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기사, 외국인들이 쓰는 줄 아셨다구요?

사진은 본기사와 무관함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대한민국은 광화문에서 매주 진행되는 민중총궐기 대회(이하 촛불집회)로 떠들썩하다. 언론과 미디어 매체,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현 정부와 촛불집회에 대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외신’이라는 타이틀을 단 외국 언론매체도 마찬가지다. 한술 더 떠 한국 언론들은 그것을 맹신하는 태도로 기사를 인용하거나 그들의 입장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외신기자들의 부정확·왜곡보도 우려

한국계 기자 비율 높아

‘외신(外信)’이란 단어는 최근 들어 ‘해외 뉴스’, ‘국제 뉴스’ 혹은 ‘글로벌 뉴스’라는 표현으로 대체돼 쓰이는 경우가 적잖다. 외신은 한국 외 다른 나라 소식을 외국인의 입장에서 해석하는 것이기 때문에 때론 사실이 왜곡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균형 잡힌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 언론이 외신을 다루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언론 실무 서적 시리즈 ‘해외특파원 취재 수첩’에 따르면 한국 최초의 신문 ‘한성순보’, ‘한성주보’ 때부터로 전해진다. 나라 빗장을 꼭꼭 닫아 걸었던 쇄국정책을 파기하고 은둔의 나라에서 벗어나려 하던 그때 신문이란 매체가 생겼고, 신문이 해외 문물을 전파하는 데 앞장섰다.

당시 외신에 대한 입장은 일본·중국·러시아·미국 등 일부 나라에 국한된 뉴스였지만 해외 문물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시대의 변화였다.

외신을 다루는 것이 신문에 실을 만한 콘텐츠가 부족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과거에는 중국과 일본 신문에 게재됐던 소식을 다시 전하는 형식을 많이 이용했다. 세계화 시대·정보화 시대의 외신은 이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활용도가 높아졌다.

<뉴시스>

부정확·왜곡보도

위험성 존재해

외국인의 눈과 귀로 전달되는 외신기사는 부정확하거나 왜곡된 경우도 많다.

한 가지 예로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는 금융정보·언론서비스 회사 ‘다우존스’가 2008년 ‘신용평가자 피치가 한국계 은행에 지급불능 징후가 있다고 밝혔다’라고 보도한 적이 있다. 당시 원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만약’이란 가정 하에서 진행됐던 기사는 마치 ‘그렇다’는 단언처럼 보도되면서 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이런 문제가 발생되는 이유는 외신 기자들과 취재원 간 의사소통 부족 때문이다.

또 2013년 한 외신기자는 홍대입구에서 진행된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이하 퀴어축제)에 대한 기사를 다뤘다. 기사에는 사진 한 장이 첨부돼 있었는데 캡션으로 ‘성소수자 활동가들이 서울에 모여 퀴어 퍼레이드를 축하하고 있다’라는 문구를 넣었다. 하지만 사진에서 비춰진 사람들은 퀴어축제 참가자라고 하기엔 이상한 점이 많았다. 대부분 한복을 입고, 태극기를 들며 시위하는 모습의 사진이었다. 네티즌들은 하나둘씩 사실 확인에 들어갔고, 결국 그들은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기독교 단체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해당 언론은 ‘옹호자들 아닌 반대자들’이라고 정정 보도를 했다.

외신 기자들은 직접적인 취재 중 언어와 정서적인 문제 등으로 사건이나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취재원 쪽에서 적극적인 설명을 해주기는커녕 사실 확인조차 못해주는 경우가 사실이 아닌 것이 사실로 보도될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껍데기뿐인 외신기자’가 전달하는 잘못된 시각이다. 외신기사를 인용하는 이유는 국내의 사건·사고를 외국인의 시각에서 조명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신기자들 중 50% 이상이 한국인이다. 과연 이들이 전하는 외신기사가 얼마나 다양한 외국인들의 시선을 담고 있을까.

“시민들, 외신기사

맹신하는 경우 많다”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박모씨는 외신기자들에 대한 입장을 전했다. 박 씨는 “요즘 외신에 대한 입장을 묶음으로 내보내는 기사들이 많이 보인다. 촛불집회 당시 외신기자들이 많이 보였다. 가까이 있던 한 외신 앵커는 영어로 해당 상황을 스트레이트로 송출했다. 이후 촬영이 끝나고 그들은 한국어로 대화를 나눴다. 그것도 아주 억양까지 유창했다”며 “그 사람들이 한국에서 보도하는 만큼 한국어에 대한 공부를 했던 외국계 기자일 수도 있지만 내가 봤던 그들은 동양인처럼 생겼고, 한국인이라고 믿을 만큼 한국어가 유창했다”고 밝혔다.

또 박 씨는 “한국계 기자라면 그들은 외신매체에 있더라도 외신을 대변한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한국인의 정서를 가지고 주관적 입장을 얘기하는 것밖에 안 된다”며 “외신이라며 기사를 내보내는 경우가 적잖은데 시민들은 이 것들을 맹신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직접적인 사실 확인을 통해 기사를 작성해야하고 객관적 보도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에서 외신기자들을 관리하는 서울외신기자클럽은 약 100개사·270여명의 기자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서울외신기자클럽 사무국 관계자는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기자들 중 외국인·한국인 기자의 비율은 2대 3정도”라고 밝혔다. 실제로 한국인 외신기자의 비율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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