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26일 여의도에서 열린 '언론장악 7대 악법저지 언론노조파업출정대회' 참가자들이 관련 법안이 적힌 얼음을 깨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기축년’이 밝았다. 희망차게 새해를 시작해야 하지만 방송·연예가 표정은 그리 밝지 못하다. 경기불황으로 인한 투자 위축 및 방송사 경영 위기가 여전한 가운데 한나라당의 ‘방송법 개정안’을 둘러싼 갈등까지 가열되고 있다. 물론 상황이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위기 극복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시도 중이고 그리운 배우와 감독들의 귀환, 스타들의 해외 활동도 활발하다. 위기와 변화, 그 속에 작은 희망이 엿보이는 2009년 방송·연예가를 전망한다.

연초 방송·연예가 최대 화두는 한나라당이 추진 중인 방송법 등 7가지 미디어 관련법 일부 개정안(이하 ‘방송법 개정안’)이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국내 미디어 환경이 근본부터 달라지고 공영방송이 위기를 맞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방송법 개정안 ‘뜨거운 감자’

한나라당은 지난해 12월 초 ‘대기업과 신문사의 방송 참여 허용’을 골자로 한 방송법 개정안을 발표하고 2008년 내에 상정, 입법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삼성, LG, 현대 같은 대기업과 조선, 중앙, 동아 같은 대형 신문사가 지상파 방송 지분의 20%까지,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 지분은 49%까지 소유할 수 있다. (신문의 방송 겸영도 가능하다:삭제) 이에 대해 한나라당 미디어산업발전특위 정병국 위원장은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맞지 않은 낡은 규제, 불균형적 규제, 위헌적 규제를 개선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당수 방송 및 언론 관계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의 주장에 따르면 여당의 방송법 개정안은 언론을 재벌 및 일부 대형 신문사에 넘겨주려는 ‘언론장악을 위한 악법’이다. 이에 언론노조 및 미디어행동, 야 4당 등은 개정안을 ‘언론장악 7대 악법’으로 규정하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언론노조는 지난해 12월 26일 오전 6시를 기점으로 총 파업에 돌입했다. 개정안 입법 시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MBC를 비롯해 SBS, CBS, EBS 등 대다수 방송사가 파업에 참여했고 10여 개 이상의 신문사는 ‘지면 파업’으로 뜻을 같이 했다.

언론노조의 총파업은 99년 방송법 개정 반대 이후 9년 만. 그만큼 반대 의사가 강하다는 의미다. 때문에 이번 파업이 여당의 방송법 개정안 진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모아져 있다. 방송 관계자는 “방송법 개정안은 2009년 방송가 및 연예계 최대 관심사다. 어떤 식으로 방송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결론이 내려질 때까지 큰 진통을 겪을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방송사 파업으로 인한 방송 차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프로그램에 따라 1~2회 정도 녹화분이 있고 대체 인력이 투입돼 한동안은 괜찮겠지만 파업이 장기화되면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MBC는 파업 첫날 기준, 현직 아나운서와 PD, 기자, 카메라 기자 등 노조원 대부분이 파업에 동참해 방송 운영 차질이 가장 크게 염려되고 있다.


‘혹독한’ 제작환경 극복 노력

경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2009년에도 세계적인 경제 불황은 계속된다. 때문에 영화와 드라마 제작환경의 어려움도 쉽게 해결되지 않을 분위기다. “2008년부터 시작된 ‘제작비’난이 2009년 상반기엔 절정에 달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배우 및 스텝들은 보릿고개를 넘는 제작환경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영화의 경우 제작편수가 급감했고 지급되는 출연료 및 제작비도 전과 같지 않다.

하지만 상황이 마냥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어려운 여건이 제작환경을 성숙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오히려 기회로 보는 이들도 있다. 위기 극복 노력도 잇따르고 있다.

가장 먼저 배우들의 출연료 문제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방송 3사와 드라마제작사가 제안한 회당 최고 출연료를 1500만원 선으로 하는 ‘출연료 상한제’가 보다 탄력적으로 적용되지 않겠냐는 것. 액수 등에선 차이가 있겠지만 제작사는 물론 상당수 배우들도 ‘공멸’을 막기 위한 출연료 조절에 공감하고 있어 변화가 예상된다. 권상우, 송승헌, 김해숙, 정려원 등 스타급 배우들의 출연료 자진 삭감이 잇따르고 더욱 기대가 크다.

제작비 절감을 위해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프리프로덕션 과정의 보편화, 스타 마케팅보다 양질의 콘텐츠 발굴에 힘을 싣는 모습도 2009년 연예계 풍경이 될 듯하다.

제작사 관계자는 “2008년에 방만한 제작과정과 지출이 어떤 폐해를 가져오는 지 절감했기 때문에 2009년엔 이를 수정해 보다 안정적인 제작환경이 구축될 것”이라고 전했다.


반가운 얼굴들 컴백

구름 잔뜩 낀 2009년 연예계에 스타와 인기 감독들의 귀환은 한 줌 햇살처럼 반가운 소식이다. 이들의 파워가 힘든 연예계에 활력을 줄지도 관심사다.

먼저 영화계. 재미와 완성도를 동시에 갖춘 작품을 선보여온 박찬욱과 봉준호, 최동훈 감독이 돌아온다.

박찬욱 감독은 <박쥐>로 3년 만에 관객들과 만난다. 신부가 우연히 흡혈귀가 되고 친구의 아내와 불륜에 빠진다는 파격적인 설정과 송강호의 명연기, 김옥빈의 노출 등으로 일찍부터 화제를 모아왔다. 치밀한 연출로 명성이 자자한 봉준호 감독은 중견배우 김혜자를 캐스팅해 스릴러 분위기의 <마더>를 촬영했다. 살인사건에 휘말린 아들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그린다. <범죄의 재구성>과 <타짜>를 연달아 흥행시키며 ‘NEW 스타 감독’이 된 최동훈 감독은 SF액션물 <전우치>로 다시 한번 관객들을 즐겁게 할 예정이다. 고전소설 ‘전우치전’을 새롭게 재해석해 기대감을 모은다.

<색즉시공>과 <1번가의 기적>의 만든 윤젝균 감독은 설경구, 하지원 등 화려한 캐스팅에 빛나는 재난영화 <해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첫 장편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을 성공시킨 김한민 감독의 스릴러 <핸드폰>, <미녀는 괴로워>를 만든 김용화 감독의 ‘점프스키’ 소재의 <국가대표>도 눈길을 끈다. <너는 내 운명>의 박진표 감독은 <내 사랑 내 곁에>를, 이창동 감독은 <시>(가제)를 새해부터 촬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새해엔 스크린에서 반가운 스타도 만날 수 있다. 원빈은 <마더>를 통해 무려 5년 만에 연예계에 복귀한다. 박용하도 2월 개봉 예정인 <작전>을 통해 <미워도 다시 한번 2> 이후 7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왔다. 장동건 역시 2009년 상반기 개봉 예정인 할리우드 진출작 <런드리 워리어(Laundry Warrior)>로 <무극> 이후 3년 만에 팬들과 작품으로 만난다. 강동원은 <전우치전>으로 1년 반만에 스크린에 컴백한다.

안방극장에서의 스타 복귀도 화려하다. 소지섭과 신현준은 2월 방송 예정인 MBC 드라마 <카인과 아벨>로 각각 5년, 6년 만에 안방극장에서 활약하게 됐다. 대작 사극을 이끄는 채시라, 고현정, 정려원도 오랜만에 안방극장에서 미모와 연기력을 뽐낸다. KBS <천추태후>의 채시라와 SBS <왕녀 자명고>의 정려원은 3년, <선덕여왕>의 고현정은 2년 만이다.

나날이 증가하는 국내 연예인들의 해외 활동은 새해에도 왕성하다.


한국, 세계에 알리다

배우들의 경우 장동건의 <런드리 워리어>, 이병헌의 와 <나는 비와 함께 간다>, 전지현의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 비의 <닌자 어쌔신> 등 해외 진출 결과물이 공개되는 건 물론 작품 출연도 계속 된다. 송혜교는 홍콩 유명 감독 오우삼이 연출하는 대작 <1949>의 주연을 맡아 화제를 모았고 손담비는 댄스 영화 <하이프 네이션>에 캐스팅돼 할리우드에 진출한다. 한채영과 배슬기는 각각 미국ㆍ유럽 합작 영화 <파이널>과 한국-호주 합작 공포 영화 <소울 메이츠>로 해외 활동을 시작한다.

가수들의 해외 진출은 더욱 눈부시다. 보아와 동방신기, 빅뱅 등 많은 가수들이 일본 음악시장에서 성공을 거둔데 이어 미국 ‘빌보드 차트’에 도전하고 있다. 특히 보아는 최근 미국 데뷔곡 <잇 유 업(Eat You Up)>으로 발매 6주 만에 빌보드 ‘핫 댄스 클럽 플레이’ 차트 15위에 진입하는 성과를 이뤘다. 2006년부터 미국 데뷔를 준비해 온 세븐도 빠르면 1월에 싱글 앨범을 발매할 것으로 알려졌고 비도 “올해 미국 발매 음반 녹음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원더걸스 역시 미국 진출이 가시화 단계다.

한 음반 관계자는 “지금까지 미국 진출 시도는 많았지만 성적은 아쉬웠다”며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다르다. 2009년엔 보아를 시작으로 여러 한국 가수들이 ‘꿈’으로 여겨졌던 미국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소처럼 우직하게!”

정우성 송윤아 등 소띠 스타 활동 기대

2009년은 소의 해다. 때문에 소띠 연예인의 행보에 절로 기대가 모아진다. 다행이(?) 많은 소띠 연예인들이 왕성한 활동을 보여줄 예정이다. 그중에서도 1973년생 배우들의 존재감이 가장 뚜렷하다. 정우성, 이정재, 임창정, 김윤진, 송윤아, 신은경, 예지원, 정혜영, 추상미 등이 이에 속한다.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으로 2008년을 최고의 해로 보낸 정우성은 현재 한일 합작드라마 <시티헌터> 출연을 고려 중이다. 출연을 결정할 경우 2009년엔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서의 활동도 왕성해질 전망이다. <1724 기방난동사건>으로 3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이정재는 현재 차기작을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수는 KBS 2TV 드라마 <내사랑 금지옥엽>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고 <온에어>로 사랑받은 송윤아는 영화 <세이빙 마이 와이프> 개봉을 앞둔 상태다. 션과의 행복한 결혼생활로 주목받는 정혜영은 MBC <에덴의 동쪽>에 출연 중이며 상반기 방송 예정인 <돌아온 일지매>에도 캐스팅됐다. 미국드라마 <로스트>로 월드스타가 된 김윤진은 <로스트5>로 인기를 이어갈 예정이다. ‘칸의 여왕’ 전도연은 1월에 출산 예정일이 있어 당분간은 ‘엄마’로 지낼 것으로 보인다.

김원준, 바비킴, 김창렬 등 73년 소띠 가수들의 활동도 기대된다.

85년생 연예인 중엔 톱스타보다 청춘스타가 더 많다. 때문에 이들 중 누가 2009년을 기점으로 정상에 오를지도 궁금하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두루 활동 중인 이민기, 각각 SBS <유리의 성>과 <스타의 연인>에 출연 중인 윤소이와 차예련, <그들이 사는 세상>으로 주목받은 서효림, CF 속 ‘공대 아름이’로 이름을 알리고 <천추태후>로 배우 활동을 시작한 홍은영 등이 대표적이다. 씨야 멤버 남규리와 슈퍼주니어 멤버 신동, 강인도 85년생 스타.

61년생 소띠 스타 중엔 라디오 MC로 활동 중인 최화정과 탤런트 이한위, 양금석 등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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