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가 드디어 중대결심을 했다. “한나라당의 불법대선자금은 대선후보였던 제가 시켜서 한 일이며 전적으로 저의 책임으로, 제가 처벌받는 것이 마땅하다”며 “제가 모든 짐을 지고 감옥에 가겠다”며 폭탄 선언을 했다. 이와 함께 검찰에 출두, 모든 것을 밝힐 것이란 점도 분명히 했다.이 전총재가 대선자금 정국과 관련, 사실상 ‘정면돌파’를 선언한 셈이다. 대선자금과 관련, 범법행위를 저질렀다면 당당히 책임을 지겠다는 선언이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감옥에 처넣으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고, 사실상 전면전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일단 이 전총재는 ‘내가 책임질 것은 책임지고, 노 대통령도 책임질 일이 발생하면 책임을 져야한다’는 강도 높은 선언을 한 것이다. 사실 이 전총재가 이같은 결심을 굳히게 된데는 자신의 최측근으로 분류됐던 서정우 전고문이 구속되면서부터였다. 물론 그동안에도 책임질 일이 생기면 책임질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지만, 서 전고문의 구속을 계기로 사실상 중대결심을 굳혔다는 후문이다. 이미 지난 10일을 전후해 한나라당 핵심 당직자를 통해 이 전총재의 이같은 결심이 당에 전달됐고, 당도 이 전총재의 결심에 맞춰 초강수로 정국을 대응해 나간다는 전략을 수립한 상태였다. 한나라당 고위 당직자는 “이회창 전총재가 생각을 정리한 것으로 안다”며 “검찰 출두는 물론, 구속까지 각오하고 있다”고 이 전총재 측의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또한 이 전총재는 사실상 정계복귀를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사실상 노 대통령과 전면전을 선언한 이상, 향후 이 전총재의 행보는 다분히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이 전총재는 대선자금 정국을 정면으로 돌파한 뒤 내년 총선을 통해 국민들의 심판을 받을 각오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나라당 핵심 당직자는 “이 전총재의 의지와 상관없이 정계복귀를 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지난해 대선후보였던 노무현-이회창 간의 피튀기는 전쟁이 다시 시작됐다”고 말했다.특히 관심을 끄는 대목은 공동책임론. 노무현 대통령 진영의 불법 대선자금 수수 문제가 부상할 경우, 그에 상응한 책임을 노 대통령이 져야 한다는 것이다.

불법으로 수수한 자금이 많고 적음을 떠나, 불법으로 자금을 조성했다면 법의 심판을 피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 나온 말이다. 따라서 한나라당도 노 대통령의 책임론을 집중 부각시킬 공산이 커졌다. 노 대통령 핵심측근들의 자금수수 의혹뿐 아니라, 이회창 전총재측이 조성한 대선자금 전반에 대한 공개를 전격 선언할 수도 있다는 게 한나라당 고위 당직자의 전언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 전총재가 혼자 죽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한다. 대선자금 공동책임론도 이 때문에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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