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은 정치개혁을 원하는 국민들의 여론에 부응하겠다는 듯 새 인물 영입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관계·재계·언론계·법조계·학계·여성계 등에서 신인들이 대거 각 정당으로 영입되거나 입당하고 있는 실정. 그러나 각 정당이 벌이고 있는 ‘새 인물 영입’ 경쟁이 ‘당선가능성 위주로 진행되고 있어 곳곳에서 회의적인 반응이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세과시용’으로 장·차관급의 전·현직 고위공직자들을 ‘모셔가기 위한’ 머릿수 싸움도 치열,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현재 ‘총선 올인’ 전략에 따라 현직 각료 ‘징발’과 전직 관료의 영입에 주력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의 경우 김명자 전환경부장관을 비롯해, 정해주 전국무조정실장·정덕구 전산업자원부장관·윤덕홍 전교육부총리 등의 입당이 이어지고 있다.

또 권기홍 노동·한명숙 환경부장관·이영탁 국무조정실장 등 현내각 각료들과 청와대의 문희상 비서실장·유인태 정무수석의 입당도 기정 사실화되고 있다. 다만 문재인 민정수석과 강금실 법무장관은 열린우리당의 집요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리고 언론계 인사로 박영선 MBC 전 앵커가 선대위 대변인으로 영입돼 이미 활동 중이며, 동아일보 출신 양기대씨·노웅래 전MBC기자·이용희 전 한겨레신문 기자·최창환 인터넷신문협회장 등이 우리당에 입당한 상태다. 이밖에 이원영 민변 부회장과 문병호 민변 사법위원장, 윤영규 변호사 등이 입당계를 냈고, 양형일 조선대 총장·이태일 전 동아대 총장·손승길 동아대 인문대학장·이광웅 전나주대 학장이 공천 신청을 했다.화려한 전력의 영입인사가 많은 민주당의 경우 ‘미아리텍사스’ 단속으로 유명했던 김강자 전총경, ‘양길승 몰카사건’의 김도훈 전 청주지검 검사가 대표적인 영입 케이스다.

또 김성재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최근 입당해 총선기획단장을 맡았으며, 김송자 전 노동부 차관 역시 민주당에 입당했다. 그리고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박준영 전 청와대 공보수석·유정석 전 해양부 차관·최인기 전 행자부 장관·조순용 전 청와대 정무수석·오홍근 전 국정홍보처장·이무영 전경찰청장·이남기 전 공정거래위원장·전 상지대 한의대학장인 노승현씨·이상휘 전북대 교수가 공천을 신청했다. 뿐만 아니라 권상기 한국광고공사 사장·구해우 전 SK텔레콤 상무를 영입했고, 김대웅 전광주고검장과 김진관 전제주지검장 등 법조계 인사들이 민주당 공천을 신청했다. 이밖에 이승희 전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박찬희 전 국민일보 차장·이상춘 전 KBS기자· 구동수 전 중앙일보 기자가 민주당에 입당했다.반면 한나라당은 연이은 두 번의 집권 실패로 전·현직 고위관료 출신 영입은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박준선 전검사, 박경재·김동성 변호사 등이 공천을 신청했으며 이계진·한선교 두 유명 아나운서, 조선일보 출신의 최구식·이교관·조희천씨와 최경환·신영섭 한국경제논설위원· 정군기 SBS 국제부장·이길성 전 동아일보 기자 등도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했다.

문제는 이처럼 각 정당이 대거 영입한 인사들이 과연 국민들이 요구하는 ‘개혁적 인물’인가에 있다.하지만 현재의 영입경쟁 양상은, 재임중 불미스런 일에 연루됐거나 무능 케이스로 물러난 사람까지도 영입하는 등 정치권이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공천혁명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한 정당 관계자는 “당선 가능성만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 대중적 지명도가 높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영입경쟁을 벌이는 행태는 과거와 하등 달라진 것이 없다”며 “더욱이 당 지도부가 사전에 교통정리를 통해 영입인사들에게 사실상 공천을 보장한다면 상향식 공천을 하겠다던 다짐은 무늬만 공천개혁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편 ‘공천방식 갈등’ 등 물갈이를 앞둔 신-구 세력간의 ‘자리다툼’도 공천혁명을 ‘헛구호’로 몰고가는데 한몫하고 있다.한나라당의 경우 당무감사 문건유출 파문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데다가 아성인 대구에서 백승홍 의원이 탈당하는 등 적잖은 공천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또 비리 연루, 기회주의적 처신 등을 공천 부적격 기준으로 정해 물갈이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회창-서청원’ 라인으로 대표되는 대선자금 관련 인사들과 과거 5·6공 인사들이 물갈이 1순위로 꼽히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면서 정치생명을 위협받고 있는 일부 인사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이는 민주당도 마찬가지. 지난 19일 조순형 대표의 ‘대구 출마’ 선언과 장성원·장재식 의원 등의 불출마 선언등 일부 중진들의 기득권 포기선언에도 불구하고 ‘호남물갈이론’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이와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각 정당은 엄격한 공천 잣대를 마련해 공개하고, 이를 적용, 공천신청자들을 객관적인 기준에 의하여 일단 걸러내고 그 다음은 하향식 또는 상향식이든 당 공천 규정에 따라 공천해야 한다”며 “참신한 인물 공천에 실패한 정당은 낙천·낙선 운동의 표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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