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의 연예 잠망경


2001년 미국의 유명한 공연 에이전트인 다니엘 베나브는 “1990년대 후반에 야심차게 대만 여가수 코코리를 미국에 진출 시킨 일본 소니사가 코코리의 음반제작비와 홍보비용에 큰 투자를 하였으나 문화적인 차이로 반응이 좋지 않았다.

이로 인해 소니가 너무 큰 손해를 입어서 그 후로 동양계 가수가 미국 메이저 음반시장에 진출하기는 상당기간 어려울 것이다”라고 필자에게 말한 적이 있다.

당시 막대한 자금의 힘으로 동서양의 문화적인 한계를 뛰어 넘어보려던 일본 소니사의 “아메리칸드림”은 코코리 프로젝트의 실패로 결국 산산이 조각나고 말았다.

문화적 차이와 언어적 한계로 인하여 동양계 연예인이 미국에 진출하기가 어렵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뛰어 넘으려는 동양인들의 부단한 노력은 계속되었으나 그 당시 가장 야심차게 준비한 코코리 프로젝트가 완전
히 실패하여 결국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이런 이유로 보아를 미국시장에 진출시키려던 SM도 계획을 수정하였다고 한다.

2002년도에 필자와 친분이 있는 미국의 메이저 엔터테인먼트사인 사반(SABAN) 엔터테인먼트의 “슈키 리비” 회장 집에 초청되었는데 동반한 한국 유명 드라마 PD인 J모 감독이 약 30분간 슈키 회장에게 한국 드라마의 우수성과 한미 합작 드라마의 가능성에 대해서 열변을 토했지만 역시 문화적인 차이로 인한 문제점으로 한미 공동제작이 불가하다는 말로 슈키 회장이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사실 우리가 동남아시아의 영화, 드라마, 또는 음악에 대해서 관심이 없듯이 미국은 우리나라의 연예계 전반에 대해서 무관심하다.

우리가 동남아시아 연예계에 무관심한 정도 보다 오히려 경제규모의 격차나 인종적 프라이드 관점으로 보면 미국이 우리의 문화를 더 하대하는 것이 현실임을 직시해야한다.

이렇게 어려운 현실에서 최근 박진영과 그의 소속사 가수인 민 과 지소울이 미국음반시장에 진출한다하니 이들의 노력과 용기에 큰 박수를 보낸다. 과거 한국에서 연예인을 띄우기 위해 외국을 이용하는 역 마케팅이 성행했던 것을 우리 잘 알고 있다.

이번 만큼은 이런 얄팍한 상술이 절대 아니기를 바라며, 이것을 계기로 잔잔하지만은 그래도 의미 있는 한류미풍(韓流微風)이 미국에서도
불어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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