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에게 동료애 느껴요~”

지난 12일 오후 서울 강남성모병원에서 열린 MBC 수목 미니시리즈 ‘종합병원2’ 제작발표회에서 출연배우 이종원, 김소이, 차태현, 심양홍, 김정은, 조경환, 도지원, 류진, 이재룡, 고준희, 류승수(왼쪽부터)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흥행과 SBS 음악프로그램 <김정은의 초콜릿>을 통한 MC 데뷔, 이서진과의 연애까지. 누구보다 바쁘고 행복하게 2008년을 보낸 김정은이 드라마로 올해를 마무리 한다. MBC 새 수목드라마 <종합병원2>에 출연하는 것. <해바라기> 이후 10년 만에 재회한 차태현과 다시 한번 “유쾌한 호흡을 보여주겠다”는 김정은을 만났다.

11월 19일 첫 방송되는 <종합병원2>는 1994년 방송돼 큰 사랑을 받은 <종합병원>의 시즌2 같은 작품이자 의학드라마다. 외과 레지던트 1년차들의 성장을 통해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의사 가운 걸쳤어요~”

김정은이 연기하는 ‘정하윤’ 역시 1년차 레지던트로 의료전문 변호사가 되기 위해 사법고시 패스 후 병원에 들어온 인물. 김정은이 SBS <연인> 이후 2년여 만에 드라마로 컴백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 캐릭터기도 하다.

“출연 제의를 받고 여러 가지 고심을 해본 결과 이 작품을 안 할 이유가 없었어요. 무엇보다 엉뚱하고 당찬 하윤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어요.”

김정은은 자연스러운 의사 연기를 위해 철저한 사전준비를 했다. <종합병원2> 전 출연진이 함께 한 2박3일간의 ‘현장 체험’은 특히 많은 도움이 됐다. 김정은은 1년차 레지던트와 드라마 촬영장이기도 한 강남 성모병원의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숙식까지 같이 했다. 의료진의 적극적인 협조와 긴박한 응급실 풍경은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수술실 복도를 지나가면 간호사 분들이 서로 ‘우리 수술실 보고 가요’라고 했고 수술실 참관 땐 선생님들이 그러지 않으셔도 되는데 장기를 일일이 보여주셨어요.(웃음) 자기 목을 자해한 사람, 전신화상을 입은 사람, 병원에 오자마자 사망한 말기 암 환자 등 무방비 상태에서 여러 사람을 맞아야 하는 응급실을 보고 충격도 받았어요.”


능력만 되면 의사 도전

김정은은 <종합병원2>를 통해 의사와 병원에 대한 인식이 변했다. 멀게만 느껴지던 의사에게 동료애를 느끼고 병원에 대한 공포감은 사라졌다. 개인적 아픔이 치유되는 경험도 했다.

“의학적 지식은 새 발의 피지만 정신은 많이 닮아서 반 이상은 의사가 된 것 같아요.(웃음) 돌아가신 할머니가 편찮으셨을 때 기도삽관 하는 걸 보고 병원에 대한 공포가 생겼는데 촬영하면서 당시 제가 받은 충격이 상징적이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김정은은 ‘의사를 해보고 싶냐’는 질문에도 “공부할 머리와 능력만 된다면 해보고 싶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람 목숨에 영향을 주는 의사란 직업이 자부심을 가져도 될 만큼 고귀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의학적 지식이 풍부해지면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것.

“촬영하다 목이 잘 안돌아가서 주사를 맞았는데 어떻게, 얼마나 들어가는지 아니까 싫더라고요.(웃음) 병원에서 촬영하다보니 조금만 아파도 치료 받으려는 경향도 늘었어요.”


지켜보고 평가 부탁!

발랄한 매력을 가진 김정은은 <종합병원2>에서도 ‘해피 바이러스’를 전파할 예정이다. <해바라기> 이후 10년 만에 재회한 차태현과의 찰떡호흡 덕에 웃음 강도는 더욱 커졌다. 극중 차태현은 사고뭉치 레지던트 ‘최진상’ 역을 맡아 김정은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차태현씨와의 연기는 너무 즐거워요. 액션신 못지않게 몸의 합을 맞춰야 하는 장면이 맞은데 호흡이 ‘척척’이죠.(웃음) <해바라기> 때 태현씨와 제 모습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다고 믿어서 굳이 당시 설정을 피하지 않고 최대한 재미있고 경쾌하게 표현하고 있어요.”

밝은 연기에 대한 걱정이 없는 건 아니다. 하윤이 의료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의사들의 위선을 까부수기 위해 병원에 온 인물이라 너무 경쾌하면 어색할 수 있기 때문. 김정은은 “성급한 판단 대신 지켜봐 달라”는 말로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원래 하윤은 늘 우울하고 분노에 차 있었는데 그게 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구도 한가지 감정으로만 살진 않잖아요. 기획의도에도 맞지 않았고요. 그래서 밝게 표현했는데 회를 거듭하면서 하윤의 다른 모습이 나오니까 적어도 4부까지는 보고 평가해주세요. 드라마가 단막극도 아닌데 요즘은 한회만 보고 평가하는 것 같아서 무서워요.(웃음)”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서의 열연으로 배우로서 한단계 도약했다는 평을 받은 김정은. 그래서일까. 육체적으로 힘든 작품을 잇달아 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에 “<우생순>에서 몸으로 습득한 걸 보여줘 믿게 하는 역할을 한 뒤로는 다른 방법을 모르겠다”며 여유를 보인다.

“예전엔 진심을 다해 연기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해도 누가 알아주긴 어렵더라고요. 관객들이 (작품과 캐릭터를) 믿게 하기 위해서는 몸으로 뭔가를 하지 않으면 해결이 안 되는 것 같아요. 그게 저에게도 더 좋아서 그런 작품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항상 노력하는 자세와 기분 좋은 에너지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김정은이 <종합병원2>로 어떤 평을 받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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