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임신을 하면 평소와  다른 증상들이 몸에서 나타난다. 정자와 난자가 만난 수정란의 세포 분할 과정이 다이나믹하고 신비스럽게 진행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증상들이다. 가장 먼저 임신중에는 여성의 신체에 태아의 장기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혈류량과 심박수가 늘어 혈압이 오르고 체온이 상승한다. 이 같은 임신 전후  증상으로 주위에서는 “임신한 몸은 내 몸이 아니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임신 초기에는 민감한 후각때문에 생기는 입덧으로 울렁거림, 속쓰림, 더부룩함, 구토 등의 증상을 겪는다. 심한 경우 식사를 하지 못해 탈수와 저혈압, 복통 등으로 절대안정을 요하거나 입원 치료를 하기도 한다. 

초기가 지나고 중기에 들어서는 4개월에서 7개월 사이는    신체적 안정기다. 이때는 입덧에서 해방돼 컨디션이 좋아진 듯 하나 갑작스럽게 늘어난 체중으로 신체적 불편함을 호소한다. 

임신 후반에는 골반과 고관절 통증, 다리 저림, 부종과 피로감, 자세 불편으로 인한 수면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이러한 과정은 심하지 않다면 임신으로 인한 자연스런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심적 안정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진료실을 찾는 임산부 중에는 피부간지럼증(임신성소양증, 姙娠身痒)이 심해져 찾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직까지 “임신 중 한약 복용은 백해무익하다”는 오보로  이러한 증상이 심각해도 참는 경우가 많다. 양약으로는 항히스타민제나 저용량 스테로이드 연고 정도로 치료하나 출산 후 모유수유로 이어지는 경우, 치료를 꺼리는 것이 실정이다.  

임신으로 인한 소양증의 경우 출산 후 완화된다. 그러나 임신 중 소양증이 생겼다면 임신이 될 때마다 재발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임산부에게는 발병의 원인을 완전하게 제거하는 방향보다  피부를 개선하는 쪽으로 유도해 체질 불균형 소인들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또한 원래 아토피 등의 피부질환이나 알러지질환을 겪은 적이 있는지, 간수치와 담즙분비 이상은 없는지, 태아는 건강한지, 풍진이나 옴 등의 벌레로 인한 것은 아닌지도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한의학적으로 이 질환은 평소 혈(血)이 부족한 임산부가 태아를 몸속에서 길러내다 보면 음혈(陰血이) 아래로 몰려 피부로 가야 할 양이 부족해지기 때문에 생긴다. 평소 양성(陽盛)한 데다가 태아에게 음혈을 빼앗기다 보니 더욱 풍열(風熱)이 강해진 상태라 기타 요인들로 인한 피부 반응이 과민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근거로 임신 중의 소양증은 음혈을 보강하고 열을 살짝 내려주는 약재들을 군신좌사(君臣佐使)이라는  배합 원리에 따라 약성의 치우침이 없이 조화롭게 구성해 쓰는 것이 좋다. 이는 임산부의 몸을 보강하고 부작용 없이 개선시키는 방법이다. 처방전에 따른 약재 복용과 함께 가렵다고 무조건 긁어서는 안된다. 피부를 깨끗하게 씻어내기보다는 천연 계면활성제를 이용한 부드러운 세정제로 귀와 목덜미,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의 분비선이 밀집된 곳을 씻어내고 보습(補濕 : 수분 공급)과 보윤(補潤 : 유분으로 공급된 수분을 덮어서 촉촉하게 하는 것)에 모두 신경써야 한다. 

또한 복통과 하중감 등으로 유산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가벼운 산책 등을 통해 심폐기능을 자극시켜 땀이 적절히 스며나오도록 해 원활한 피부 호흡을 유도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알러지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음식(게 새우 등의 갑각류 등등), 밀가루 음식, 맵고 짠 음식, 인스턴트와 기름진 음식 섭취 등을 제한해야 한다. 

임산부가 심신이 편해야 건강한 태아를 출산할 수 있다. 혼자서 치료 방법을 모색하는 데 앞서 가족들의 도움으로 원만한 출산 환경을 장려해야 한다.

신체적으로 불편한 임산부를 방치하다는 것은 뱃속 태아를 방치하는 것과 다름없다. 주위에서 편안하게 여건을 만들어야 건강한 출산을 기약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미가람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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