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환 자살사건 새 국면 진입


탤런트 고 안재환 자살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안재환의 아내 정선희가 인터뷰를 통해 “사채업자들에게 협박당했다”고 밝혀 고인도 생전 외부 압력을 받았는지에 관심이 모아진 것. 하지만 채권자들은 “협박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선희의 인터뷰 내용과 관련, 경찰이 수사를 진행 중이라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남편이 모습을 보이지 않자 사채업자들이 나와 가족을 압박했다.”

남편 안재환을 먼저 보낸 후 힘든 시간을 견뎌 온 개그우먼 정선희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정선희는 시사주간지 <시사IN>(10월 13일 발행)과의 인터뷰를 통해 “사채업자들에게 협박 받았다”고 밝혀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인터뷰에서 정선희는 “남편에게 사채가 있다는 걸 지난 9월 4일에 처음 들었다”며 “남편이 모습을 보이지 않자 사채업자가 하나 둘 나타나 나와 가족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갑자기 나를 만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정선희 “사채 존재 몰랐다”

이어 “남편 친구 한 분이 ‘사채가 30~60억 원 정도 된다’고 말했다. 어떤 사채업자는 건달이 남편을 데리고 있고 모든 것을 폭로하겠다고 했다. 사채업자들이 말을 계속 바꿔가면서 공갈하고 협박했다”며 그간의 고충을 털어놨다. 뿐만 아니라 정선희는 인터뷰를 통해 안재환이 연예인이라 실종 신고를 할 수 없었던 점, 지인이었던 최진실 자살에 대한 아픔, 악플로 인한 상처, ‘최진실법’에 대한 견해 등도 밝혔다.

정선희의 시사지 인터뷰를 계기로 안재환 자살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정선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안재환도 생전 사채업자들에게 협박, 감금당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외부 압력이 자살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안재환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 노원경찰서도 지난주부터 ‘사채업자들에게 공갈과 협박을 받았다’는 정선희의 인터뷰 내용에 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경찰은 수사 내용과 정선희의 인터뷰 내용이 어긋나는 부분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안재환의 통화내역 등을 조사한 결과 “빚 독촉은 있었지만 협박이나 감금의 정황은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지난 8월 말 안재환에게 2억을 빌려준 것으로 알려진 채권자 원모(여·67)씨가 정선희에게 “안재환을 데리고 있다”고 했으나 이는 협박이 아닌 돈을 받기 위한 거짓말로 밝혀졌다.

또 정선희는 지난 달 29일 경찰조사에서 안재환 실종 전 사채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고 협박, 감금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9월 4일 사채에 대해 처음 알았다”는 인터뷰 내용과 다른 부분.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16일 오전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정선희씨의 인터뷰 내용과 수사 결과의 어긋나는 점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고 전했다. 필요에 따라 정선희를 재소환 할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채권자 원씨 소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는 것.

‘이번 주 내로 수사 결과를 발표한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경찰은 “그런 계획은 없다. 누가 기한을 두고 수사를 진행하는가”라고 답했다. 또 안재환 자살 사건을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직접 수사한다는 보도와 관련, 경찰과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 모두 17일 오전 전화통화에서 “모르는 사실이다. 아직 전해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사채업자 원씨, 타살 가능성 언급?

한편 정선희의 ‘사채업자 협박설’에 대해 채권자 원씨가 “협박한 적이 없다”며 정면으로 반박해 경찰 수사 결과에 더욱 관심이 모아진다. 뿐만 아니라 원씨는 안재환이 실종 전날도 돈을 빌렸으며 30억원 상당의 채무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고인의 타살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원씨는 몇몇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정선희가 인터뷰에서 내가 안재환을 납치한 뒤 공갈·협박한 것처럼 말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자신을 포함한 채권자 7명 가운데 안재환이나 정선희를 공갈, 협박한 사람은 없다는 것. 또 “재환이가 연락이 끊기기 사흘 전인 8월 18일과 전날인 21일에도 다른 사람에게 각각 1억5천 만원과 5천 만원을 빌렸다”고 말했다. 채무 규모에 대해서는 “이것저것 해서 대략 30억 정도 되지 않겠나”라고 추정했다.

특히 원씨는 안재환이 사채 빚에 압박감을 느껴 자살했다고 보냐는 질문에 “재환이는 돈 몇 억 때문에 죽을 애가 아니다”고 말했고 타살 의혹에 대해 “그럴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자신을 경찰로 가정하고 추리하면 “안재환에게 고리(高利) 사채를 빌려준 사람이 고인을 불러 돈 갚을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는데 이틀 동안 고인을 데리고 있었다면 이틀 감금한 것이 된다. 감금 사실을 숨기기 위해 그럴 수도(죽일 수도) 있지 않겠냐”는 것.

정선희의 인터뷰 공개 이후 언론과 인터넷은 다시 안재환 자살 관련 이야기로 넘쳐난다. 각종 의혹과 추측도 줄지 않고 있다. “세상은 죽은 사람도 쉴 수 없게 만드는 것 같다”는 정선희의 시사지 인터뷰 내용이 틀리지 않은 느낌이다. 안타까운 현실이며 한 점 의혹도 없는 수사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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