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탈당으로 여야 잠룡군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손학규 탈당에 극명하게 희비가 갈리는 인사는 문재인과 안철수다. 문 전 대표 입장에선 내년 2017년 정권교체를 위해 경선이 흥행돼야 함은 필수적이다. 현재 출마를 선언한 안희정, 김부겸, 이재명 후보 등에게는 이긴다 해도 대중의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다. 오히려 2위가 문 전 대표를 이길 경우 흥행이 된다. 하지만 손 전 대표가 민주당 경선에 참여할 경우 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 문재인 ‘울상’, 박원순·안철수 ‘웃고’, 반기문, ‘흐림’

안철수 전 대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하다. 손 전 고문 없는 민주당 경선은 문 전 대표의 독주가 예상돼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일으 킬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선 정국에서 주도권은 안철수-손학규 경선에 더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새누리당 잠룡군까지 가세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양손에 떡을 쥔 격이 된 것이다. 손 전 고문의 탈당에 따른 민주당 경선에서 2위 자리를 노릴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문 전 대표가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에 찬성할 경우 3, 4, 5위 표를 모아서 1등도 할 수 있다. 당내 문재인 독주가 계속된다면 안철수-손학규 제3지대에 참여해도 된다. 어차피 서울시장직을 유지한 채 경선에 뛰어드는 입장이라 되는 집안에 줄을 서 ‘킹메이커’든 ‘킹’이든, 하면 된다.

안희정·김부겸·이재명 등 하위그룹 역시 손 전 고문의 탈당이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아무래도 손 전 고문이 호남의 지지로 2위를 달릴 공산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김부겸 의원의 경우 2007년 대선에서 손학규 캠프 총괄본부장을 담당해 손 전 고문이 잔류했을 경우 부담감이 적지 않을 상황이었다.

반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야권 분열이 고착화되는 것에 대해 웃을 수도 울 수도 없게 됐다. 일단 3자구도일 경우 반 총장의 승리가 예견되지만 막판 야권 후보들의 단일화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안 전 대표가 후보가 되면 단일화가 힘들겠지만 손 전 고문이 제3지대에서 후보가 될 경우에는 문 전 대표와 단일화가 이뤄질 공산이 높다.

또한 손 전 고문이 제3지대에서 새누리당 내 합리적인 인사들까지 끌어안고 갈 경우에는 3자구도라도 판을 엎기 쉽지 않을 수 있다. 당장 새누리당을 빠져나간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박형준 전 사무총장, 이재오 전 의원 등이 가세할 수 있다. 친박계 후보로 낙인 찍히는 것보다는 주류·비주류 통합 후보로서 새누리당을 장악해 나가야 대권 후보로서 모양새가 좋을 수밖에 없다.

정운찬 전 총리 역시 손 전 고문의 탈당으로 몸값이 올라가게 됐다. 문재인 전 대표뿐만 아니라 국민의당 그리고 제3지대에 있는 손학규 전 고문까지 ‘러브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세력’이 없어 문재인 전 대표가 있는 민주당에 들어가기 껄끄러웠지만 이제는 지분 요구도 하면서 큰소리로 입당할 수 있게 됐다.
<글; 홍준철 기자 사진; 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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