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레이 믿고 공장 증설했다 파산 vs 사실 아니다 누구 말이 진실?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일본계 글로벌 기업 ‘도레이케미칼(전 웅진케미칼·이하 도레이)’의 갑질로 회사가 파산하게 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협력업체 D사 A대표는 기자와 만남에서 “도레이의 물량 제공 약속에 선급금 받고 공장을 증설했다가 물량을 주지 않아 파산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레이 대표이사와 실무진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도레이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경찰 조사에서 모든 것이 밝혀질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과연 이 두 기업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 18일 4시께 양재동 한 카페에서 A대표를 만났다.

A대표와 동석한 B씨는 “A씨의 억울한 사연을 풀어 달라. 정말 열심히 일한 사람인데 도레이의 갑질로 유망한 중소기업이 망했다. 함께 일한 직원 50여 명이 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고 호소했다.

앞서 전해 들었던 대로 A씨는 도레이의 약속만 믿고 공장을 증설한 게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고 말했다. 현재도 “잘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절벽으로 나아가는 기분이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도레이의 잘못을 바로잡고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또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거대 기업과의 싸움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잘나가던 중소기업
협력사 잘못 만나

도레이와 D사의 악연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 웅진케미칼(도레이케미칼의 전신)과 섬유소재 원료의 임가공계약을 체결하고 생산라인 설비 일부를 매입해 생산 및 납품을 시작했다. 이때만 해도 D사는 무역업을 주력으로 창업 10년여 만에 연매출 300억 원대를 기록할 만큼 승승장구했다. 

문제는 2년 뒤인 2012년부터 시작됐다. 제조업을 강화하려던 A대표는 경북 구미에 있는 섬유공장에 생산라인을 추가하려고 했다. 그때 마침 도레이가 A대표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고 한다.

A대표는 “(도레이 측이)추가 생산 설비 마련에 부족한 20억 원 선급금을 주고, 원자재도 줄 테니 설비를 완공해 임가공품을 납품해 달라는 제안이 들어왔다”며 “도레이가 직접 자사 공장을 증설하려면 최소 150억 원이 드는 만큼 비용과 리스크를 덜 수 있고 설비 강화를 하려는 우리 회사의 입장과도 맞아 떨어져 상호 보완이 될 것으로 봤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도레이는 시황이 나쁘다는 등 이런저런 이유로 핑계를 대며 임가공 물량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D사는 제2생산라인 설치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직원까지 신규로 채용했지만, 설비를 가동도 못해본 채 1년 6개월을 허송해야 했다.

본격적인 도레이의 ‘갑질’은 웅진케미칼이 도레이로 완전히 매각된 2014년 4월부터 시작됐다. 기업 회생에 들어간 D사에게 도레이는 선급금인 20억 원에 대한 반환금 명목으로 2014년 8월부터 지난 5월까지 매달 약 3500만 원씩을 받아갔다.

도레이는 D사에게 2010년부터 맺어온 기존 거래라인에서 물량을 제공하고 임가공료를 지불하고 있었는데 임가공료의 약 15%를 이 반환금 명목으로 제하고 지급한 것이다.

지난 5월까지 D사가 도레이에게 변제한 금액은 8억 원에 달한다. 
채무자회생및파산에관한법률에 따르면 법정관리인인 A대표가 채무자 중 도레이에게만 빚을 변제하는 것은 불법이다.

A대표는 “기업회생 상태로 허덕이고 있는데 임가공료 중 3500만 원씩 떼고 지급해 완전히 회사가 망할 위기에 처해 있다”며 “수없이 도레이에게 불법인 점을 설명하고 이렇게 돈을 내주면 더 이상 버틸 수 없다, 나중에 회사가 좋아지면 갚겠다고 호소해도 절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A대표는 지난 6월께 도레이의 불법적인 채권 추심을 결재하고 승인했다며 최고경영자인 이영관 도레이케미칼 회장, 박찬구 전 도레이케미칼 대표이사와 실무진 및 책임자 2명을 채무자회생및파산에관한법률 위반 및 업무상 배임에 대한 공동정범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A 대표는 “고소한다고 해서 이득은 없고 오히려 저 역시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만일 이들의 잘못을 그냥 지나친다면 분명 유사 피해 사례가 더 있게 될 것이다”며 “도레이가 글로벌 대기업이라 해도 문제 제기를 통해 잘잘못을 따질 것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반드시 재기할 것임을 강조했다.

양측 입장 뚜렷해
누가 거짓말하나

도레이 측의 입장은 달랐다. 도레이 측은 A대표의 주장과 관련해 “자사와의 계약으로 파산이 이루어진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이는 잘못된 부분이다”며 “D사가 자사 외에 다른 사업으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됐는데 자신들 때문이라고 주장한다”고 억울해했다.

이어 “현재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특별히 이야기할 것은 없다. 다만 D사가 주장이 전부 사실은 아니라는 점은 강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불법채권 추심과 관련해서도 도레이 측은 “불법채권 추심 및 업무상 배임과 관련한 내용은 경찰 조사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조사단계인 만큼 딱히 할 말은 없고 최종적으로 법원의 판단을 지켜볼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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