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렬 대표, 불법자금 관련 이회창 전총재 압박으로 양측 갈등서청원 전대표 측과는 공천 물갈이 문제까지 얽혀 첨예한 대립<사진1>한나라당을 위기로 몰고 있는 불법 대선자금 문제의 해법을 놓고 최병렬 대표와 이회창 전총재측이 심각한 마찰을 빚다 이 전총재의 자진 검찰 출두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하지만 대선자금 특검 공방과 맞물려 신 구 지도부 갈등의 후폭풍은 여전히 잠재해 있는 상황. 대선자금 수사도 이번 주를 고비로 막바지에 이르고 있는 상황에서 최병렬 대표와 서청원 전대표간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고 있기 때문이다. 연말을 기점으로 한나라당의 빅뱅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선자금 정국 돌파를 위해 고심하던 최병렬 대표가 대선자금 문제는 이회창 전총재에게 떠넘기는 쪽으로 급선회하고 있다.당내 대세를 이루던 정면돌파론도 조금씩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대선자금 수사가 늦춰지면 한나라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죽도 밥도 안된다는 절박한 메시지가 함축돼 있다고 당직자들은 전했다. 최 대표와 마찰을 빚던 이 전총재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 15일 검찰에 스스로 자진 출석,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현재 이 전총재 조사에 들어간 검찰은 이 전총재의 개입 여부에 대해 별다른 단서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이 전총재는 당초 서정우 변호사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대선자금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 대표의 압박직후 중대 결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이종구 전특보는 “이같은 이 전총재의 방침은 대선승리만이 나라를 구하는 길이라는 심정이 아무리 절박했다고 하더라도 이런 불법적인 방법을 택한 것은 결코 옳지 않은 일이었다는 결심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최 대표측 한 측근은 이와 관련 “최 대표가 계속 이 전 총재측에 대선자금 내역 등을 타진해왔다”며 “검찰과는 별도로 당내부에서도 자체적으로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자금 내역의 자체 조사를 지휘하고 있는 전략기획위원장 홍준표 의원은 이와관련 “대선자금 정국에 대응을 하려고 해도 뭘 알아야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토로, 답답한 심경을 내비쳤다. 홍 의원은 또 “이렇게 되면 특검 수순을 밟아야 하지 않겠나”고 밝혔다.<사진2>최 대표 측근도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대표 자신도 검찰에 출두할 일이 있으면 출두하겠다는 입장”이라며 “검찰이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자금에 대해서는 손을 대지 않고 한나라당 것만 들춰내면 좌시하지 않을 것”아라며 최 대표의 경고성 멘트를 전했다. 특검으로 가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이다. 최 대표도 최근 “과연 이 나라 기업들은 한나라당에만 비정상적인 자금을 제공하고 노 후보에게는 없었는지 검찰에 묻고 싶다”며 “수사가 공정함을 잃을 때 야당 탄압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유감스럽게도 일방적으로 한나라당만을 파헤치고 있는데 왜 노 후보측에 대해서는 말이 없나”라면서 “기업에서 돈을 안 낸 것인가. 검찰이 수사를 안 하고 있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최 대표는 이 전총재와의 갈등이 일단 봉합됐지만 공천 물갈이 문제가 얽히면서 서청원 전대표와 또 다시 마찰을 빚고 있다. 특히 서청원 전대표 진영이 당 운영을 둘러싸고 최병렬 대표와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며 날을 세우고 있어 최 대표의 대응이 주목된다. 서 전대표는 최근 지도부의 운영방식을 신랄하게 비난했다. 그는 “당이 단합해야 할 시점에 당을 사당화하려 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서 대표측 측근은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된 최 대표가 저쪽에서 장군하면, 멍군하는 식으로 끌려다니다 여기까지 왔다”고 꼬집었다.

한 고위당직자는 “대선자금 문제와 물갈이론으로 곤경에 처한 서 전대표가 자신의 직계를 총동원해 최 대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당을 새로운 비상체제로 전환, 재창당쪽으로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속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대표측은 일단 물갈이 논란과 관련 이른바 살생부 방식이 아닌 시스템에 의한 물갈이론을 피력하며 불끄기에 나섰다. 그러나 의도적인 당 흔들기에는 묵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최대표는 서 전대표를 겨냥, “뭐가 사당화란 거냐” “서청원 왜 그러는 거야”라는 거친 말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누가 헛소리하든 한나라당이 최아무개 사당으로 가는지 판단해보라”는 말도 했다. 서 전대표측과의 일전을 각오했다는 뜻으로 들린다. 그는 당 중진들의 물갈이 반발 기류에 대해서도 “신경 안 쓴다”고 일축한 것으로 측근들은 전한다.

최 대표의 한 측근은 “최 대표가 당 해체론자는 반당분자라며 그런 사람은 공천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선 서 전대표를 공천에서 탈락시킬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풍긴 것이다. 홍사덕 총무도 지난 10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당이 문자 그대로 난관을 극복하고 부흥하느냐 아니면 쇠퇴하다 소멸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의도적으로 분란을 만들고 난파선에서 구명보트에 먼저 타려는 사람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문수 의원도 “엄격하고 객관적인 공천기준을 제시하겠다”며 “전과조회를 통해 범죄자를 걸러내고 당무감사 결과 지역내 지지도나 여론이 안 좋을 경우 공천에서 제외”라고 밝혔다.

대선자금 비리의혹 등에 연루된 의원들이 1차 물갈이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한 것으로 대선자금에서 자유롭지 못한 서 전대표측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일단 대선 자금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최 대표로서는 과거와의 단절을 통해 대선자금과 물갈이 등 당내외 문제를 한꺼번에 털어버리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서 전대표측도 전혀 굽힐 기세가 아니다. 당내에선 신 구 지도부간 결전의 시기와 방식을 점치는 이들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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