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쇠 스크루지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유령과 함께 자신의 과거와 현재, 미래로 시간여행을 한다는 내용의 찰스 디킨스 원작 ‘크리스마스 캐롤’은 누구에게나 친숙한 작품이다.최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막을 내린 뮤지컬 ‘크리스마스 캐롤’에는 1급 시각장애인 윤선혜(8)양 등 5명의 장애인 배우가 서울예술단 배우들과 함께 무대에 섰다. 매회 공연이 끝나고 배우들이 커튼콜을 위해 나오면 유난히 큰 박수가 한 아역 배우에게 쏟아졌다. 스크루지 상점의 직원 ‘밥’의 아들 ‘팀’ 역을 맡은 윤선혜 양. 명암만 어렴풋이 구분할 수 있는 1급 시각장애인인 선혜 양은 ‘최연소 뮤지컬 배우’다.“하나도 안 떨렸어요. 공연 끝나고 박수 소리가 들릴 때 가장 좋았어요.”선혜 양은 특별 오디션을 거쳐 뽑힌 4명의 장애인과 함께 무대에 섰다.

이들 중 선혜 양만 유일하게 솔로로 노래를 불렀다.악보를 보지 못하는 선혜 양은 녹음된 CD를 듣고 가사와 음을 외워 노래를 익혔다. 지난 9월 초 실시된 오디션 때도 불과 사흘만 노래를 연습하고 오디션에 참가해 캐스팅됐다. 목소리가 맑고 반음(半音)까지 구분해 낼 만큼 음감이 뛰어나다는 평이다.선혜 양은 따로 노래 공부를 한 적이 없다. 올 4월부터 시작한 피아노가 음악 공부의 전부였다. 피아노 공부도 점자판을 두드려 글자를 입력하기 위해서는 손가락 힘을 길러야 하기 때문에 시작한 것이었다.선혜 양의 이번 작품 출연은 역경과 불행을 피하지 않고 견디어 내는 사람만이 자신이 목표한 것을 이룰 수 있다는 ‘크리스마스 캐롤’의 또 하나의 메시지를 그대로 실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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