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 17일 전국 1183개 고사장에서 시작됐다. 고3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오늘 하루는 ‘운명의 날’이기도 하다. 전국의 고사장 분위기는 긴장과 초초함으로 그 어느 때보다 조용했다.

경기도 오산시 부산동에 위치한 운천고등학교도 마찬가지였다. 운천고등학교 정문에는 그 흔한 후배들의 응원전도 없을 정도였다. 평소였다면 등교하는 학생들로 시끌벅적했겠지만 오늘만큼은 웃음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긴장감이 넘쳐 흘렀다.

부모와 함께 승용차를 타고 온 수험생들도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는 고사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친구를 보고도 한손을 살짝 들어 인사를 대신했다. 그간 쌓여온 중압감과 긴장감이 자연스레 느껴졌다.

한 수험생은 승용차를 몰고 와 눈길을 끌었다. 학교 관계자가 학내에 차가 들어올 수 없다고 하자 급히 차를 돌렸지만 이내 경찰이 돌려 세웠다. 수능 시작이 몇 분 안 남은 상황인데 주차장을 찾아 헤매다 보면 지각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결국 수험생은 경찰의 도움으로 그 자리에서 후진해 차를 학교 안에 주차할 수 있었다. 다행히 8시 직전이어서 지각은 면했다.

8시가 지나자 학교 정문이 닫혔다. 하지만 그 순간 한 학생이 허겁지겁 정문으로 달려왔다. 경찰과 학교 관계자는 잠시 정문을 열었고 수험생은 정신없이 학교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운천고등학교 고사장은 타 고사장에 비하면 수험생들이 많지 않아 보였다.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이 “수험생들이 다 온 거냐? 수험생 수가 적은 것 같다”고 말하자 학교 관계자는 “요즘 수시로 학생들을 많이 뽑는다. 그래서 시험 보는 학생 수가 적다”고 대답했다.

경찰과 학교 관계자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일부 학생들이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경찰이 학생들에게 “어디 가니?”라고 묻자 학생들은 “집으로 가요”라며 웃었다. 학교 관계자는 “저 아이들은 대부분 수시에 합격한 아이들”이라며 “대학입학 전형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며 바뀐 수능 풍경을 설명했다.

고사장 밖에는 현수막도 내걸렸다. “꿈을 꾸고 길을 찾아가는 수험생 여러분을 응원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는 현수막은 학교 인근 주민들이 수험생들을 응원하기 위해 달아 놨다.

눈길을 끄는 현수막도 있었다. “수험생 여러분 힘내세요! 돈이나 배경이 아닌 정정당당이 실력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내건 현수막이다. 최순실 사태로 알려진 최씨 딸 정유라씨의 대학입학 논란 등을 빗대 만든 문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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