 있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중 3시간은 수업을 받아야 하고 1시간 30분은 식사시간, 또 매시간 단위로 15분의 휴식시간을 가져야 한다. 실제로 주연배우가 연기에 임할 수 있는 시간은 3시간 30분에서 4시간이다.‘해리포터 시리즈’는 미성년자였던 주연 배우들을 배려해 150~160일 동안 촬영을 지속했고 영화 개봉일을 지연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열악한 미성년 방송 출연자의 근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는 영화 ‘도가니’이후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와 함께 아역 배우의 정신 상담을 지원하는 ‘아역 배우 후유증 예방지원사업’을 시작했다. 또 SM·YG·JYP 등 대형엔터테인먼트사는 이미 아이돌의 심리 안정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