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루머에 상처 입는 스타들

인터넷에 떠도는 진관희 사진.


인터넷의 발달은 사회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연예계도 예외가 아니다. 인터넷스타가 탄생했고 연예인들의 소소한 일상까지 기사화, 자료화돼 관심을 모은다. 하지만 연예인들에겐 순기능보단 역기능이 더 크게 다가온다. 민망한 과거 사진이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를 차지하고 사소한 실수도 ‘다시보기’와 ‘캡처’화면으로 영구 보존된다. 악성루머가 생산, 확대되는 온상이기도 하다. 때문에 많은 연예인들이 인터넷으로 인해 상처 받고 있다. 인터넷의 위력 앞에 스타들이 떨고 있는 상황이다.


‘진관희 섹스 스캔들’ 파장

홍콩 연예계의 공황상태가 길어지고 있다. 일명 ‘진관희 섹스스캔들’ 때문이다. 이 스캔들은 인기배우 진관희와 과거 그의 연인이었던 홍콩여자스타 10여 명의 성관계 및 누드사진 500여 장이 인터넷에 흘러나간 사건을 일컫는다.

지난 달 28일. 진관희와 그룹 ‘트윈스’멤버 종흔동의 성관계 사진, 국내에도 많은 팬이 있는 장백지 알몸사진이 한 홍콩 인터넷사이트에 올랐다. 홍콩 연예계는 물론 사회전반에 파장이 일었다.

그뒤 진관희의 노트북을 수리하면서 컴퓨터 속 누드사진을 다운받아 지인들에게 배포한 컴퓨터수리공이 붙잡히고 진관희의 사과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사건은 일단락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난 7일 진문원, 진사혜, 양우은 등의 누드사진과 9일 진관희의 현재 여자 친구 양영청의 누드사진, 12일 매기 큐가 속옷만 입은 사진이 추가로 공개되면서 사건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결혼을 앞둔 진문원은 파혼 당했다. 장백지는 남편 사정봉과 합의별거에 들어갔다. 종흔동의 자살 기도설은 물론 마피아 연계설과 사진 속 여배우들의 약물복용설까지 거론되고 있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인터넷에 의한 연예인 피해의 심각성이 다시금 대두되고 있다. 무분별한 불법 업·다운로드로 스타들이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는다는 것.
실제 진관희 스캔들 관련사진은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유포돼 그만큼 파장도 컸다. 현재 이 사진들은 홍콩과 아시아 전역은 물론 미국에서도 볼 수 있다.

한 연예 관계자는 “진관희 섹스스캔들은 인터넷으로 인한 연예인 피해의 극단적인 사례다”며 “누드사진을 촬영한 것 자체가 잘못이란 지적도 있지만 인터넷에 사진을 마구 올리고 퍼가지 않았다면 이처럼 큰 혼란이 일진 않았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말실수 한 번에 비난 봇물

인터넷은 연예인의 실수도 숨길 수 없게 만든다. ‘순간의 실수’가 다시보기와 캡처화면 등으로 인터넷을 떠돌며 알려지고 질타를 받기 때문이다.

실수에 비해 질타의 강도가 높은 경우도 많아 연예인들의 마음고생은 더욱 크다.

인기그룹 ‘소녀시대’ 멤버 유리의 ‘저희 나라’ 발언 논란이 대표적인 예. 유리는 지난 추석 시즌 멤버들과 한복을 입고 얘기를 나누던 중 ‘우리나라’를 ‘저희 나라’로 잘못 말했고 최근 이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돼 비난을 받았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실수”라며 옹호하는 팬들도 있었지만 “공인이기에 말 한마디도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이들도 많았다.

권상우 역시 2004년 후지TV의 토크쇼에 출연, ‘저희 나라’를 입에 담았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말실수만이 아니다. 이상한 행동, 어색한 연기, 라이브 도중 생긴 ‘삑사리’ 등 각종 실수가 ‘OOO의 굴욕’이란 제목으로 인터넷을 떠돌며 해당 스타의 얼굴을 붉게 만든다. 웃거나 눈을 깜빡이는 순간을 캡처한 사진이 네티즌들의 관심을 받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 아이돌그룹멤버는 “인터뷰 중 눈을 감으면 이상한 캡처영상이 올라와서 눈을 안 깜빡거리는 연습을 한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가수 매니저는 “연예인도 사람이다 보니 실수할 때가 있다”며 “지적받아 마땅한 실수는 물론 사소한 실수에까지 비난이 쏟아져 마음이 아플 때도 있다”고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인터넷으로 연예인이 입는 또 다른 피해는 루머다. ‘아닌 땐 굴뚝에서 나는 연기’ 루머는 하지도 않은 일로 비난받고 이미지까지 나빠진다는 점에서 연예인에게 가장 큰 타격이 된다.


빛의 속도로 퍼지는 루머

과거, 루머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느리게 퍼졌다.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사라지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인터넷이 생긴 뒤 상황은 달라졌다. 루머가 생기는 건 물론 오프라인에서 시작된 루머가 인터넷을 타고 순식간에 전국적으로 퍼진다.

소수의 루머가 ‘전 국민의 루머’가 되는데 채 몇 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루머에 살이 붙고 근거까지 제기되면서 ‘사실’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루머를 다룬 언론기사가 인터넷으로 퍼져나가면서 이 악순환은 더욱 가속화된다.

얼마 전 연예계는 물론 사회 전반을 떠들썩하게 했던 ‘나훈아 루머사건’은 인터넷을 통해 부풀려지고 퍼져나간 루머의 위력과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유혜진(25)씨는 “나훈아 사건을 보면서 루머의 무서움을 알았다”며 “여러 기사가 인터넷에 게재되면서 루머가 더 확대된 만큼 언론도 인터넷을 의식해 좀 더
신중한 기사를 써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연예인 대처, 적극적으로…

인터넷의 위력이 커지면서 연예인들의 대응법도 달라지고 있다. 루머의 경우 예전엔 속수무책으로 당하거나 무반응으로 일관했지만 최근엔 반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연예인이 직접 방송에서 루머가 사실무근임을 밝히고 악플러들을 고소하기도 한다. 나훈아 관련 루머에 시달렸던 김혜수의 경우 보도자료를 배포, 억울한 입
장을 알렸다.

기사에도 민감하다. 여기자 폭행시비에 휘말린 송일국은 사건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과 기자에 대해 15억원의 피해보상 청구소송을 냈다.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아직도 루머에 관해 덮고 넘어가는 연예인이 더 많은 게 사실”이라며“하지만 과거처럼 무작정 참지는 않는다. 밝히고 대응해야 할 루머와 그렇지 않은 루머를 구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편이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을 통해 루머가 쉽게 부풀려지고 잘 사라지지 않는 만큼 조기에 잡아야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연예인들이 말과 행동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는 만큼 스스로 논란의 여지를 줄여야 한다는 것.

아시아전역을 술렁이게 만든 ‘진관희 섹스스캔들’과 관련해서도 “애초에 그런 사진을 촬영한 게 문제”란 비난이 적지 않다.

또다른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대부분의 사람이 카메라를 갖고 있고 인터넷을 하는 요즘 조금만 방심하고 실수해도 구설수에 오른다. 연예인이 더 조심할 수밖에 없다”며 “신인을 키울 때도 바른생활을 하라고 주의를 많이 준다”고 전했다.

나날이 커지는 인터넷의 위력에 맞서거나 피하기 위해 많은 연예인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고군분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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