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구입이 가장 쉬웠어요’ 판치는 마약 거래

<뉴시스>

마약 관련 은어 검색해 SNS로 쉽게 구입

보안 앱·대포폰 사용·직거래 안 해 ‘치밀’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지난 8일 연예인, 승무원, 조직폭력배 등 90명이 필로폰, 대마 등을 구매해 투약한 혐의로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들은 인터넷 사이트와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마약을 유통·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 아는 사람을 통해 암암리에 행해지던 마약 거래가 최근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마약을 얻는 것이 해외직구보다 쉽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중독으로 인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여고생이 마약을 투약하는 등 마약으로 인한 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상황이다.

최근 마약 사건은 공통적으로 SNS와 메신저, 블로그 등을 통해 이뤄진다. 지인을 통해 은밀히 거래되던 거래 방식이 인터넷 기술 발전으로 다양하게 변했다.

최근 적발된 연예인 등 90명은 올해 3월부터 10월 말까지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마약 판매 글을 보고 연락해 필로폰이나 대마를 산 뒤 투약했다. 인터넷에서 관리되지 않은 사이트나 포털 사이트 게시판 등지에 올라온 글을 보고 판매자와 접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텔레그램이나 위챗 등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았다. 특히 텔레그램은 대화 기록이 남지 않는 메신저로 유명해 마약사범의 주 활동 무대인 것으로 알려진다.

SNS를 통한 마약 구매 방법은 어렵지 않다. 인터넷 도처에 정보가 널려 있기 때문이다. ‘아이스, 작대기, 도리’ 등 마약을 지칭하는 은어를 입력한 뒤 마약 광고를 찾는다. 아이스는 필로폰 가루, 작대기는 필로폰 주사, 도리는 엑스터시를 지칭한다. 이후 메신저로 접근한 뒤 선입금을 하고, 판매자가 공중화장실 등의 장소에 숨겨놓은 마약을 직접 찾아가면 된다. 첫 거래에는 신용 확보를 위해 대포폰을 사용하는 등 수법이 치밀해졌다.

결제 방식도 이전과 달라졌다. 현금이 아닌 온라인 가상 화폐인 ‘비트코인’으로 거래하는 것이다. 미래 화폐로 주목받는 비트코인은 인터넷 공간에서 은행을 통하지 않고 자유롭게 거래되기 때문에 거래 추적이 쉽지 않다.

최근에는 일반적인 방식으로 찾을 수 없는 인터넷 사이트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별도의 브러우저가 필요한 일종의 ‘인터넷 암시장’이다. 대표적으로 ‘딥웹’, ‘다크넷’ 사이트는 일반 검색 엔진으로는 검색이 불가능하다. 접속을 위해선 특정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거나 인증절차를 거쳐야 한다.

공급처 다양화…10대까지 마약 '늪'에

마약 유통경로가 많아지다 보니 공급처도 다양해지고 있다. 중국, 홍콩에서 캄보디아, 대만, 태국 등 동남아와 미국 등으로 다변화하는 양상이다. 세관 당국에 따르면 캄보디아에서 밀반입된 필로폰은 2014년 6g에서 지난해 1057g으로 늘었다. 50g이 1600여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므로, 50g의 20배가 넘는 1057g은 3만여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태국산은 2012년 66g에 그쳤지만 2013년 829g, 2014년 4784g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도 1117g이 밀반입됐다. 필리핀과 인도에서도 작년 각각 189g, 579g이 들어와 주요 공급처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추세에 대해 동남아 지역 필로폰 생산량이 많아진 데다 인터넷 등 밀수경로가 다변화했기 때문이라고 세관은 분석했다.

SNS를 통한 마약 거래가 빈번해지자 투약자 연령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경찰청이 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까지 마약류 사범을 특별 단속한 결과에 따르면 30∼40대가 전체의 63.3%로 대다수를 차지했지만, 20대 12.0%, 10대 마약 투약자도 7명이나 적발됐다. 이들 중에는 20대 초반의 대학생, 여고생도 있었으며, 이들은 대부분 호기심으로 인터넷을 통해 마약을 구입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중독 폐해 심각…묻지마 살인까지

마약 사범의 절반 이상(51%)은 무직자로 나타났다. 마약 중독 상태에서 정상적으로 일하기 어렵게 되자 마약을 판매해 구매자금을 확보, 다시 투약하는 악순환을 계속한다고 경찰은 분석했다. 무직자에 이어 적발된 투약자 계층은 회사원 8.6%, 노동자 6.6%, 유흥업 3.5%, 의료인 3.4%, 운전사 2.5% 순이었다. 직업 계층도 다양해 마약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약 중독은 각종 범죄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지난 9월 경북 구미에서 50대 최모씨가 10대 여고생과 함께 필로폰을 투입한 뒤 수차례 성관계를 가지다 경찰에 검거됐다. 이들은 스마트폰 채팅 어플을 통해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충북 천안에서는 한 40대 남성이 마약 투약 후 10대 노래방 여종업원을 살해해 암매장한 사건이 있었다. 피의자 구모씨는 특별한 이유 없이 환각상태에서 종업원을 둔기로 때려 살해해 암매장해 충격을 줬다. 이 사건은 마약이 심각한 강력범죄를 유발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사정 당국은 마약 거래를 단속하기 위해 전담 수사관을 배치하는 등 수사에 힘쓰고 있다. 마약을 뜻하는 은어가 들어간 인터넷 게시물을 24시간 자동 검색하는 프로그램도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갈수록 지능화되고 다변화하는 마약 시장을 단속만으로는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근본적으로 마약 사범에 대한 적극적인 회복과 재활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마약 중독자에게 마약은 빠져나올 수 없는 지옥”이라며 “혼자서 마약을 끊기 어렵기 때문에 반드시 재활센터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2011년부터 전국 8개 교정시설에 마약을 비롯한 약물예방교육을 하고 있지만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초범인 마약사범에게 마약 단절교육 이수를 조건으로 하는 기소유예 교육, 교도소에서부터 마약 중독자에 적합한 중독재활교육을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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