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최진실 측 - 조성민 ‘친권 갈등’ 사회 이슈로…

지난 11일 오전 태평로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조성민 친권회복 반대 '한부모가정 자녀 걱정하는 진실모임' 기자회견에서 배우 김부선이 최진실에 대한 시낭송을 하고있다.

친권을 둘러싼 탤런트 故 최진실 측과 고인의 전 남편 조성민의 갈등이 사회적 파장까지 일으키고 있다. 현행 친권제도의 문제점이 공론화됐고 이는 정치권으로까지 확산됐다. 그런가하면 ‘조성민 재혼녀’라는 루머에 시달려온 영화배우 출신 우연희씨는 경찰에 루머 관련 수사를 의뢰했다. 故 최진실 측과 조성민의 친권 대립에 대한 세간의 뜨거운 관심을 재확인할 수 있는 일련의 사건들을 살펴본다.

“하늘에서 최진실씨가 죽어서도 피눈물을 흘리고 있을 것이다.”

지난 11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 부모 가정 자녀들을 걱정하는 진실모임’(가제. 이하 ‘걱정진실’) 기자회견이 열렸다. 배우 손숙과 김부선, 방송인 허수경, 여성학자 오한숙희, 전 호주제폐지시민모임 대표 고은광순, 작가 오성근, 변호사 원민경 등 각계각층 인사들이 참석한 이 기자회견의 핵심 화두는 현행 ‘친권제도’였다.


“그 법, 집어치우라!”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도 친부 혹은 친모라는 이유만으로 배우자 사망 시 자동적으로 자녀 양육권 및 재산권을 갖게 되는 친권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정을 촉구한 것.

이혼 등으로 부모 중 한명이 자녀를 양육하는 ‘한 부모 가정’이 증가했음에도 관련 제도는 미비한 상황에서 열린 이번 기자회견은 친권 문제를 공론화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었다. 특히 故 최진실 유족과 조성민의 친권 갈등이 시발점이 됐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걱정진실 회원들은 “故 최진실과 이혼 전 각서로 친권을 포기하고 아버지 노릇을 한 적이 없는 조성민 친권이 고인 사망 후 자동 부활하는 걸 지켜보고 활동을 결심했다“고 입을 모았다.


조성민 친권 회복 반대!

오한숙희씨는 “(故 최진실 사망 후 논란이 일기 전부터) 이런 (친권의) 문제점을 알고 있었음에도 고치는 일에 나서지 않았던 것에 심한 가책을 느끼고 이 법으로 혼란과 불안을 겪을 많은 아이들을 걱정하며 이 일에 나서게 되었다”고 말했다. 故 최진실 사망 후 지난 한달은 유명 연예인의 사생활 등에 대한 관심으로 보내졌지만 앞으로는 친권에 대한 본격적인 사회 공론화의 장을 만들겠다는 것. 오한숙희씨는 친권은 물론 “이혼 가정 아이들에 대한 면접 교섭권”과 “딸인 故 최진실의 매니저 역할을 하고 고인 자녀들을 양육한 고인 어머니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이 없다”는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故 최진실 사망 이후 일련의 사건을 비통한 심경으로 지켜봤다는 허수경은 “(잘못된 친권제도가 있는) 이 땅 하늘에서 최진실은 죽어서도 피눈물을 흘리고 있을 것이다”며 “진정한 '최진실법'이란 악플 관련 법제가 아니라 한 부모 가정의 아이들이 진실로 행복해지는 법 개정에 붙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호소했다.


정치권까지 움직여

진실모임 관계자들은 조성민의 친권 회복에 대한 반대의견도 분명히 했다. 김부선은 故 최진실과 조성민의 이혼 및 친권 갈등 과정을 다룬 <그 법, 집어치우라>는 시를 울먹이며 낭독했고 故 최진실 친권 논란으로 본 현행 친권제도 문제점을 다룬 성명서도 발표됐다.

걱정진실의 기자회견 후 조성민 친권 회복 반대 및 친권 문제 공론화는 더욱 활발해졌다.

조성민 친권 회복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모인 ‘조성민 친권 회복 반대 카페(http://cafe.daum. et/choijinsil123)’는 지난 12일 ‘조성민씨 부부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게시판에 올렸다. 故 최진실과 조성민에 대한 위로와 격려로 시작된 호소문은 고인 자녀들을 향한 유족과 조성민의 진심을 의심치 않는다는 내용으로 이어졌다. 다만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조성민이 “지금 당장 억울하고 억장이 무너지더라도 한발 양보하시고 재산에 관한 제재를 풀어주시기를 간곡히 호소한다” 했다. 이어 재산권에 관한 주장만 철회해 준다면 조성민의 부성을 의심하지 않을 것이며 그와 현재 아내 심모씨의 행복도 기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타 사생활→사회 문제

또 카페는 지난 13일 친권 관련법 개정 요구를 위한 청원서 초안을 작성해 공개했고 15일에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조성민 친권 회복을 반대하는 ‘카네이션 모임’도 열었다.

故 최진실 측과 조성민에서 시작된 친권 공론화는 정치권 반응까지 더해지며 더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민주당이 현행 친권제도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고 개선 의지를 밝힌 것.

민주당 최영희 제5정조위원장은 지난 13일 고위정책회의에서 故 최진실 사망 후의 친권 제도 이슈화를 언급한 뒤 “이혼 후 자녀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하지 않던 한쪽 부모의 친권이 친권자 사망으로 자동적으로 부활하는 현행 제도가 과연 정당한가”라고 말했다. 손자들을 직접 키움에도 자녀 사망 시 재산권을 갖지 못하는 조부모들 문제도 지적한 뒤 “법조인 등 전문가들과 함께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이번 친권 제도 공론화에 대해 몇몇 연예 관계자들은 “최진실의 스타성이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쳤다”는 입장이다. 고인이나 유족의 의도는 아니지만 최진실이라는 톱스타의 사생활이 ‘친권’이라는 묻혀 있던 사회 문제를 수면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는 것.

민변 여성인권위원회 원민경 변호사도 전화통화에서 “한 부모 가정 문제는 이전부터 있어왔지만 이슈화 및 법 개정까지는 생각하기 어려웠다”며 “故 최진실 사망 후 두 자녀와 친권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고 공감대가 형성돼 공론화가 가능해진 면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친권 문제는 특정 가정이 아니라 한 부모 가정 전체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더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또 원 변호사는 조성민의 친권 부활에 대해 “친권을 연구하는 가족법 학자 다수가 반대한다고 전해 들었다. 후견인을 지정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친권 제도 개정 가능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많은 국회의원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고 가정법원이 사전 예방 차원에서 후견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견해도 다분하다는 것.

“현재 논의 중인 친권법 개정은 한 부모 가정의 친권자 사망 시 다른 친권자의 친권을 무조건 막는 게 아니다.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심사과정을 엄격히 하고 후견인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때문에 법 개정이 어렵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친권 갈등으로 故 최진실과 조성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의도치 않은 피해자가 생겨나기도 했다. 영화배우 출신 우연희(38?본명 심은우)씨가 ‘조성민의 재혼녀’라는 루머에 시달린 것. 고통을 참지 못한 우씨는 결국 지난 10일 부천 중부경찰서 사이버수사대에 루머를 퍼뜨리고 자신을 비방한 네티즌을 찾아 달라며 수사를 의뢰했다. 이에 지난 11일에는 한 언론사 앞으로 루머를 퍼뜨린 네티즌이 우씨에 대한 사과 글을 보내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14일 전화통화에서 “현재 신고 받은 네티즌 2명에 대한 신변을 파악 중이다”며 “우씨가 추가적으로 제출할 서류가 있어서 조만간 만나 이 부분과 사과 메일을 보낸 네티즌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연희씨 ‘조성민 아내’ 루머 피해

그런가하면 지난 12일에는 유림을 대표하는 ‘성균관’의 최영갑 기획실장이 조성민의 친권 주장 지지 입장을 밝혀 논란이 일기도 했다. 평화방송 <열린 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한 최 기획실장은 “친권에 대한 자격 요건에 대한 약간의 개정은 있을 수 있다고 보지만 부모와 자녀 관계는 천륜이고 운명적으로 주어지는 관계”라는 요지의 인터뷰를 했다. 이에 고은광순씨가 인터넷 카페 ‘한부모 진실방(cafe.daum.net/hanbumojinsilbang)’에 ‘성균관 아저씨들께, 천륜이란…’ 제목의 반박 글을 남겨 한 때 故 최진실과 조성민의 친권 논란이 유림과 여성계, 진보와 보수 갈등까지 유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다행히 큰 문제는 생기지 않았다.

이번 파장에 대해 한 연예 관계자는 “친권을 비롯한 여러 복잡한 일들이 원만히 해결되고 친권제도가 개정되는 게 故 최진실이 가장 바라는 것 아니겠나”라고 전했다.

한편 11월 14일 현재까지 조성민은 걱정진실의 기자회견 및 친권 공론화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몇몇 언론의 접촉 시도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누구보다 복잡하고 안타까운 심경을 가졌을 조성민이 앞으로 어떤 입장을 보일 지, 친권 개정 여론이 어떤 결과를 얻을 지 관심이 모아져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