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그룹에이트.

연초부터 안방극장의 사극 열기가 뜨겁다. KBS 2TV <천추태후>가 초반 인기몰이에 성공한 가운데 <돌아온 일지매> <왕녀 자명고> <선덕여왕> 등 화제의 사극이 속속 방영될 예정이기 때문. 특히 올해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사극이 주를 이뤄 눈길을 끈다. 기축년 브라운관이 사극천하, 여인천하가 될 지에 관심이 모아져 있다.

<천추태후>가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지난 3일 첫 방송된 <천추태후>는 1회 20%, 2회 24.3%의 시청률(TNS미디어코리아)을 기록하며 대박의 징조를 보였다. 주말극 1위도 차지했다. 기존 일인자 SBS <가문의 영광> 시청률과 거의 차이가 없지만(3일 19.9%) 전작 <대왕세종>이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상태에서 얻은 결과라 의미 깊다.


채시라, 안방극장 호령!

1, 2회 호평으로 <천추태후>는 그간의 우려도 말끔히 씻어냈다. 세 차례의 거란 침입을 막아낸 고려 여걸 ‘천추태후’의 삶을 그린 <천추태후>는 기존 대하사극과 달리 ‘강한 여성’이 주인공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남성 위주의 사극만큼 풍성한 볼거리와 굵직한 감동이 있겠냐”는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천추태후를 연기하는 채시라의 2년간의 공백도 불안감을 부채질했다.

하지만 이는 기우였다. 1회에서 등장한 대규모 전투신과 채시라의 카리스마, 이덕화, 임혁, 김석훈 등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은 단숨에 시청자들을 압도했다. 역사왜곡 논란이 있지만 “재미면에서 합격”이란 반응이 지배적. 방송 관계자는 “올해 방송 3사에서 사극이 두루 만들어지는데 첫 작품이라 할 수 있는 <천추태후>가 성공적으로 출발해 예감이 좋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지난 해 아쉬웠던 사극 성적

한동안 안방극장을 주도했던 ‘사극 열풍’이 지난 해엔 생각만큼 거세지 않았다. MBC <이산>과 SBS <일지매>가 사랑받긴 했지만 <주몽>이나 <대장금>처럼 대박을 기록한 작품은 없었다. 현재 방영 중인 <바람의 나라>를 비롯해 <대왕세종>, <최강칠우>, <쾌도 홍길동>(이하 KBS 2TV), <왕과 나>, <바람의 화원>(이하 SBS) 등은 기대에 비해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다. 특히 정통사극이 약세였다. 하반기로 접어들어서는 작품 수도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2009년 상반기, <천추태후>를 기점으로 화제의 사극이 잇달아 방송돼 다시 한번 브라운관이 ‘사극천하’가 될 지에 관심이 모아져 있다. 이들 사극이 여러 가지 면에서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기대는 더욱 크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여자 주인공’.

<천추태후>는 물론 SBS <왕녀 자명고>와 MBC <선덕여왕> 등 상당수 사극이 여주인공을 내세웠다. 이전에도 <대장금>, <여인천하>, <장희빈> 같은 사극이 있었지만 여장부나 여걸처럼 강한 여성이 중심인 경우는 흔치 않았다. 쟁쟁한 여배우들이 주연을 맡아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모아져 있기도 하다.


인기 여배우 사극 ‘봇물’

2월 16일부터 방송되는 <왕녀 자명고>는 ‘낙랑공주와 호동왕자’ 설화에서 모티브를 따온 대하사극이다. 삼국시대 이전을 배경으로 정려원이 ‘자명공주’, 박민영이 이복동생 ‘낙랑공주’ 역을 맡아 ‘호동왕자’ 역의 정경호와 삼각관계를 이룬다. 자명공주와 낙랑공주는 나라의 안위를 두고도 대립한다. 특히 설화에서 북이었던 자명을 사람으로 설정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여성 무협사극을 표방한 만큼 <왕녀 자명고>에선 정려원과 박민영의 화끈한 액션도 볼 수 있다. 캐스팅 직후부터 승마와 다양한 무술훈련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두 배우는 첫 촬영도 액션신으로 시작했다. 등에 와이어를 매단 채 3kg에 달하는 진검을 들고 대결을 벌이며 연기 투혼을 불사른 것. 이같은 사실과 함께 낙랑국 공주로 분한 정려원과 박민영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돼 뜨거운 반응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5월 방송 예정인 <선덕여왕>은 제목 그대로 신라 ‘선덕여왕’의 삶을 재조명한다. 갖은 역경을 극복하고 덕만 공주가 선덕여왕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신라 여걸이자 권력자 중 한명인 ‘미실’을 경쟁자로 내세워 재미를 더한다. 인기여배우 이요원이 선덕여왕, 고현장이 미실 역을 맡아 매력 대결을 펼친다.


‘정일우표’ 일지매, 반응은?

한 방송 관계자는 “지금까지 다루지 않았던 소재를 찾고 높아진 여성상이 반영되면서 여성 사극이 많아진 것 같다”며 “올해 방송되는 드라마들의 성공 여부에 따라 앞으로 더 많은 여성 사극이 제작될 수도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21일부터 방송되는 MBC의 <돌아온 일지매>는 ‘소재’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일지매’가 주인공인 만큼 지난 해 인기리에 방영된 SBS <일지매>와 비교가 불가피한 것. 다행이 <돌아온 일지매>는 고우영 화백의 만화 ‘일지매’가 원작이라 일정수준 이상의 차이점을 확보한 상태에서 시작한다.

여기에 <궁>을 만든 황인뢰PD가 연출을 맡아 시청률에도 기대가 모아져있다.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청춘스타 반열에 오른 정일우가 ‘일지매’ 역을 맡아 <일지매>의 이준기와 얼마나 다른 연기를 보여줄 지도 궁금하다. 정일우는 최근 진행된 <돌아온 일지매> 제작발표회에서 “이준기 선배와의 비교를 각오하고 있다”는 다부진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새로운 소재와 구성으로 무장하고 기대와 우려 속에서 시작되는 2009년 사극들이 어떤 평가와 인기를 얻을 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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