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복 회장과 주고받은  비자금 창구 의혹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해운대 엘시티 비리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구속기간이 20일까지 연장됐다. 뇌물수수·알선수재 혐의 등으로 구속된 현 전 수석의 구속기간은 10일까지였으나 추가혐의가 드러나면서 늘어났다. 현 전 수석은 이영복 회장으로부터 50억 원의 수표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검찰이 대가성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이 현 전 수석이 창립한 사하경제포럼을 압수수색해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14년 창립총회 당시 500여명 몰릴 정도로 성황
주요사업…경제 정책 세미나, 교양 강좌, 산악회 등 

부산지검 특수부가 사하경제포럼을 압수수색한 것은 지난 6일이다. 검찰은 부산 사하구 당리동 사하경제포럼 사무실에 수사관 8명을 보내 컴퓨터 자료, 서류, 포럼 관계자 휴대전화 등을 압수했다. 

검찰은 현기환 전 수석이 창립한 사하경제포럼 압수수색에 대해 문현금융단지 2단계 시행사 대표인 지인 A씨를 통해 엘시티 시행사 실질 소유주인 이영복 회장과 30억 원이 넘는 수표를 거래한 사실을 확인했다. 

현 전 수석이 A씨를 통해 이 회장의 수표를 받거나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는 등 자금 세탁을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만큼 사하경제포럼이 창구 역할을 한 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20대 총선 위해 조직
허남식·안대희 고문 눈길

2014년 11월에 창립된 사하경제포럼은 현기환 전 수석이 20대 국회의원 총선 준비를 위해 만든 단체다. 같은 해 25일 개최된 포럼 창립총회에는 500여 명의 인사들이 몰려 성황을 이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부산 사하갑 공천 경쟁자였던 김척수 당협위원장과의 경쟁이 치열했던 만큼 현 전 수석은 사하경제포럼 세력 모집을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는 후문이다. 

현 전 수석은 18대 부산 사하갑에서 초선 의원을 지낸 뒤 19대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대신 총선 공천위원으로 활동했는데 영향력을 행사하다 공천 헌금 논란에 휘말려 당에서 제명됐다. 그러다 무혐의 처분을 받아 재입당을 거쳐 사하경제포럼을 창립하고 20대 총선을 준비했다.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간 뒤에도 이 포럼을 현 전 수석의 지역구 탈환 행보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사하경제포럼은 경제 정책 세미나, 교양 강좌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면서 친목도모를 위한 산악회 등을 정기적으로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하경제포럼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고문단이다. 지역 경제 포럼 치고는 고문단이 화려한 편이다. 현재 사하경제포럼 고문 명단에는 허남식 전 부산시장, 안대희 전 대법관 등이 올라 있다. 

현 전 수석은 허남식 전 부산시장과 인연이 깊다. 허 전 부산시장 재임시절이던 2004년 경제노동특별보좌관을 맡았다. 두 사람은 현직에 있을 때부터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대희 전 대법관의 경우 20대 총선 당시 부산지역 출마를 고려했던 만큼 현 전 수석과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포럼에 합류한 것으로 보인다. 안 전 대법관은 물론 허 전 부산시장은 포럼 강연자로 나서기도 했다.   

이밖에 사하경제포럼에는 지역 정치인, 기업인, 교수, 지역주민 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현기환 전 수석 관련 단체
주변 정치인 수사 확대

엘시티 수사를 위한 검찰의 칼날이 사하경제포럼을 겨냥하자 정치인들이 숨죽이고 있다. 검찰이 엘시티사업뿐만 아니라 현 전 수석을 둘러싼 자금 거래를 광범위하게 추적하고 있는 만큼 연관된 단체는 물론 현 전 수석과 가까운 주변 정치인들로까지 수사가 확대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전 수석은 대표적인 친박인사다. 안대희 전 대법관도 비록 국무총리 후보자를 자진 사퇴했지만 친박계로 분류되고 있다. 부산지역이 새누리당 텃밭이었던 만큼 야당보다 여당 의원의 연루설이 힘을 얻고 있지만 아직까지 혐의가 확실히 드러난 정치인은 없다. 

다만 최근 검찰이 새누리당 이진복 의원에 대해 광범위한 계좌추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진복 의원과 가족, 지인들에 대한 계좌추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혐의로 이 의원에 대한 계좌추적을 진행하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의원은 “이영복씨와 수차례 골프를 한 것은 맞지만 엘시티사업과 관련이 없다. 이영복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도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 의원은 부산 동래구가 지역구인 새누리당 3선 의원으로 20대 국회 전반기 정무위원회 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검찰, 압수수색 통해
연루 증거 찾을까

검찰의 엘시티 비리 수사 초기만 해도 정권 실세 정치인, 국회의원, 전·현직 부산시 고위관료, 금융권 최고위 인사 등이 수사 선상에 올랐다는 얘기가 많았다. 

박근혜 대통령도 철저한 수사를 주문했지만 수사 속도가 생각만큼 나지 않고 있다. 평소 ‘자물쇠 입’으로 불렸던 이영복 회장이 입을 열지 않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검찰의 사하경제포럼 압수수색은 이 회장과 현 전 수석 그리고 또 다른 인사들의 연관성을 찾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어떤 증거들이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당분간 정치인들의 검찰 눈치 보기는 계속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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